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매거진/한라병원포럼

B형간염 다시보기

제주한라병원 2011. 10. 11. 16:03

B형간염 다시보기

 

한라일보 2011. 02.16

 

지난해 말에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기사중에 말레이곰 '꼬마'와 구제역 사건이 있다. '꼬마'는 지난해 12월6일 사육사의 눈을 피해 청계산까지 달아났다가 구일만에 포획틀에 잡혀 대공원으로 복귀했다. 경북 안동에서 지난해 11월23일 발생한 구제역은 전국에 산불처럼 번지며 매몰 대상 가축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다가 12월30일부터 다국적 제약사를 통해 입수한 백신이 접종되기 시작하면서 다소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두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접하는 문제의 근원이 눈에 보이느냐 안보이느냐 더 나아가 보이지 않는 경우라도 그 정체를 알 수 있느냐 없느냐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생각하게 된다. 구제역은 1897년 뢰플러(Friedrich Loeffler)에 의해 바이러스가 원인임이 밝혀졌고 예방백신이 1938년 발드만(Otto Waldmann)에 의해 최초 개발되어 전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의료계에도 이와 유사한 예들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B형간염이 있다. 지금이야 B형간염검사가 헌혈전이나 건강검진에 포함되어 있고 병의원에서 손쉽게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어 새로울 것이 없지만 1970년대 이전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당시 빈혈이나 혈우병 환자 등이 헌혈후에 황달이 오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이유도 알 수 없이 서서히 배에 복수가 차는 등 간경화, 간암등의 증상으로 괴로워하였다. 많은 간염 연구자들이 원인을 규명하려 했으나 소득이 없었다.

 

그런데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해답이 나와 결국 1976년 노벨상수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주인공은 유태계 미국인으로 NIH에서 근무하던 블럼버그(Baruch S. Blumberg)이다. 그는 애초에 다형성을 연구하던 의사였다. 당시 동물학자등을 중심으로 다형성이란 개념이 제기되었는데 우리 혈액 속 여러 성분의 이름은 동일하나 그 구조나 항원성은 인종이나 사람마다 약간씩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량의 수혈자에게는 헌혈자의 성분과 반응하는 항체가 있을 것이고 그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일련의 연구를 진행하였다. 수혈을 많이 받은 빈혈환자에서 이것이 사실임이 입증이 되었고 추가적으로 혈우병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어느 날 한 환자의 혈청에서 다른 환자들과 달리 24개 검사패널중 단지 한 개의 패널에서만 반응을 보였는데 그것은 호주의 애보리진인에서 기원한 혈청패널이었다.

 

 

이를 호주항원(AuAg)이라 명명하고(이후 B형간염표면항원(HBsAg)으로 개명됨) 후속연구를 하였는데 특이하게도 이 항원에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적도지역, 아시아에 주로 거주하였고(영화 '간장선생' 참조) 백혈병환자가 많았으며 1960년대 중반 검사실에서 Au항원을 분리하던 직원이 간염에 걸리고 그녀의 혈액에서 Au항원이 분리되면서 이것이 결국 간염과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일본에서도 확정적인 증거가 이어졌다.

 

위 사실을 접하게 된 일본의 경우 헌혈혈액에서 Au항원 음성혈액만을 공급하였더니 이전과 비교해 수혈후 간염이 의미있게 감소하였던 것이다. 이로써 수혈혈액을 선별함으로써 수혈후 간염을 줄일 수 있었고 1982년 머크사에서 B형간염백신이 시판되면서 수직감염(B형간염 산모에서 자녀로 전파되는 감염)과 간암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김우진 제주한라병원 진단검사의학과/건강증진센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