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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백신전쟁 중, 집단면역 서둘러야

제주한라병원 2021. 4. 27. 09:31

세계는 지금 코로나 팬데믹 속에 바이러스 백신 접종 전쟁이라는 제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 1, 2차 세계대전과는 달리 동맹군도 없고 연합군도 없다. 오직 자국민만이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백신민족주의 전쟁’으로까지 일컬어지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각국이 백신 확보에 혈안이 돼있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려는데 있다. 국민들의 일상 복귀를 서두르고 이를 통해 경제를 정상화시키려는 것이다.

백신 접종의 궁극적인 목표는 집단면역이다. 집단 면역(集團免疫)이란 예방접종이나 통제 가능한 감염자를 통해 치명률을 낮추면서 집단 전체에 면역력이 발생하도록 하여 감염병의 확산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집단 내의 다수가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전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된다. 면역을 가진 개인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감염될 확률이 낮아지게 마련이다.

개인은 감염병에서 회복되거나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집단면역은 의학적 이유로 면역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유효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단 면역이 형성된 사람들의 수가 특정 임계값에 도달하게 되면 감염자 수를 0명으로 감소시켜 질병을 박멸시킬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백신이 이미 개발된 홍역, 소아마비, 결핵과 같은 감염병은 대개 유아기나 성장기에 집중적인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 구성원 전체가 면역력을 보유하도록 하여 집단면역의 상태로 유도한다. 이 경우 해당 감염병은 발생하기 어려우며 국지적으로 발생할 경우에도 전파와 확산은 진행되지 않는다.

집단면역이라는 용어는 1923년에 처음 등장했다. 백신이 널리 사용되기 전 홍역은 ‘죽음과 세금만큼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홍역 백신이 등장하고 홍역에 대한 집단 면역이 가능해지면서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예방접종을 통해 생성된 집단면역은 1977년 천연두의 최종 박멸에 크게 기여했으며, 다른 질병의 빈도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했다.

 

그렇다면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국민의 몇%가 예방접종을 마쳐야 하는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전국민의 70% 수준이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는 오는 11월까지 국내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항체 형성기간을 고려할 때 오는 9~10월까지는 접종을 마쳐야 한다.

전국민 5182만5932명(통계청 2021년 1월말 기준)의 70%면 약 3628만명이 대상자다. 이를 2회 접종 백신 물량으로 따져보면 7256만회분의 백신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연내 우리나라가 계약한 전체 백신 물량은 1억5200만회분이나 4월 현재 도입된 물량은 350만회분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 들어온 백신의 예방 접종 효과가 들쭉날쭉해, 이를 평균 80%로 단순계산하면 우리나라 인구의 89%에 해당하는 4,625만명이 접종을 받아야 70%의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11월 집단면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제주도는 11월말까지 접종대상(18세이상 57만여명)의 70%인 40만여명에게 접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나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한 달 평균 5만명 넘게 백신을 접종해야 하나 4월 현재 확보된 제주지역 백신물량은 3만2000여회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백신에서 혈전증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백신 접종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현재의 백신 접종속도라면 집단면역까지 6년4개월이 걸린다는 블룸버그의 보도도 나왔다.

접종률이 앞서가는 나라들 사이에선 접종을 증명하는 백신 여권을 지닌 상대국 국민에게 입국 시 자가 격리를 면제해 주는 조치를 논의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영국은 4월 12일자로 코로나19 집단면역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식당·술집 등의 영업을 허용하며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에 돌입했다. 이스라엘 또한 야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집단면역 형성과 경제 정상화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7개 회원국 중 35위로 ‘백신접종 후진국’, ‘집단면역 늑장 형성국’으로 예측되고 있다. K-방역만 내세우다 정작 백신 확보는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많다.

 

16일 현재 기준 전 세계 백신 접종률(1회 이상 접종 기준)은 5.9%다. 접종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로 61.6%다. 영국이 47.5%, 미국이 36.6%로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작 2.6%다.

굳이 백신전문가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백신이나 자연감염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게 코로나를 극복하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 유일한 해법임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백신 접종 속도에 따라 국가별 경제 회복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아무래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백신전쟁에서 일단 뒤쳐진 현실을 인정하고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크다는 바이오·의약 산업 생산 인프라와 임상연구 역량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백신 접종계획도 다시 수립해야 하고, 부작용으로 인한 국민 불안감을 충분히 해소시켜줘야 한다. 국민들 또한 정부를 믿고 무임승차 없이 백신접종에 적극 협조해야 함은 물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1년6개월째 접어들고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 일상 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지겨운 팬데믹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중앙정부가 장담하는 11월 집단면역이 구두선이 아니기를 기대해본다.

 

 

<윤정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