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 6월
징크스를 찾아서
1
삶에는 틈이 있기 마련이다. 가령 평소에는 잠들어 있을 시간인 새벽녘에 도심한복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버스를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세워야 하는 순간처럼……
2
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정말로 심야버스 안에서였어.
새벽을 달리는 버스들이 으레 그렇듯, 오늘 새벽 내가 탄 버스도 서울 한 복판을 아슬아슬하게 달리고 있었어.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고, 급정거는 다반사였지. 마신 술 때문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어. 나는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견디다 결국 기사에게 버스를 세워달라고 했어. 그런데 기사는 정류장이 아니면 세워주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엑셀을 밟는 거야. 몸 속 음식물들이 식도를 타고 입을 향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게 느껴졌어. 나는 입을 틀어막고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곧 쏟아질 것 같다는 몸짓을 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지. 백미러로 나를 본 기사는 사태의 심각함을 깨달았던지 정거장과 정거장 사이에 급히 버스를 세웠어. 나는 버스에서 뛰어내렸고, 곧바로 길가에 속엣 것들을 오래도록 게워냈어. 이미 버스는 토사물의 냄새를 피하듯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지.
한참이 지나서야 집에 돌아갈 차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그제야 주변을 살폈어. 매일 버스를 타고 지나던 길이었지만 한 번도 내려서 걸어본 적 없는 아파트단지 근처였어. 쓰린 배를 쓸어내리며 천천히 걸었어. 쓰린 속도 속이지만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갈증이더군. 집에 돌아가는 일도 걱정이었지만 우선 갈증을 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 그런데 아파트 상가 문은 닫은 지 오래고 그 흔하고 흔한 편의점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하는 수 없이, 버스가 떠난 방향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어. 그곳에는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 모두 잠든 시각인데다 차들도 잘 다니지 않아 사위가 고요했어. 오싹한 기분도 들었고. 간혹 상가건물이 보였지만 모두 닫혀 있었어. 십여 분 정도를 걷자 정류장이 보이더군. 하지만 여전히 편의점은 보이지 않았어. 기껏해야 정류장 옆에 있는 은회색의 버스표 판매소뿐이었는데, 마감 시간이 지나 이미 닫은 후였지. 나는 낙심한 나머지 큰 소리로 한숨을 내쉬고 말았어.
그 때, 웬 사내의 그림자가 판매소 문을 만지작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어. 나는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문질렀어. 그 시간에 판매소 문을 열리는 없으니, 그 그림자의 정체가 나처럼 취한 사람이거나 혹은 도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런데 가판대 주위를 서성이던 그 사내가 가판대의 조그만 문을 열더니 쏘옥 들어가는 거야. 구세주라도 만난 기분이었어. 나는 갈증을 풀겠다는 일념으로 저기요, 라고 힘을 내 외치며 남자에게 다가갔어. 그러나 어둠에 가려 얼굴도 보이지 않는 사내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서둘러 문을 닫아버렸어. 나는 앞뒤 가리지 달려가 저기요, 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문을 벌컥 열어젖혔지. 그런데……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어. 분명 사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판매소 안이 텅 비어있었던 거야.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어.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사내가 숨을 곳이라고는 없었네. 황당했지만 술을 마신데다 어두웠기 때문에 잘못 본 거라고 결론지었어. 물론 자물쇠가 풀려 있었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겠지만, 살다보면 그런 경우야 허다한 것 아닌가. 설명할 수 없는, 우연적인 일들 말이야.
나는 냉장고 문을 열고 음료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마셨어. 허락 없이 가게 물건에 손 댄 것이 찝찝했지만, 돈을 올려놓고 가면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네. 때론 급박함에 이성적 사고가 마비되기도 하는 법이지. 한 병으로는 갈증을 풀 수 없어, 음료수 한 병을 더 꺼내 마셨네. 그러면서 도대체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생각했어. 그러는 와중에도 시큼하고 차가운 음료가 몸 안에 흡수되었고, 당장 급한 갈증을 해소한 나는 그만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네.
3.
