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새로운 의료의 창을 열다
김우진 제주한라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
최근에 스티브잡스가 췌장암 진단을 받은 지 8년여 만에 사망했다. 많은 애도의 물결이 일었는데 그의 가장 큰 업적이라 할 만한 것이 스마트폰 대중화일 것이다. 그러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이 일반화되면서 진료실 풍경이나 개인의료정보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개인별 평생전자기록인 PHR(Personal Health Record)이 그것이다.
사실 그동안에도 정보통신기술이 병원에 도입되어 환자서비스 면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병원에서 환자진료에 관련되는 부서는 진료과, 검사실, 원무과 등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는데 과거에는 종이로 된 전표(slip)를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 받다 보니 실제로 환자가 본인의 결과를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90년대 후반부터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LIS(Laboratory information system) 등의 체계가 도입되면서 진료시간을 단축시켰다.
또한 과거 병원 인턴의 주요한 업무중에 하나가 엑스레이 필름을 보관소에서 진료과로 찾아오는 일이었는데 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가 도입된 후 그런 허드렛일은 필름보관소와 함께 사라졌다. 한편 PACS가 도입된 지도 꽤 지났지만 오랜만에 검진을 받으시는 분들은 CT(Computed tomography)나 내시경을 하고 나서 상담실에서 바로 PACS를 통해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만족해 하신다. 내시경이나 혈액검사 등을 받는 환자 입장에서는 걱정과 불안 때문에 되도록 빨리 이상여부를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그 동안은 기존에 비해 진료시간의 단축을 이뤄냈다면 PHR은 환자의 진료기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PHR을 통해 환자의 신체정보, 의무기록, 치료계획, 병의원 방문 및 진료투약기록, 예방접종 내역 등을 비롯 가족력, 사회력, 건강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일상활동 기록까지 확인할 수 있다. 손 안에서 자신의 모든 건강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다른 병원으로 옮겨갈 때 종이로 된 의무기록복사며 CD 복사 등을 하게 되는데 단편적이며 제한적이다. 이제는 저장용량이나 처리속도가 빠른 태블릿 PC를 통해 그동안 병원진료과정에서 수집됐던 많은 정보를 접하며 언제나 어디서나 자신의 의료기록을 확인하며 볼 수 있는 것이다. 암환자의 경우라면 더욱 그런데 다른 질환과 달라서 약제도 복잡하고 검사도 많이 하게 된다. 사실 복잡한 병을 가진 환자는 반의사가 되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검사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환자일수록 좀 더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 열심히 산다고 하는 보고가 있다. 미국 MD앤더슨 종신교수인 김의신 박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한국은 교육수준이 높은데도 환자들은 자기병에 대해 잘 모른다. 환자가 자기병을 모르면 제대로 된 질병관리를 하기 어렵다. 병원에서 진료기록을 확인하며 적절한 치료법을 찾지만 환자가 말하는 작은 단서 하나로 약을 바꾸거나 치료 순서를 바꾸는 경우가 꽤 있다. 환자 스스로 자기 병과 몸에 대해 공부해야 치료결과가 좋은 것이다. 정보통신의 강국인 한국에서 펼쳐질 PHR을 통해 환자의 기록주체성이 높아져 자신의 의료정보를 가지고 담당의사와 충분히 논의할 수 있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스마트한 환자를 기대해본다. <20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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