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휘파람새 Japanese Bush Warbler : Horornis diphone
타지역종과 유전·생태적 구분 없어 섬휘파람새로 통합
뻐꾸기가 탁란 둥지로 이용하는 바람에 새끼를 잃기도

새들의 종류가 많이 있는 만큼 그들의 울음소리도 각각 너무나 다양하다. 그들 중 사람이 부는 휘파람소리와 매우 비슷하게 우는 새가 섬휘파람새다. 맑고 청아한 울음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감탄할 만하다.
섬휘파람새들도 사투리로 운다는 조류학자도 있었다. 같은 울음소리이지만 그만큼 섬휘파람새의 울음소리가 다양하여 그것을 글로 표현 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을 것이고, 듣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표현이 있었을 것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양중해 선생님은 '한라산 별곡'에서 섬휘파람새의 울음소리를 "호-이 호-이 호옥, 호르륵“ 이라고 적었다. 그 소리가 청아하여 심금을 울리는 울음소리라서 글로써 아름답게 표현하였던 것이다.
섬휘파람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을 한다. 예전에 휘파람새는 섬휘파람새, 제주휘파람새, 휘파람새로 나뉘어 불려졌으나,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는 종류는 거의 단일종으로 밝혀졌다. 환경부의 조사와 많은 조류 연구가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채집된 휘파람새의 유전자와 생태를 조사해본 결과 우리 제주에 자생하는 제주휘파람새가 육지부의 휘파람새와 유전적, 생태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유종으로 여겼던 특별 취급을 받았던 제주휘파람새가 육지부의 휘파람새와 똑같이 통합하여 섬휘파람새로 공식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육지부의 섬휘파람새의 울음소리는 제주휘파람새의 울음소리에 견줄 바가 아니다.
제주의 섬휘파람새의 울음은 그만큼 구성지고 심금을 울리며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한참 넋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에서의 섬휘파람새는 좁은 섬에서 살고 있다. 좁은 지역에는 그만큼 경쟁자가 많이 있고, 먹이를 확보 하거나 짝짓기 상대를 고르려면 그만큼 더 아름다운 소리로 짝을 찾아 노래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호--익, 호, 호, 호-오-익,
더욱 더 목청을 가다듬고 아름답게 울어야 암컷이 반응을 하여 2세를 키워낼 수 있다. 새들중에는 둥지를 짓지 않고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키우는 새가 있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포란과 육추를 다른 새에게 떠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가 바로 “탁란”이다. 즉 조류가 다른 조류의 둥우리에 알을 맡기는 일이다.
탁란하는 새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두견이과의 뻐꾸기, 두견이, 벙어리뻐꾸기, 매사촌 등이다. 탁란을 하는 경우에는 자기 알과 매우 비슷한 새의 둥우리를 선택하는데 제주에서는 섬휘파람새의 둥지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섬휘파람새와 뻐꾸기의 예를 들면, 섬휘파람새는 대개 4개 정도의 알을 하루 간격으로 낳는데 이때 산란중에나 포란 초기에 섬휘파람새가 둥지를 비운 사이에 뻐꾸기는 섬휘파람새의 알을 1개 물어내다 버려 버리고 자기 알을 둥지에 하나 낳는다.
섬휘파람새의 새끼는 포란 시작 후 약 13-14일에 태어나는데 뻐꾸기의 새끼는 이보다 앞서서 약 10-11일에 태어난다. 뻐꾸기 새끼는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눈도 안보이고 깃털도 없는 상태에서 섬휘파람새의 둥지 안에 있는 알이나 갓 부화한 작은 새끼들의 밑으로 파고 들어가 들어 올린 후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 버린다. 양부모에게 먹이를 독점하기 위한 행동이며 경쟁의 상대를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다.
부화한지 하루나 이틀만에 둥지를 독점하게 되며 20일에서 22일정도 둥지를 차지하고 섬휘파람새 어미에게서 먹이를 받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게 된다. 둥지를 이소하고도 염치없이 또 7일 이상을 먹이를 받아먹다가 뻐꾸기 어미새가 부르면 그동안 먹여주며 키워주었던 섬휘파람새를 내팽개치고 뻐꾸기를 따라서 떠나 버린다.
그야말로 고도의 지능적 번식 능력을 갖고 있는 새이다. 이성이 없는 짐승의 행위이지만 한편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기도 하고, 탁란에 의지하여 종족 번식의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생태가 야비하게도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 인간의 삶에서도 두견이나 뻐꾸기와 같이 남에게 필요이상 의지하거나, 필요 한 것 만 요구하고 마는 이들이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제 새끼를 내몰아 죽이고 자기보다 큰 몸집의 뻐꾸기 새끼를 온힘을 다해 거두는 휘파람새의 운명이 자연의 섭리나 질서로만 헤아리기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인간의 생각일 뿐 정작 그들은 평온하다. 사람의 잣대로 자연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삶의 방식인 탁란의 행위를 옳고 그름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모두가 살아가는 방법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자연의 생태를 보면서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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