어쩌면 한 인간의 일상이란 수십 가지, 혹은 수백 가지의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네. 선택과 그 결과, 그리고 또 다른 선택. 그 선택들은 아주 커다란 결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그런 거창한 것들도 있지만, 그것이 선택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사소한 것들도 있지. 나는 아직도 그날의 내 행동들이 선택에 의한 것이었는지 우발적인 것이었는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내가 정체불명의 메일을 받은 것은 그 보다 훨씬 전의 일이었어. 어떤 파티에 초대하는 메일로 시간과 장소를 알리는 내용이었네. 주최 측이나 발신자의 정보는 없었고, 수신인 란에는 내 메일이 아닌 다른 이의 메일 주소가 적혀있었다네. 잘못 전달된 것이거나 아니면 무작위로 발송한 스팸 메일일 것이 뻔했지. 나는 간단히 훑어보고는 이내 삭제했다네.
그런데 그 며칠 후, 취재 때문에 오후 늦게 밖에 나갔다가 우연히 그 메일을 떠올리게 되었어. 취재가 있던 곳은 사무실들이 밀집해 있는 논현동 골목길의 카페였다네. 취재를 끝내고 카페에서 나온 것은 오후 여섯시 경이었는데, 짙어지기 시작한 어둠 속에서 빛나는 간판들을 본 순간 내게 왔던 메일이 문득 생각났던 거지. 게다가 메일에 적혀있던 날짜와 술집의 이름, 그리고 위치가 선명하게 말이야. 별로 이상할 것은 없었어. 그 술집이 논현동에 있다는 것을 이미 메일을 통해 알고 있었고, 파티가 열릴 그 날짜에 내가 그곳에 있었던 것일 뿐이니까. 왜 매일같이 누르는 전화번호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고, 또 오래도록 잊고 있던 것들이 불현듯 기억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정작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파티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그리고 머릿속 약도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던 나 자신이라네.
몇 개의 골목을 지나 행사장에 도착했어.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어떤 건물의 입구에 조그맣게 행사장소임을 알리는 표지가 붙어 있었어. 계단 입구에는 검정색 칠이 되어 있는 철로 된 문이 붙어 있었고 누구든지 들어오라는 듯 활짝 열려있었지만, 나는 머뭇거렸네. 무방비로 열려 있는 것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늘 생각해왔으니까. 나는 잠시 동안 문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고민하다 결국 계단을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딛었어.
계단은 좁았지만 깊었어. 계단통로에는 주황색 조명이 비추고 있었는데 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 계단 아래쪽에서 빠르지 않지만 큰 음악소리가 들려왔고, 가게 전체에 감도는 방향제 냄새가 풍겨 왔어. 그제야 나는 계단 입구와 지하카페의 경계를 지나쳤음을 직감했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에 의해서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예를 들면 냄새나 공기의 미세한 흐름에서 경계를 구분 짓는 습관이 있었거든. 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네.
실내는 꽤 넓은 편이었어. 중앙 홀의 가장자리에 테이블이 길게 연결되어 있고, 그 옆에 음식과 술이 놓여 있었지. 전체적으로 조도가 낮아 사물의 형태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만 빛이 머물고 있었네. 사람들은 제각각 따로 떨어져 앉아 있었는데, 이미 맥주 한 병씩을 들고 있었지.
나는 외투를 벗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얼음 속에서 맥주를 하나 뽑아 들었네. 그런데 순간 누군가가 내 어깨 뒤에서 말을 걸었어. 죄송하지만, 회비를 내셨나요? 내 뒤쪽에 웬 남자가 서 있었어. 남자는 두 손을 앞으로 모르고 허리를 약간 숙이고 있었지. 나는 회비를 내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는데, 내 당황하는 얼굴을 보더니 그는 허리를 펴며 내게 말하더군. 죄송합니다. 사실 모두가 회비를 내지 않고 맥주를 마시고 있거든요. 그는 장난을 좀 쳐봤다며 기분이 나빴다면 죄송하다고 덧붙였어. 나는 그제야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봤네. 머리는 단정하게 살짝 옆으로 넘겼고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지. 남자치곤 꽤 하얀 피부를 갖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세련되어 보이고 호감이 가는 인상이었어.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말로는 그의 모습을 표현할 수는 있는데, 사실 나는 그가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다는 거야.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라, 그 남자 자체가 마치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온 것 같은 인상을 풍기고 있었지.
