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 8월
약이 되는 약 이야기
약의 부작용으로 병을 치료한다
“이 약 부작용 없나요?” 또는 “부작용 없는 약으로 주세요.”
약을 구입하거나 처방을 받은 환자분들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이 '부작용'이라는 말은 한자어로 표기하면 副(부)작용인데, 主(주)작용(기대하는 약의 효과) 이외의 다른 작용(side effect)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부작용은 얼핏 생각하기엔 나쁜 작용으로, 없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약이 주작용만 나타낸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우리가 복용하고 있는 약물 중에는 원래의 목적과 다르게 부작용이 나타남으로써 질병 치료와 예방에 더 큰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탈모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미녹시딜 (Minoxidil-볼두민®, 마이녹실® 등)은 과거 고혈압약으로 개발됐지만 이 약을 복용하던 사람들에게서 부작용으로 발모기능이 생기는 것을 우연히 관찰하게 되어 탈모치료제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아스피린은 해열, 진통, 소염제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스피린은 부작용으로 지혈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수술 또는 발치 전, 일정기간 동안 아스피린의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즉, 아스피린은 혈액의 응고를 억제하는데 이를 이용해 혈전(피떡)의 생성을 억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작용 덕분에 아스피린은 현재 관상동맥질환 같은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많이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당뇨병처럼 심혈관 질환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우에도 아스피린을 1일 100mg정도 사용하면 심혈관 질환의 발생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기적의 신약’, ‘인류의 3대 발명품’이라 불리며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는 비아그라® (Sildenafil Citrate)는 처음에 혈관확장 작용이 있는 심장약으로 개발되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임상시험 중 이 약물을 복용한 사람들로부터 발기력이 증가되는 부작용(?)이 보고되어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부작용이 주작용이 된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 약물이 난치병으로 알려진 폐동맥성 고혈압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란 보고도 나오고 있어서 발기부전과 무관한 사람도 이 약을 제한적으로 복용하고 있습니다.
남성형 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라는 약이 있습니다. 같은 성분(Finasteride)의 프로스카®라는 약이 전립선비대증의 치료제로 먼저 개발되었다. 이 약제는 전립선에 작용하는 남성호르몬 성분을 억제하는 약물로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 주는 효과를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약물 사용자에게서 머리카락 숫자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를 이용해 프로페시아®가 개발되어 많은 환자들이 발모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작용을 이용하는 것이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식욕이 억제되는 부작용을 가지는 일부 약물들이 식욕억제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일부 감기약이나 향정신성 의약품, 우울증 치료제 등이 이에 속합니다. 감기약으로는 슈다페드®(Pseudoephedrine) 가 많이 사용되고, 향정신성 의약품으로는 푸리민®(Phemtermine), 푸링®(Phendimetrazine) 등이 있으며 우울증 치료제 중에서 식욕억제제로 많이 사용되는 약물로는 푸로작® (Fluoxetine)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약물들은 약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의존도가 높아져 습관성이 생길 수 있으며, 결국 불면, 혈압상승, 가슴 통증 등의 우려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약을 필요한 곳에 올바로 사용하여 오남용을 줄이는 것이야 말로 환자의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인터넷 해당 싸이트 참조)
<약제과 주임약사 유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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