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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독이 파라오의 황금 홀을 받으려 하는 순간…”

제주한라병원 2018. 8. 28. 08:59

역사 속 세상만사 - 이집트 이야기 ⅩⅧ, 이집트 판 트로이목마 ②

 

 

“총독이 파라오의 황금 홀을 받으려 하는 순간…”


 

 

파라오 투트모세의 특명을 받고 좁파 시를 격파하러온 투티 장군이 밝혀온 뜻밖의 투항의사에 좁파 시의 총독은 차츰 귀가 솔깃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총독이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투티 장군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소. 당신의 의심을 풀기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포로가 되겠소.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소. 내가 당신의 포로가 된다면 나의 부하들이 투항하기는커녕 오히려 새 장군을 뽑아 좁파를 공격할 수도 있지 않겠소? 그러니 더 확실한 보장을 해주겠소. 나를 포로로 잡아가는 것은 잠시 미루고 우선 내가 주는 것을 가져가시오.”

 

장군은 천막 벽을 따라 늘어선 바구니들을 가리켰다. “지금 당신이 보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 바로 금이오. 이 잠긴 바구니들 속에는 6개월 동안 나와 나의 부하들이 쓸 금이 들어 있소. 파라오는 이번 원정에 이정도 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 바구니들 안에는 또 이집트에 우호적인 왕자들이나 총독들에게 선사할 목적으로 가져온 보물들이 가득 들어 있소. 이 200개의 바구니들은 이제 당신의 것이오. 자, 보시오.”

 

투티 장군은 이렇게 말한 후 바구니 가운데 하나의 봉함을 뜯고 뚜껑을 열었다. 총독이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니 실제로 바구니 안에는 금과 값비싼 보석들이 들어 있었다. 총독의 표정을 읽고 투티 장군은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이 계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금 당장 이 바구니들을 전부 좁파에 보내드리겠소. 돈이 없으면 우리 병사들은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고, 다른 장군을 뽑을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오. 돈을 가지고 있는 자만이 병사를 지휘할 수 있는 법이니까”

 

투티는 여기까지 말하고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내가 지금 뜯은 이 바구니만은 내 몫으로 남겨 주시오. 설마 이 바구니 하나를 아까워하지는 않으시겠지요?”

좁파의 총독이 듣기에 이 제안은 정말 그럴 듯했다. “좋소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기를 지니지 않은 병사 400명에게 이 바구니들을 나르게 하겠소. 당신과 나는 함께 남아 있다가 이 보물들이 전부 성 안으로 들어가는지 확인합시다. 그런 다음 나는 남아 있는 군사들에게 투항할 것을 명령하겠소.” 총독은 투티 장군의 제안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는 부하를 불러 명령했다. “너는 내 전차를 타고 성문까지 이 바구니들을 나르는 이집트 병사들을 안내해라. 그리고 내 이름을 대고 문을 열어 바구니를 안전하게 성 안으로 들여놓거라, 알겠느냐! 우리의 자와 신께서 투티 장군과 이 모든 선물을 우리에게 보내신 것이다.”

 

투티 장군은 곧 400명의 병사를 불러 무장을 해제하고 두 사람이 바구니 하나씩을 짊어지게 했다. 병사들이 사막을 가로질러 좁파 성을 향해 출발하자 투티가 총독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저는 이제 당신의 신하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에 오기 전에 이집트 파라오의 ‘홀’(권표,權標:권위의 상징)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홀에는 파라오가 가진 비밀의 마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어차피 저의 새 주인은 당신이니 원하시면 지금 보여드리겠습니다.”

 

투티의 말에 총독은 얼른 파라오의 홀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투티는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그 신성한 홀이 보관된 천막 안으로 저를 따라 오십시오.” 천막 안으로 들어간 투티는 파라오의 황금 홀을 꺼내 좁파의 총독에게 보여 주었다. 황금 홀을 본 총독은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린 듯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자, 그 홀을 내 이마에 대주시오. 홀이 지는 마력이 나에게 옮겨올 수 있게 말이오.”

 

그 순간 투티의 눈이 광채를 내뿜더니 신령스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어리석은 좁파의 총독아! 나를 보아라. 너는 파라오 투트모세의 적. 위대한 이집트의 신 아몬 라는 반역자를 쳐부수고 파라오에게 승리를 안겨주는구나!”

 

총독이 ‘아차’하고 후회할 겨를도 없이 투티는 파라오의 황금 홀로 총독의 이마를 내리쳤다. 총독의 두개골은 한 방에 박살이 나고 말았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