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서랍속의 음악 - 캐논볼 애덜리의 ‘썸씽 엘스(1958)’
늦가을에 즐기는 매혹적인 재즈의 향연
바야흐로 겨울이 온다. 아니 겨울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항상 생각나는 음반이 있다.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시대에 만들어진 음반이지만, 나는 항상 손이 가는 그런 음반이다. 그래서인지 겨울의 시작은 나에게 재즈를 듣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 항상 여겨진다.
오늘 소개할 ‘썸씽 엘스’ 앨범을 듣기 전에 조금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면 앨범 커버에 표시된 캐논볼 애덜리의 이름 밑으로 엄청난 세션들의 이름이다. 앨범에서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하는 마일스 데이비스와 피아노의 행크 존스, 드럼의 아트 블래키까지 어벤져스 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일즈는 당시 계약의 문제로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곤 하지만, 약속을 중시한 그는 이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외형상으로 캐논볼 애덜리를 메인으로 내세우며 자신은 사이드 맨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앨범 커버 앞부분에 보면 마일스의 이름은 조금은 작게 쓰여져 있지만, 마일즈의 곡이 이 음반의 제목으로 되어 있는 '썸씽 엘스'란 말의 의미를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분명한건 100년이 넘는 재즈사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뮤지션들이 뭉쳤다가 떨어져나가기를 반복했고, 또한 그 가운데서 수많은 결과물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걸작'이라고 불릴만한 앨범은 대단히 한정적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의 성과는 재즈 100년사의 대표적 앨범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앨범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곡은 바로 그 유명한 '어텀 리브스'이다. 재즈라는 틀 안에서 단 한번이라도 들어봤다면 잊을 수 없는 멜로디로 잘 알려진 이 노래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지만, 캐논볼 애덜리 버전은 수많은 '어텀 리브스'중에서도 명연으로 꼽힌다. 특히 비평가들마저 최고의 연주라는 찬사까지 받았다고 전해진다.
캐논볼의 색소폰, 행크 존스의 건반 그리고 마일즈의 트럼펫 연주는 이 앨범에 수록된 '어텀 리브스'에서 그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겠다. 행크 존스의 조심스러운 피아노 연주에 이어 마일즈의 맹렬한 트럼펫소리는 정적을 깨우고, 마일즈가 띄워 놓은 주제 아래 캐논볼의 멋들어진 색소폰이 그의 트럼펫 연주와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어진다.
모두 5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어텀 리브스' 외에도 명곡과 명연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앨범이다.
늦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서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어텀 리브스'를 한번 들어보면 어떨까? 굳이 강조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처음 재즈를 들으려는 이에게 이 앨범을 접하는 일보다 더 좋은 선택이 없다는 것만큼은 무엇보다도 분명한 일일 것이다.
☞유튜브 검색창에 ‘autumn leaves cannonball adderley’을 검색하시고 감상하세요.
항상 볼륨은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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