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9월
플라밍고의 멋진 춤사위가 일품인 소금 사막, 우유니(Uyuni)
볼리비아가 ‘남미의 티베트’라 불리는 이유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특히 우리에게 멀게 느껴지는 곳이어서가 아닐까. 하지만 미지의 땅, 볼리비아는 호기심 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인디오 문화와 고대문명의 흔적, 안데스 산맥이 안고 있는 풍경 등 볼리비아가 아니고서는 만날 수 없는 모습들이 그곳에 가득하다.
볼리비아 남서쪽 해발 3650m에 자리한 우유니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경 중에 하나이자 붉은색의 플라밍고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수백 마리의 붉은 플라밍고가 일제히 파란 하늘로 날아갔다가 다시 호수로 내려앉는 모습은 마치 지상낙원을 꿈꾸게 할 만큼 우리에게 색다른 여행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자외선이 강하게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서 유유자적하게 춤을 추며 살아가는 플라밍고의 모습과 세계에서 가장 큰 소금 사막이 빚어내는 그림 같은 풍경은 낯선 이방인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기에 매혹적인 장소이다. 이 호수는 4만여 년 전 푸포(Poopo)호수와 우루우루(Uru-uru)호수의 물이 마르면서 ‘우유니’라는 독특한 지형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보네빌 솔트 플랫(Bonneville Salt Plat)보다 300배나 더 큰 우유니엔 현재 약 100억t의 소금이 매장돼 있으며 매년 2만5000t의 소금을 생산한다. 넓은 평지에 자리한 우유니에서는 용암 분출로 인해 기기묘묘한 용암괴석과 사화산(死火山)의 분출구를 볼 수 있다. 호수는 박테리아 때문에 붉은색이 돌기도 하고, 미네랄 성분으로 하얀색을 띠며 비소(砒素)성분으로 인해 초록색을 띠기도 하는데, 여기에 해발 4000m 고지의 바람을 견뎌내는 안데스 플라밍고들의 분홍색이 어우러져 우유니의 매력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TV와 신문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우유니 호수는 건기인 4월부터 10월까지는 물이 완전히 증발되어 하얀 소금이 바닥을 장식한다. 바다보다 염도가 8배가 강한 이곳의 소금을 맛보는 재미도 있지만 자동차를 타고 광활한 소금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은 지구별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다. 반면 우기인 11월이후 3월까지에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20cm 정도의 물이 호수에 고여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고스란히 물위에 그려진다. 호수 위에 비춰진 우유니 하늘과 구름의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느 것이 하늘이고 어느 것이 호수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자연의 비경을 보여준다. 이 시대에 우유니 호수 주변에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예쁜 칠리안, 제임스, 안데안 종의 플라밍고가 번식을 위해 모여든다. 이처럼 우유니의 풍경은 화가의 화려한 붓놀림으로 그려진 수채화처럼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 드넓은 소금 사막 한가운데 서면 누구나 예술가가 되어 아름다운 우유니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과 한 편의 시로 노래하게 된다. 황량한 모래사막이 아닌 끝없이 펼쳐진 하얀 소금 사막 위에 서서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때 묻지 않은 원시적인 바람 몇 줌에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또한 플라밍고 날갯짓에서 뿌려진 몇 줌의 상쾌한 공기는 도시문명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된다. 고산지대에서 느끼는 바람과 공기는 빌딩 숲에 늘 머무는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인간의 원초적인 자유의 갈망을 바람DNA를 통해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친 우리에게 삶의 여유를 안겨준다. 느림의 미학과 삶의 여유를 잠시 동안 꿈꿀 수 있는 우유니는 우리의 마지막 남은 파라다이스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자연의 모습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여행자들은 해발 4000m에 이르는 안데스 산기슭을 찾아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유니 염호를 둘러보려면 현지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투어 첫 날은 염호 근처에서 묵고 나머지 3일 밤은 호수 남쪽에 있는 산에서 묵도록 되어 있다. 비용은 미화 60달러부터 다양하다. 투어 프로그램 가격에는 숙박과 식사 등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 어느 투어에 참가할 지는 관광안내소에서 조언을 구해 선택하면 쉽게 우유니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 만약 투어 일정대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여행자들은 현지에서 여행자들끼리 팀을 짜서 원하는 대로 다니는 방법도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건너 올 여행자라면 투피사(Tupiza)에서 출발하는 투어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곳의 투어는 다른 곳에 비해 값은 조금 비싸지만 하루 하고도 반나절 동안 다른 여행객들과 섞이지 않고 우유니의 독특한 코스를 보게 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투어가 없거나 같이 갈 팀을 찾지 못하게 되더라도 걱정할 것 없다. 우유니에 도착하는 순간(한 밤중이라도) 여행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투어 프로그램을 코앞으로 내민다.
다양한 루트와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으로 우유니 여행은 시작되지만 어떤 방식으로 여행을 하든 거대한 우유니 호수여행에서 모든 여행자들이 만나는 곳이 있다. 일명 ‘어부의 섬’이라 불리는 곳인데, 여기에는 모래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가시 달린 선인장이 군락지를 이룬다. 미국 애리조나 사막을 연상케 하는 선인장이지만 분명 하얀 소금사막에서 만나는 풍경이라 여행자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정신이 없다. 야트막한 구릉지에 위치한 어부의 섬에 오르면 발 아래로 소금 사막과 안데스 산맥이 한 눈에 펼쳐진다. 밤이 되면 어부의 섬 위로 솟아오른 달빛이 마치 지구가 아닌 화성이나 목성에 온 느낌을 준다. 높은 고도로 인해 쉽게 숨이 차는 등 여행에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우유니가 빚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이를 충분히 이겨내게 한다. 캄캄한 밤하늘을 장식한 수만 개의 별들과 유유자적 노니는 플라밍고, 그리고 하얀 소금사막에서 찍어내는 원초적인 자유는 우유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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