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가능사망률 및 후유장애율 낮아져 사회·경제적 비용도 감소
이·착륙장 건설, 소음 등 운영에 따른 불편사항 시민 이해 필요
올 하반기부터는 제주상공을 나는 ‘닥터헬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8번째 닥터헬기 배치지역으로 제주특별자치도를 선정한데 따른 것이다. 이 닥터헬기는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한라병원이 맡아 운영된다.
닥터헬기. 말 그대로 의료진이 탑승해 출동하는 헬기로 ‘날아다니는 응급실’을 일컫는다. 소방 구조헬기가 인명구조용이라면, 닥터헬기는 응급환자 이송용이다.
우리에게는 덜 익숙한 닥터헬기란 단어가 쓰여지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된 한국의 화물선 삼호주얼리호에 탑승해있던 선원 21명을 구출하는 과정에서다. 당시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렸던 석해균 선장 등의 치료를 위해 파견된 이국종교수(아주대)가 ‘에어 엠블런스’를 이용해 한국으로 이송해야 살릴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해 외국의 닥터헬기를 임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닥터헬기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닥터헬기에는 초음파진단기를 비롯 정맥주입기, 인공호흡기, 혈액화학검사기 등의 첨단의료 장비와 전문치료약물이 함께 탑재된다.
닥터헬기는 심한 외상이나 심장 및 뇌혈관 질환과 같은 신속한 응급처치와 이송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으면 5분 이내로 의료진을 같이 태우고 출동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운영된다. 이른바 ‘골든타임’을 지킴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것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을 말하는 골든타임은 교통사고와 같은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 1시간, 뇌졸증 발병환자는 3시간 이내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총 7대의 닥터헬기가 운용되고 있는데 그 활약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2017년에 1670건이던 출동 건수가 2018년에는 1774건으로, 2019년에는 1850건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응급환자가 감소한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1161건과 1144건을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가입돼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모두 응급의료 전문헬기를 운용중이다. 세계 최초로 닥터헬기 시스템을 도입한 독일은 80대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은 특히 전국을 반경 50km의 원으로 구분해 이 안에 한 대씩 헬리콥터를 배치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였다고 한다.
미국은 1972년부터 운영을 개시해 현재 929대의 헬기가 운영중이란다. 이로 인해 전문외상센터로의 접근이 용이해 졌으나 민간이 주체 여서 안전성이 위협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은 2001년부터 민간항공사 임차 운용 방식으로 현재 42대가 확보돼 있다. 의사와 간호사가 동승해 2~5분내 이륙이 가능하고 학교운동장이나 야구장, 공원과 같은 임시 이착륙장을 다수 활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닥터헬기는 골든타임 내 응급환자를 수송하기 위해 필수적인 의료수단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산과 리아스 해안에 섬이 많은 지형에서는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이송이 어려운 만큼 닥터헬기의 필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특히 제주도에서의 닥터헬기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우선 한라산에서 응급 사고 발생시 험난한 산악지형과 변화가 심한 기상조건 등으로 골든타임 내 환자 이송에 어려움이 많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또한 8개 유인도서와 각종 해상 사고 등으로 연평균 120건에 이르는 응급환자 이송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도 닥터헬기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그런가 하면 한 해 평균 1500만명을 넘나드는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망자수가 전국 1위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응급환자 이송 체계의 시급한 개선을 요하는 대목이다.
제주도에서 본격적으로 닥터헬기가 운용되면 응급환자 이송 시간이 기존 2~7시간에서 1시간 이내로 단축되고 현장 응급 처지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예방 가능 사망률 및 후유장애율이 감소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헬기를 이용한 환자 이송은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전문인력의 협력과 여러 응급의료 장비들의 구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 속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함은 당연하다. 이착륙장 구축, 소음 민원 등 닥터헬기 운용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그동안 제주도는 면적이 서울의 3배, 부산의 2.4배 넓은데다 중앙에 위치에 한라산으로 인해 육상이송이 오래 걸리고, 어업 성수기에 해난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닥터헬기 배치 필요성을 중앙정부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제 그 숙원 해결이 가시화된 만큼 기존 헬기를 운영하고 있는 경찰, 해경, 소방 등과의 원활한 협의 등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닥터헬기 사업이 조기에 궤도에 오를 수 있기를 주문한다.
<언론인 윤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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