기분이 많이 언짢으셨나요? 그가 물었어.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네. 하지만 속내를 있는 그대로 들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 지인과의 만남에서도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불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네. 그런데 하물며 처음 본 사람에게 속내를 보인다는 게 꺼려졌지. 나는 괜찮다고 말하되 조금은 언짢다는 표정을 지었어. 그러자 남자는 거듭 내게 미안하다고 하더군. 사실, 저도 이런 곳에 처음 와서 긴장했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친구를 하나 만들자는 생각을 했지요. 저도 굉장히 용기를 낸 겁니다. 왜 그런 경우 있지 않습니까? 모르는 사람과 만나는 자리에서 무엇인가 말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할 말이 없는 경우 말입니다. 그런 때에도 용기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딱 그만큼의 용기를 발휘해 봤습니다. 남자의 말은 빠르지 않고 차분했어. 나는 이번에는 진심으로 괜찮다고 말하고는, 나 또한 이런 자리가 처음이어서 당신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했지. 남자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밝아지더군. 남자는 맥주를 하나 꺼내더니, 이따 또 보자는 의미로 내게 손짓하고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어. 나도 남자의 뒷모습을 향해 가볍게 인사했지.
4.
행사 예정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주최 측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어.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 그 사실에 그리 연연하지 않았다는 거네.
술집에는 대략 25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의자가 부족해 이미 대부분 꽉 차 있었네. 가게 안의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 자리에 앉아있었어. 가게 안쪽 의자에는 여자들이 앉아있었고 출입문과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는 남자들이 모여 있었지.
여자들이 모여 있던 곳에 한두 자리쯤 의자가 남아 있었지만 나는 그쪽으로 가지 않았어. 그렇다고 자리도 없는데 멀뚱멀뚱 모르는 남자들 근처에서 서성이는 것도 어색해 근처에 있던 바퀴를 땅에 반쯤 박아놓은 것 같은 커다란 파이프 위에 앉았다네. 그런데 그것은 결과적으로 남자들과 여자들 사이,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만들어진 곳에 앉은 꼴이 되었어. 나는 거기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네. 파이프가 편안한 것은 아니었어. 오히려 너무 딱딱해 엉덩이가 불편했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엉덩이와 파이프와 닿은 면적에 익숙해졌고, 거기에 앉아서 바라본 풍경들 - 그러니까 그 높이에서 바라본 바(BAR)의 위치나 건물들의 배열, 그리고 조명이 비추고 있는 빛의 각도 등이 눈에 익기 시작했네. 점점 그 자리가 편안해졌고, 그래서 남자들이 앉은 곳에 자리가 나서 옮겨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지. 잠시 파이프에서 일어나 맥주를 가지러 갔다가도 돌아올 때는 이내 내가 앉았던 파이프 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네. 그 파이프 위에 내가 방금까지 앉았던 자국이라도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지. 그러는 중에 다른 사람들은 - 그러니까 남자들과 여자들이 처음에 형성했던 그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나들며 교류하기 시작했다네. 누구의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닌데도 한정된 공간 속 사람들은 서로에게 다가가고 말을 걸고 대화하기 시작한 것이지. 그런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실내는 점차 달아올랐다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늘 분쟁이 뒤따르는 법이지.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두 남자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네.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에 꽤 불쾌해진 듯 보였어. 그러나 누구도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네. 나 또한 마찬가지였어. 솔직히 나는 그 두 사람의 신경전을 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거든. 사실 그 두 사람의 신경전에는 또 한 사람이 더 끼어있었어. 아까 이야기했지? 내게 말을 걸어왔던 남자 말일세. 세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신경전이 벌어지기 직전 그 남자가 슬그머니 대화에서 빠졌거든. 나는 갑자기 쓸데없는 의문이 들었다네. 남자가 나머지 둘의 싸움을 부추긴 건 아닐까, 아니면 둘의 싸움이 시작되어 그냥 남자가 그 자리에서 빠져나온 걸까, 하고 말이야.
