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길가는 그대의 물음 3
한라산에서 남극노인성을 보면 오래 산다
노인성의 이름은 수성(壽星)인데 수성노인, 남극노인, 남극노인성, 남극선옹(南極仙翁)이라고도 한다. 수성노인을 그린 그림을 일러 수성도(壽星圖), 수노도(壽老圖), 수노인도(壽老人圖), 노인성도(老人星圖), 남극성도(南極星圖, 남극노인도(南極老人圖) 등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도교의 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선과 연꽃으로 대표되는 선불(仙佛)사상의 세계관으로 그려진 삼국시대의 고분벽화가 중요하다. 고분벽화들에는 용이나 학을 탄 신인(神人), 별신, 달신, 해신, 대장장이 신, 각종 동물들, 하늘을 나르는 여신, 옥녀(선녀)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한국 도교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도교의 벽화라고 할 수 있다.
수노인도 도교적인 장수신앙의 종교화이면서 장르로는 회화이고, 그림의 성격으로는 인물화이면서 초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의 바탕 재료는 종이, 천, 나무판, 회벽이고 물감은 진채(眞彩)와 수묵이다. 대체로 수성노인도(壽星老人圖)가 백발에 수염이 길고 구부러진 지팡이를 짚고 있는 패턴으로 보아, 노자, 신선, 산신을 연상해서 복합적인 형상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성은 북두칠성의 북두성군에 대비되는 별로써 남두육성의 상징적인 별이고, 고구려 고분벽화의 남벽에 남극성이 그려지고 그 남극성 위에 남두육성으로 그려졌다. 남극성도(南極星圖)는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성을 의인화한 별의 초상화이다. 신선사상을 배경으로 하여 수성신앙(壽星信仰)의 바탕을 둔 신선도의 범주로 말할 수 있다.
수성(壽星)은 별의 초상화이다. 초상화는 대상이 있어야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초상화의 시초는 고구려고분변화에서 찾을 수 있는데 4세기 중엽 안악 3호분 묘주 초상과 5세기 초 덕흥리 고분의 묘주와 그의 부인 초상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덕흥리 고분 벽화에는 초상화 말고도 많은 신선들의 다채로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으며, 앞간 북쪽 벽에는 북극성과 북두칠성, 그리고 여러 동물들이 그려졌고, 앞간 남쪽 벽에는 견우와 직녀를 비롯하여 옥녀, 선인, 학, 사슴 등이 그려져 있다. 일상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어서 당시의 천문사상과 사회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앞간 남쪽 벽을 보면 동물 얼굴을 한 새 위로 남극 노인성이 동그랗게 그려졌고, 그 위에는 생명을 주관하는 남두육성이 그려져 있다. 남극 노인성이라는 별 그림으로는 가장 이른 시기의 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남두(南斗)는 남두성군(南斗星君)이라고 하여 28수 중 두수(斗宿)에 해당한다. 이는 북방현무(北方玄武) 7수 가운데 첫 번째 별자리로, 북두(北斗)와 상대되기 때문에 남두라고 한다.
남극노인성도, 즉 수성도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중국 당나라 때 도상(圖像)이 성립되었으며 우리나라는 조선 초기부터 노인성 신앙이 유행하게 되어 장수의 상징으로써 회갑과 장수를 축원하는 축수용(祝壽用)으로 많이 제작되었다.” 그 형상은 대체로 키가 작고, 이마가 높고 커다란 머리, 긴 수염, 발목까지 덮는 도복(道服)차림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며, 손에는 두루마리 책이나 불로초, 혹은 복숭아, 또는 목숨 壽자를 들거나 장수를 상징하는 것들을 들고 있으며 소나무를 배경으로 해서 그의 주변에는 거북이, 사슴, 학과 같은 장생의 동물과 곁에는 시동(侍童)이라고 할 수 있는 귀여운 동자가 배석하고 있다. 늙음과 젊음이 대비되고 있어 탄생과 소멸의 조화를 꾀하고 있는 사상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노인성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중국 남조(南朝) 양(梁)나라 도홍경(陶弘景, 456~536)은 중국의 도사(道士)이자 의학자(醫學者)로서 그의『진영위업도(眞靈位業圖)』에서 남극노인을 남극노인단릉상진(南極老人壇陵上眞)이라 칭하고 태극의 왼쪽 자리에 배열하였다. 그 형상은 “항상 백발노인으로 이마가 높고 머리가 유달리 길며 구불구불한 긴 지팡이를 짚고 있다.”라고 전하고 한다. 이 그림을 ”집안에 붙여 놓으면 복을 받고 장수하여 길하다“.라고 했다. 남극노인성의 도상(圖像)은 시대에 따라 개성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대체로 평화롭고 자애로운 미소를 가진 나이 많은 신선의 모습이다.
남극노인성은 순전히 상상에 의한 창작이어서 오랜 시간에 걸쳐 그 형상이 교정되고 추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남극노인성이 들고 있는 괴상하게 구부러진 지팡이는 한 대의 경로 풍습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위진시대 이후에는 지팡이 재료가 복숭아나무로 대체되었고, 때에 따라서는 복숭아 열매를 노인성 앞에 별도로 그려 넣기도 한다. 복숭아를 들고 있는 남극노인성은 장수 이미지에서 매우 중요한 담론이 된다. 복숭아나무가 귀신을 쫓기도 하는 벽사의 의미가 있어 우리가 알고 있는 남극노인성의 독특한 형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민간에서는 귀신 쫓을 때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를 사용하는데 제주에서 이장(移葬)을 할 때 버드나무를 이장터에 꼽는 것과도 무관하지가 않다.
김유정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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