<수간호사의 병실일기>
산모와 아기, 간호사가 함께 情을 나누는 52병동
제주한라병원 52병동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환자가 주로 입원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상징적으로 분만 후 산모와 아기가 함께 퇴원 시까지 지낼 수 있는 모자동실이 52병동 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모자동실이란 영아와 산모가 같은 병실에 있으면서 함께 간호를 받고, 산모가 가능한 빨리 아기를 돌볼 수 있도록 하며 산모가 원할 때마다 아기를 자신의 침대 곁에 두고 모유수유나 기저귀 갈기, 안기 등 영아 돌보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자연스럽게 부모와 영아와의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병실입니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최근 우리나라의 초혼연령은 남성 28.2세에서 30.3세로, 여성 25.1세에서 27.3세로 모두 높아졌고, 출산율도 2000년 1.45명에서 2010년 1.16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렇다보니 저출산 문제가 노동 인구의 부족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비용의 확대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자주 주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은 제주지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아 산모의 연령대가 높은 고령산모가 증가추세이며 이는 출산 시 위험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산모들은 출산 시 종합병원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도 고령산모가 많이 찾아오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한 산모가 있습니다. 그 산모는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마흔이 넘은 현재 쌍둥이를 제왕절개로 분만하였습니다. 모자동실로 이실 후 산모의 상태를 확인하던 중 질 출혈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곧바로 담당 진료과에 연락을 하면서 자궁 마사지를 실시하였는데 엄청난 고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간호 처치에 잘 따라주었습니다. 옆에서 남편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산모를 바라보면서 손을 꼭 잡아주는 모습이 무척 다정해 보이던 부부였습니다. 산모는 “평소 이렇게 다정하게 손잡아 본 일이 없었는데...” 하면서 미소를 지으시기도 했습니다. 의료진의 처치에 대해 협조적인 산모, 보호자 덕분에 질 출혈은 점점 줄어들었고 안정된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쌍둥이 신생아가 모자동실로 올라 왔고 산모는 수술 다음날이라 무척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과정을 겪어서 그런지 아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모유수유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웠고 무엇이든지 다 주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퇴원하던 날 환자의 남편께서 “그동안 너무 감사했고, 산모와 아기를 잘 돌보아 주어서 고맙다”라는 말과 함께 음료수를 건네주셨는데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건강한 모습으로 산모와 아기 모두가 다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환자를 간호하는데 집중해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生死가 교차하는 병원이라는 환경은 고통과 아픔의 어두운 분위기가 있는데 52병동은 이런 인간적인 따뜻한 모습 때문에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쳐 근무하는 간호사도 같이 활기차고 씩씩하게 근무하게 됩니다.
52병동을 찾는 모든 산모와 아기들이 입원하는 동안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정한 교감을 나누고 지낼 수 있도록 우리 간호사들은 노력하고 있으며 산모와 아기, 간호사가 함께 情을 나누는 따뜻한 감성 병동이 될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하겠습니다. <문춘심·52병동 수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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