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 6월
숨은 제주, 알고 싶은 제주 - 우도
제주에 오면 누구나 찾는 ‘소섬’
영화배우 전지현의 고향은 제주도 동쪽에 있는 섬 우도란다.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전지현의 고향은 우도다. 영화 「시월애」에서 전지현의 고향은 분명 우도였다. 「시월애」는 과거와 미래를 얘기한다. 물론 거기엔 아름다움이 끼어들어 있다. 우체통을 매개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 그런 영화에 우도가 끼어든 이유는 무얼까.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름다운 전지현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아니, 사실이 그렇다. 아름다운 화면과 아름다운 배우를 돋보이게 하려면 아름다운 곳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도가 제격이다. 우도는 영화를 돋보이게 할 정도로 충분히, 아니 더 아름답다.
올해 방문객 100만명 목표
우도를 그림자로 표현한 이들이 있었다. 아주 오랜 옛날이다. 그것도 무려 천년동안 바다 속에 잠긴 그림자로 표현했다. 우도(牛島), 뜻풀이 그대로 우도는 ‘소섬’이다. 곱게 누워있는 소라고 한다. 하지만 ‘소’로만 통용되진 않는다. 물에 뜬 평지라는 의미로 ‘연평(演坪)’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우도는 밖에서 바라보면 제 맛이 나질 않는다. 섬으로 들어가야 한다. 좀 더 여유를 가지면 더 좋다. 도항선이 수차례 다닐 정도로, 도항선에 차량을 싣고 가기 편한 곳이기에 금방 ‘쑥’하니 들어갔다가 ‘쏙’하니 빠져나오지는 말자. 우도에는 볼 게 많으니까. 시간을 내 하루를 푹 쉬면서 즐길만한 섬이다.
여행의 맛은 무엇이던가.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도는 이제 낯선 이름이 아니다. 제주도를 찾는 이들은 으레 자신들의 여행코스에 우도를 포함시킨다. 한 방송사의 리얼버라이어티 ‘1박2일’팀도 이 곳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정도다.
작은 섬 우도이지만 올해 목표로 잡은 관광객수는 100만명이다. 100만명은 결코 허수가 아니다. 최근 우도를 찾는 이들의 추세를 보면 달성 가능한 수치다. 2009년 한해동안 우도를 밟은 관광객은 81만6000명으로, 2008년에 비해 34%나 증가했다. 연간 100만명이라면 주민수가 채 1800명도 되지 않는 이 섬에 하루 평균 3000명 가량, 주말엔 5000명에 이르는 발길이 오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도에서 바라보는 전망 일품
제주 땅을 알고, 우도를 알려면 우선 우도봉에 올라야 한다. 종전에는 차량 통행이 가능했으나 이젠 걸어서 가야 한다.
우도봉에 오르면 3가지 맛이 있다. 우도에서 바라본 제주 땅, 우도의 전체적인 모습, 멀리 보이는 태평양의 모습. 우도봉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본섬(제주도)을 바라보면 불쑥 솟아오른 오름군상을 만난다. 우도면 천진리에서 바라본다고 해서 ‘천진관산(天津觀山)’이라 부른다. 우도봉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면 넓은 우도를 만난다. 걸어서 2시간이라는 섬이 무척이나 크게 보인다.
우도 전체를 모두 볼 수 있는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 있다. 이 곳 사람들이 ‘망동산’이라 부르는 곳이다. 우도등대박물관에서 북쪽으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만날 수 있다.
갖가지 색감 지닌 해수욕장
갖가지 색을 가진 우도는 모래사장도 저마다 색깔이 있다. 모래사장은 검멀레, 하고수동해수욕장, 홍조단괴해빈해수욕장 등 3곳이다. 검멀레는 검은모래로 이뤄진 해변으로 우도봉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우도 8경 중의 하나인 동안경굴(東岸鯨窟), 후해석벽(後海石壁) 등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검멀레 끄트머리 절벽아래 ‘콧구멍’이라는 동굴에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이 굴은 썰물이 되어야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길이가 150m로 한꺼번에 1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다.
우도의 서쪽에 위치한 모래사장은 산호로 이뤄져 극치를 뽐낸다. 그러나 서빈백사(西濱白沙)로 부르는 이 모래사장은 산호로 돼 있지 않다. 조사결과 홍조단괴로 판명이 났고, 때문에 여기 모래사장 이름은 홍조단괴해빈해수욕장으로 부르고 있다. 홍조단괴해수욕장의 극치는 바다색에 있다.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매혹적이다.
200년만에 발견된 한반도 닮은 여
무언가를 닮았다는 것. 그건 아류지만 자연에서만큼은 본류이상의 대접을 받는다. 세상을 옮겨놓은 분재나, 유명 건축물 등의 미니어처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쉽게 만나지 못하는 존재를 가까이에서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에서만 보아 왔던 한반도. 너무 거대한 영토이길래 한 눈에 본다는 건 꿈에서나 가능하다. 강원도 영월군 일대 동강이 흐르는 곳의 한반도 지형이 뭇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매는 것도 꿈에 그리던 갈망이 실현되어서다. 이 마을은 한반도 지형으로 이름세를 타자 행정명칭도 ‘한반도면(韓半島面)’으로 바꾸었을 정도다. 그런데 작은 섬 우도에도 한반도가 있다. 지난 2008년 11월 우연히 한반도를 닮은 여가 발견됐다. 1800년대초부터 본격적으로 우도에 마을이 형성됐으나 아무도 이 여가 있는 사실을 몰랐다. 200년만에 새로운 볼거리가 탄생한 셈이다. 우도면은 이 여가 발견된이후 여의 이름을 ‘한반도여’로 정하고, 도항선이 오가는 포구 입구에 한반도여를 홍보하는 팻말을 세워두기도 했다.
한반도여는 함경북도를 시작으로 장산곳, 구룡포 호미곳 등 한반도 모습을 하고 있으며, 여 바로 밑에 제주도도 붙어 있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 여는 우도 지역 사람들이 부르는 속칭 ‘톨가니’ 일대에 자리잡고 있으며, 천진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우도는 아름다운 이름값이라도 하듯 영화의 소재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앞서 얘기한 「시월애」에서처럼 우도는 사람들의 마음을 부여잡는다.
영화를 생각하며 그 장소를 되새기는 일은 최근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우도엔 「시월애」만 존재하지 않는다. 최지우가 출연해 화제가 됐던 「연리지」도 있다. 전도연의 「인어공주」도 이 곳에서 촬영됐다. 1990년대초에 나온 「화엄경」, 드라마 「내 인생의 콩깍지」도 우도의 바람 맛을 봤다.
<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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