그 때, 비명 소리가 들렸어. 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 비명을 지른 사람은 신경전을 벌이던 사람들 근처에 있던 한 여자였는데, 그 여자를 본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새어나왔다네. 여자가 입은 흰 블라우스 옆구리 부분에 새빨간 액체가 점점 번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여자의 흰 블라우스에 붉은 와인이 쏟아진 이후 사람들은 과격해졌다네. 마치 피를 본 짐승처럼 흥분된 듯 보였어.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네. 터져 나오는 음악소리와 그 소리에 묻히지 않으려고 발악하듯 내뱉는 사람들의 목소리, 현란하게 번쩍이는 조명, 게다가 이상하리만치 흥분된 사람들의 몸짓들. 언제 그곳을 빠져나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네. 다만 나답지 않게 과음을 해버린 것은 사실이야. 여자의 옷에 와인을 쏟은 게 바로 내게 말을 걸었던 그 남자였다는 사실이 평범하지 않았던 그날 오후 일들의 연결고리쯤으로 생각되기도 했지만, 이내 분위기에 휩쓸려버렸지.
5.
다시 오늘 아침의 이야기를 해보지. 눈을 떴을 때, 나는 여전히 버스표 판매소 안 의자에 앉아 있었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사내가 - 나보다 먼저 판매소에 들어갔던 바로 그 사내라고 나는 생각 한다네 - 내 옆에 서 있었어. 굉장히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더군.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누군가와 통화를 했어. 나는 사내가 통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문득 그 사내가 얼마 전 파티 장소에서 만난 그 남자와 굉장히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외모가 아니라 이미지나 분위기가 말이야.
사내는 통화를 끝내더니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했어.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지.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판매소 바깥으로 나와 보니 버스정류장이 아닌 사방이 벽으로 막힌 통로였다네. 사내는 앞장서서 걸었고,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내를 따라갔다네. 오늘 겪은 일이나 본 것들을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누군가에게 말한다고 해서 그걸 믿어주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사내가 말했지.
복도가 끝나는 곳에 작은 문이 있었고, 우리는 그 문으로 나갔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하상가가 펼쳐져 있었지. 사내는 나를 데리고 미로 같은 그곳을 헤치고 다녔네. 그러는 동안 점차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내 상가 안은 혼잡해졌지. 그 중에 사내를 놓치고 말았다네. 그제야 사내에게 당했다는 것을 눈치 챘어. 길을 찾지 못하게 하려고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 거지. 나는 밖으로 나왔던 작은 문을 찾으려고 미로 같은 그 상가 안을 한참동안 헤매고 다녔네. 그래야 할 이유는 없지만 동시에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네. 그런 게 있지 않은가. 지금이 아니면 영영 확인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 그러나 나는 그 문을 찾을 수 없었다네. 나는 결국 내가 들어가던 판매소로 돌아가 다시 찾아보기로 했던 거지.
그래. 내가 아침에 버스표 판매소 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운 일에 대한 정당한 답변이 될 수 없다는 것 아네. 더군다나 술을 마신 뒤의 일이니 주정쯤으로 생각한다는 것도 알고. 아니라고? 자네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하지 않은가. 그래. 내 말을 믿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네.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아니까.
그런데 말이야……
만약에…… 내 말이 모두 진실이라면 어쩌겠나? 납득시키지 못할 뿐, 영문을 알 수 없는 그 일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한번 말해보게.
'연재종료코너 > 이준희사람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폰과 엽서 한 장 (0) | 2011.11.09 |
---|---|
유리병 속에 담긴 이야기 (0) | 2011.11.09 |
개와 늑대의 시간 (0) | 2011.11.09 |
휴대폰의 세계 (0) | 2011.11.09 |
캐빈 3 (0) | 2011.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