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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찾는데 실패한 형은 돌아가려는데…

제주한라병원 2021. 10. 26. 15:00

역사 속 세상만사 - 이집트 이야기 / 두 형제를 배신한 부인들 ⑤ -

 

 

영혼을 찾는데 실패한 형은 돌아가려는데…

 

파라오는 머릿결의 주인공을 찾아 사신과 군대를 파견해

아카시아 나무가 잘리자 바타는 엄청난 고통에 쓰러지고

 

 

며칠 후 파라오는 옷을 입다가 소매에 묻은 아름다운 머리칼을 발견했다. 파라오는 조심성 없이 머리칼을 남겨 놓은 시녀들을 꾸중하였으나 그 머리칼에서 매혹적인 향기가 풍겨 나오자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파라오는 시녀를 향해 말했다.

 

“이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아름답고 부드러운 머리칼은 생전 처음 보는구나. 이런 머릿결은 분명 아름다운 여인의 것임이 분명하다. 라 신의 딸이 아니라면 이렇게 빛나고 아름다운 머리칼을 가질 리 없을 것이다.”

 

파라오의 마음 속에는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났다. 파라오는 서기들을 불러 의견을 물어 보았다. 서기들도 파라오와 같은 의견이었다.

 

“폐하, 이것은 분명 라 신의 딸의 것입니다. 먼 나라에서 폐하를 위해 선물로 보내온 것입니다. 곧 사신들을 보내서 머리카락의 주인공을 모셔 오십시오.”

 

파라오는 서기들의 말에 기분이 몹시 흡족해졌다. “그대들은 정말 현명하도다. 이 머리칼이 나에게 온 선물임에 분명하다면 이 머리칼의 주인공이 어디에 사는지 아느냐?”

 

파라오의 질문에 나이가 제일 많은 서기가 말했다.

 

“아카시아가 만발한 계곡에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이 산다고 들었사옵니다. 혹시 이 머리칼의 주인공이 그 여인이 아닌가 하옵니다.”

 

파라오는 그녀를 왕비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하고 머리칼의 주인공을 찾으라고 명령했다. 파라오의 시종들은 머리칼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흩어져서 떠났다. 다른 곳으로 파견된 사신들은 아무 소득 없이 그냥 돌아왔으나 아카시아 계곡으로 파견된 사신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바타에게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파라오는 다시 더 많은 사신들과 군대를 아카시아 계곡에 보냈다. 마침 바타는 사냥을 나가고 집에는 그녀 혼자 있었다. 파라오의 시종들은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그녀에게 인사를 올리고 아름다운 보석들을 선물로 주면서 말했다.

 

“우리는 파라오의 명령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이것은 파라오께서 당신에게 드리라고 한 선물입니다. 이집트의 파라오께서는 당신을 아내로 맞이하길 원하고 계십니다.”

 

바타의 아내는 파라오의 시종들이 보여 준 휘황찬란한 보물들과 이집트의 왕비가 된다는 말에 기뻤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 바타가 화를 낼 것이 두려웠다. 사랑을 모르는 그녀는 남편을 죽인 후 떠나기로 결심했다.

 

남편을 죽이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녀는 남편의 비밀, 즉 남편이 영혼을 아카시아 줄기 속에 숨겨 놓고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혼이 숨겨진 아카시아 나무를 잘라 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더구나 용맹한 이집트의 군사들이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파라오의 병사들에게 그 아카시아 나무를 잘라 버리라고 시켰다. 거대한 아카시아 나무가 잘리고 만발한 꽃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순간 바타는 심장에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쓰러지고 말았다.

 

바타가 고통스레 죽어 가고 있을 때, 그의 형 안푸는 일을 끝내고 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맥주잔에서 거품이 심하게 일기 시작했다. 포도주를 마시려고 하니 악취가 풍겼다. 안푸는 동생 바타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확신하고 즉시 창을 들고 아카시아 나무 계곡을 향해 출발했다. 쉬지 않고 달린 끝에 아카시아 계곡에 도착한 안푸는 동생 바타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타는 땅에 쓰러져 몸이 차갑게 굳어져 있었다.

 

안푸는 동생의 말을 기억했다. 바타를 살리기 위해서는 영혼을 찾아 차가운 물이 담긴 쟁반에 올려놓아야 했다. 안푸는 동생의 영혼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뒤졌으나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3년 동안이나 동생의 영혼을 계속 찾아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4년째 되던 해 안푸는 이제 고향 이집트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침내 그는 속으로 다짐을 했다.

 

“내일이면 나는 이집트로 돌아가리라.”

 

다음 날 아침 안푸는 마지막으로 바타의 영혼을 찾아나섰다. 그날도 안푸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안푸는 모든 것을 단념하고 이집트로 돌아가기 위해 여장을 꾸렸다. 그때였다. 그의 눈 앞에 작은 씨앗이 하나 보였다. 아마도 자기의 옷에 묻어 함께 집에 들어온 씨앗인 듯 했다. 놀랍게도 바타의 영혼은 그 안에 들어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한국장학재단 홍보팀장 안대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