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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종료코너/안대찬세상만사

라는 강을 만들어 두 형제 사이를 갈라놓는데

제주한라병원 2021. 8. 27. 16:15

역사 속 세상만사- 이집트 이야기 / 두 형제를 배신한 부인들 ③ 

 

자신이 실수했다고 깨달은 안푸는 한없이 눈물만 흘리고

바타는 먼 지방에서 새 인생을 시작할 것이라며 떠나가

 

 

    

형수의 모함에 속은 형 안푸가 자신을 죽이려고 칼을 빼들고 외양간에 숨어있다는 것을 평소 대화하며 지내던 소들의 경고로 눈치 챈 바타는 형이 왜 자기를 죽이려고 칼을 들고 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살기위해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동생이 눈치를 채고 도망치기 시작하자 안푸 역시 전력을 다해 동생을 뒤쫓았기 때문에 둘 사이는 점점 가까워졌다. 금방이라도 형의 칼이 바타를 내리치려는 순간 바타는 위대한 라 신에게 기도했다.

 

“오! 위대한 라여, 선과 악을 구별하는 라여, 저를 구해 주소서!”

바타의 외침 소리를 들은 라는 바타를 불쌍히 여겨 두 형제 사이에 강을 만들어 주었다. 강은 깊고 넓었으며 무시무시한 악어떼들이 우글거리고 있어 건너기란 불가능했다.

 

남편의 동생을 유혹하려다 무안을 당하자 오히려 동생이 자신을 범하려고 했다며 모함한 아내에게 깜빡 속아 넘어간 안푸는 동생을 놓치자 제 가슴을 쾅쾅치며 억울해했다.

 

강 건너에서 바타가 형 안푸를 향해 물었다. “왜 나를 죽이려 하는 거야? 형!”

 

“뭐라고? 그걸 몰라서 묻는 거냐! 나는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단 말야.” 안푸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나쁜 자식 같으니라구! 감히 형수에게 그런 짓을 해?”

 

그제서야 바타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바타는 형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했으나 이미 날이 어두워져가고 있었으므로 바타는 안푸를 향해 소리쳤다. “형,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그 자리에 있어 줘. 태양신 라가 떠오르면 나는 그가 보는 앞에서 모든 사실을 말해 줄 테니까.”

 

다음 날 아침 두 형제는 강을 사이에 두고 다시 마주 섰다. 동생 바타는 형을 향하여 말했다. “라께 맹세코 나는 아무 짓도 한 적이 없어. 형이 속은 거야. 키스를 하려고 한 사람은 형수님이지 내가 아니란 말야. 형수님이 나에게 집에 더 머물러 달라고 하면서 나를 유혹한 거라구. 형수님의 말만 듣고 나를 죽이려 들다니 정말 너무 억울해. 맹세하건대 내가 하는 말에는 하나도 거짓이 없어.”

 

이렇게 말하고 바타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강가에 자라고 있던 날카로운 갈대를 뽑아 그것으로 자신의 살점을 베어 강물에 던져 버렸다. 동생이 흘리는 피를 본 안푸는 비로소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안푸는 동생이 불쌍하고 애처로워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동생 옆에 있으면서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싶었으나 악어 떼들이 득실대는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바타는 형을 향해 말했다. “형! 나는 이제 가야겠어. 정의로움이 있는 아카시 꽃이 만발한 땅으로 말이야.” 바타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점점 정신이 흐려지고 있었으나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나의 결백이 증명된 이상 나는 상처를 치료하고 아카시 꽃들이 만발한 먼 지방에서 새 인생을 시작할 거야. 가끔은 형을 생각하겠지. 형도 나를 생각해야 돼.”

 

형이 강 건너편에서 고개를 크게 끄덕이자 바타는 말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형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나는 내 영혼을 꽃이 만발한 아카시 나무에 숨기고 살 거야. 그 나무가 잘리게 되면 나의 영혼도 땅에 떨어져 죽게 되지. 형이 나의 영혼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7년 안에 찾을 수 있을 거야. 만약 형이 마시는 맥주잔에 거품이 일거나 형이 마시는 포도주에서 악취가 나거든 내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고 나를 구해주길 부탁해. 나를 구하는 방법은 간단해. 아카시 나무에 숨겨진 나의 영혼을 찾아서 차가운 물 쟁반 위에 올려 놓는거야. 그렇게만 하면 아무리 죽은 것처럼 보여도 나는 다시 살아날 거야.”

 

안푸는 동생이 하는 알쏭달쏭한 이야기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동생 바타는 아픈 몸을 이끌고 바다 건너에 있다는 아카시가 만발한 지방을 향해 출발했다. 동생이 비틀거리며 먼 발치로 사라지는 것을 본 안푸는 무거운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아내의 모략으로 착한 동생을 떠나 보낼 수 밖에 없게 된 안푸는 아내를 보자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다음 호에 계속)

 

 

<한국장학재단 홍보팀장 안대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