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세상만사
- 이집트 이야기 ⅩⅥ, 여인 시대 2
최초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 … 번영 이끌어
이번 호에서도 이집트 여성 파라오의 기원에 대한 신화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막 원정에서 돌아온 파라오 투트모세는 깨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의 영혼 ‘바’와 ‘카’와 ‘쿠’가 이미 육체와 분리된 상태였다. 실제로 투트모세처럼 보이는 육체는 ‘카’인 반면, 인간의 머리와 새의 몸을 한 ‘바’와 섬광처럼 타오르는 불길의 모습인 ‘쿠’는 육체 위를 맴돌고 있었다.
투트모세의 몸에 위대한 신 아몬 라가 들어가자 그의 머리 위로 아몬 라의 상징인 두 개의 깃털이 솟아올랐다. 몸에는 대개 파라오가 권위의 상징으로 착용하던 휘황찬란한 보석 목걸이, 황금과 호박금으로 만든 팔찌가 보였다.
파라오의 몸을 빌린 아몬 라는 첫 여성 파라오를 잉태시키기 위해 왕비 아흐메스와 첫날밤을 보내려고 어두운 궁전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스며나오는 햇빛으로 홀과 방과 복도는 그가 지나는 순간마다 마치 태양이 구름사이를 지나다니는 것처럼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왕비 아흐메스가 자고 있던 방에 투트모세의 몸을 빌린 아몬 라가 도착하자 은과 흑단으로 만들어진 이중문이 열렸다가 그가 통과한 다음 조용히 닫혔다. 방에는 막 결혼한 아름다운 왕비가 사자의 모양을 새긴 황금 침대 위에 한 송이 꽃처럼 누워 있었다. 왕비가 자고 있는 침대로 다가가 앉은 후, 아몬 라는 자신의 상징인 생명의 십자가, 앙크를 그녀의 코에 갖다 대었다.
생명의 숨이 코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녀가 누워있던 침대가 허공에 떠올랐다. 눈을 뜬 아흐메스 왕비가 사방을 둘러보니 황금빛 안개 속에 파라오 투트모세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밝은 빛은 부드럽게 그녀를 어루만지는 듯 했다. 이때 먼 곳에서 메아리치는 듯한 목소리로 투트모세가 말했다. “기뻐하라, 행운의 여인아. 너는 아몬 라의 딸을 잉태하게 될 것이니라. 너의 딸은 이집트의 두 땅을 다스리는 것은 물론 온 세상의 여주인이 될 것이니라.”
아흐메스 왕비는 이 말을 들은 후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왕비 아흐메스를 잉태시키고 천상에 돌아온 아몬 라는 도기의 신 크눔을 불렀다. “인간의 몸을 빚는 도공, 크눔이여! 그대는 지금부터 진흙으로 테베의 왕궁에서 아흐메스와 투트모세 사이에 태어나게 될 하트셉수트를 만들거라.”
크눔이 하트셉수트를 빚은 뒤 모든 이집트가 기뻐하는 가운데 하트셉수트 공주가 태어났다. 아몬 라는 다시 한 번 사랑의 여신 하토르와 그녀의 일곱 딸을 동반하고 나타났다. 모든 이집트가 잠에 빠진 가운데 아몬 라는 어린 하트셉수트를 팔에 안고 이마에 권능의 키스를 하여 위대한 여왕이 되도록 축복했다. 하토르의 일곱 딸이 어린 공주의 운명을 짜자 왕비 아흐메스의 눈앞에 딸의 인생이 펼쳐져 보이기 시작했다.
테베의 동쪽 카르낙 신전에서 아름다운 여왕 하트셉수트가 무릅을 꿇고 앉아 있는데, 아몬 라와 호루스가 그녀의 머리에 성수를 붓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른 신들과 여신들도 열주식 기둥 사이에 서서 그녀를 축복해주고 있었다.
하트셉수트의 옆에는 파라오 투트모세가 앉아 있었다. 북쪽의 델타에 위치한 타니스에서 남쪽의 엘레판티네 섬에 이르기까지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위대한 파라오였다. 이집트 사람들이 위대한 여왕 하트셉수트를 환호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트셉수트는 파라오의 공식 복장을 입고 가짜 수염까지 기른 근엄한 차림으로 앉아 열방의 왕들의 절을 받고 있었다. 열방의 왕들이 가져온 공물들은 궁전 가득 쌓여 있었다.
아흐메스 왕비의 눈에는 하트셉수트가 원정대를 끌고 푼트 지방을 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배들은 홍해를 출발해 중앙 아프리카의 해안선에까지 도달했다. 대추야자 나무 위에 건설한 집들과 원주민들이 사다리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는 것도 보였다. 원정대는 무사히 이집트에 돌아오고 푼트에서 가져온 엄청난 보물들이 파라오 하트셉수트 앞에 쌓였다. 파라오 하트셉수트는 그 가운데 가장 좋은 보물들을 아몬 라를 위한 의식용 보트 앞에 쌓아 놓았고 테베의 제사장들은 그 보물들을 날랐다.
왕비 아흐메스는 마지막으로 건축가, 석공, 조각가들이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을 건설하기 위해 돌을 깎고 다듬고 벽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아흐메스 왕비가 본 미래는 공주 하트셉수트의 인생 동안 하나도 틀리지 않고 이루어졌다. 이집트는 하트셉수트 여왕의 통치하에서 큰 번영을 누렸다. 아몬 라와 하토르 여신의 예언대로 하트셉수트 공주는 자란 후 여자로서는 이집트 사상 최초의 파라오가 되었다.
하트셉수트가 이집트에 번영을 가져온 위대한 여왕이었다면, 그로부터 천오백년 뒤 역시 여자로서 이집트의 이중왕관을 쓴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의 멸망을 장식한 인물이었다. 오늘날 이집트 룩소르에 있는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에는 여왕의 탄생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상형문자로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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