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6월>
제주한라병원 심장수술 100 례에 즈음하여
2007년 3월 8일 관상동맥우회술을 시작으로 제주도에서 역사적인 심장수술이 첫 발을 내디뎠다. 그 후 2년 3개월이 지난 현재, 드디어 100 례의 심장수술이 이루어 졌다. 돌이켜보면 제주한라병원이 제주도에서 심장수술을 시작하려고 수술 팀을 꾸린다고 했을 때 내외로부터의 반대와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환자가 우리 병원에 수술을 받으러 올 것인가? 만약 시작 단계에서 수술 결과가 나쁘다고 소문이 나면 병원 이미지는 급락할 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런 것이 3 년 전만해도 제주도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내 가족들 중 누군가가 심장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한 병이 걸렸다고 하면 도내 의료기관의 수준을 믿지 못하고 무조건 서울로 가야 산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설사 서울의 큰 병원에서 수술 후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가족들의 마음 속에는 ‘환자를 위해 할 건 다했다’는 식의 안도감으로 무조건 환자를 비행기에 태워 서울로 데려 가려고만 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아직도 심장수술을 받으러 서울로 가는 환자가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 3개월의 기간 동안 100 명이나 되는 환자가 제주한라병원을 믿고 여기에서 심장수술을 받았다.
연간 수술 건수로 서울의 내로라하는 대학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이며 심장을 치료하는 의사들 사회에서 제주한라병원 심장센터는 그 존재감과 위치를 서서히 각인시켜 나가고 있다. 비교적 혈역학적으로 안정적인 환자들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환자들이 서울로 가서 수술을 받는 반면 비행기를 못 탈 정도여서 응급수술이 필요한 위험한 환자들이 전체 환자의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제주한라병원의 수술 성적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자부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취약계층인 의료보호 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아 의료 약자들에 대한 질 높은 심장수술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심장수술을 시행받은 환자들을 살펴보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과 같은 허혈성 심질환 환자가 전체의 55%를 차지하였으며 판막질환이 25% 대동맥질환 및 선천성 심장질환이 20%를 차지하였다. 특히 허혈성 심질환에 대한 관상동맥우회술은 위험도가 매우 높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전체의 40%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사망률은 3.5%였으며 응급수술을 제외한 환자의 사망률은 0%였으며 수술에 사용한 도관도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환자에서 장기 개존율이 높다고 알려진 동맥도관만을 사용하여 수술을 시행하여 수술의 질적인 면에서도 매우 우수한 심장센터라고 확신한다.
심장 수술과는 별개로 심장마비로 심장이 멎은 환자에게 경피적 심폐보조기라는 인공심폐기를 적용한 경험도 지난 2년 반 동안 축적되어 이러한 기계의 적용이 없었다면 모두 사망했을 환자 27명 중 15명이 살아서 퇴원이 가능했을 정도의 탁월한 성적을 기록하여 국내 학계에 제주한라병원의 신속한 진료 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또한 그간 제주도에서 시술이 불가능했던 최첨단 시술법인 대동맥 질환에 대한 경피적 스텐트 삽입술도 영상의학과와의 협진을 통해 진행하여 놓칠 수 밖에 없었던 소중한 생명들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은 제주한라병원 심장센터의 수준을 대변해 준다고 하겠다.
한 지역에 우수한 심장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있다는 것은 그 지역의 높은 의료수준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심장수술은 수술을 시행하는 흉부외과 의사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수한 심장내과전문의, 소아심장전문의, 심장마취전문의, 중환자실 간호사, 병실 간호사, 심폐기사, 의료기사들 및 신경과, 신경외과, 내분비내과, 소화기내과 등 모든 과와의 긴밀한 협조와 지원이 없으면 좋은 결과를 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장수술의 성적이 좋은 병원은 이러한 모든 과의 수준이 동시에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제주한라병원은 제주도민들이 위험하게 서울로 가지 않고도 모든 질환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픈 경영진의 소망에 따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심장 수술팀을 구성하였으며 100 례의 심장수술을 시행한 지금 시설 및 장비, 인력, 수준 면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있는 센터로 도약하였다.
요즘 같은 심장병의 유병율이 급상승하는 시기에 심장수술이 불가능한 지역에 산다는 것은 그 주민들의 삶이 그만큼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제주도민들께서는 우리 지역에 우수한 심장 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적극적으로 지지 격려해 주시기를 바란다. 아울러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얻지 못하고 사망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더욱 노력하여 국내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인 심혈관 센터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조광리·흉부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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