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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현혹하는 코로나19 백신 가짜뉴스들

제주한라병원 2021. 3. 29. 09:03

 

가짜뉴스로 세상이 어수선하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현대사회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우리가 소중하게 지키고 있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세계사를 읽다보면 가짜뉴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온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뉴스의 형태로 다양한 정보를 조작하고 대중을 선동함으로써 세상을 움직여 온 것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에 불길을 당겼던 바스티유 침입사건에서도 가짜뉴스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당시 파리에서는 빵 값이 치솟았고 시민과 아이들은 굶주림에 시달렸다. 왕정은 부패했고 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베르사유궁전으로 몰려가 빵을 달라고 외쳤다. 이때 루이 16세의 부인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곧 파리는 물론 프랑스 전역으로 퍼졌다. 시민들은 격앙했고 프랑스 혁명은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타올랐다. 프랑스혁명은 결국 자유평등의 이념과 사유재산의 원칙을 만드는 법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현대 역사학자들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런 말을 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마리 앙투아네트는 다른 왕족에 비해 비교적 검소했고 민중들을 위해 감자를 도입해 재배를 장려하는 등의 업적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혁명에 불씨를 당기려는 사람들이 왕정의 부패와 사치, 무능을 선동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뉴스였다는 말이다.

 

지난 2016년 미국대통령선거에서도 가짜뉴스 논쟁은 여전했다. ‘민주당후보였던 힐러리가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에 무기를 제공했다.’던가, ‘교황이 공화당후보인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등의 가짜뉴스가 일파만파로 퍼지기도 했다. 가짜뉴스 탓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선거 막판까지 우세를 보였던 힐러리는 대선에서 패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15 총선이 끝나자마자 컴퓨터 조작에 따른 부정선거라는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지기도 했다. 그것도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인사들까지 일부 가담하면서 컴퓨터 조작에 무게를 더하기도 했지만, 사리분별력이 있는 현명한 국민들에게 외면당해 지금은 잠잠해진 상태이다.

 

가짜뉴스가 세상을 바꾼 사건은 셀 수없이 많다. 우리가 중 고교시절에 배웠던 드레퓌스 누명사건이라든가, 국회의사당 방화사건으로 독재체제를 굳힌 나치의 자작극,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도 은 왕조의 도덕적 부패를 강조하기 위해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가짜뉴스를 만들어내 왕권을 장악했다.

현대사회라 해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갖가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는 여전히 번지고 있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거짓 정보와 음모론은 사용자의 입맛에 따라 공유된다. 일부 언론은 자극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고 교묘하게 정보를 재 가공해 콘텐츠를 만들고 퍼뜨린다. 더욱이 진실보다는 감정과 성향에 호소하기 때문에 이를 접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짜뉴스의 문제는 여론을 왜곡하고 국민들의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킨다는데 있다.

 

코로나19 시국의 가짜뉴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가짜뉴스들이 나돌고 있다. ‘백신에 마이크로 칩이 있고 인체에 이식해 인류를 통제하려한다.’는 것에서부터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거나 ‘여성들의 90% 이상이 불임할 수 있다.’는 등 믿거나 말거나 식의 가짜뉴스들이 범람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런 정보가 글로벌 제약회사의 내부 고발로 나온 것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제시하며 혹세무민하고 있는 것이다. 의약업계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가짜뉴스야말로 터무니없는 정보라고 일축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은 가짜뉴스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유튜브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짓말과 상식을 벗어나는 정보를 가공해 유포하는 사람들이 구독과 조회 수를 늘리고 광고수입을 올린다니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짜뉴스를 빌미로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소통을 억압하고 규제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는 물론 민주주의까지 후퇴시켜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보의 왜곡이나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가짜뉴스를 엄밀히 구별해서 어느 정도의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곧 65세 이상 장년층을 시작으로 일반국민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실시한다.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는 곰비임비 나타날 것이다. 우리의 정치 환경이나 언론시스템이 이미 낡았고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 탓이다. 막말과 자극적인 단어는 일부 정치인의 입에서도 나온다. 정부정책에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믿는 것은 국민들의 깨어있는 의식이다. 역사적으로 국가적 위기를 함께 극복해 온 우리 국민의 DNA는 똑똑하고 현명하다. 적어도 가짜뉴스를 단호히 배격할 사리 분별력과 팩트에 대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갖가지 가짜뉴스를 세밀히 톺아보고 진실을 알려주는 과학자들의 열정도 애틋하다. 백신접종이 정상적으로 실시되고, 올해 말 쯤에는 코로나19의 종식선언을 들었으면 좋겠다.

 

 

<김건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