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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포로가 되겠다며 거짓 항복 의사를 전하는데 …

제주한라병원 2018. 7. 30. 10:37

역사 속 세상만사 - 이집트 이야기 ⅩⅦ, 이집트 판 트로이목마 ① -

 

직접 포로가 되겠다며 거짓 항복 의사를 전하는데 …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했던 트로이 목마를 잠시 떠올려보자.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부인이던 헬레나가 트로이의 왕자인 파리스와 사랑에 빠져 트로이로 달아났다. 그러자 그녀를 되찾기 위해 10년 동안 트로이와 전쟁을 벌인 그리스 연합군. 그러나 연합군은 트로이의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공성전에 지쳐갔다. 이 때 오디세우스의 묘안으로 만들어져 졌다는 트로이 목마. 내부에 30명이 숨을 수 있는 거대한 바퀴가 달린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 성에 잠입할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결국 이 작전의 성공으로 트로이 전쟁은 종지부를 찍게 되고 트로이는 함락된다. 이집트 신화에도 트로이의 목마 작전과 유사한 속임수 작전이 있었다.

 위대한 여왕 하트셉수트의 뒤를 이은 파라오 투트모세 3세 때의 일이다. 이집트에 반기를 든 팔레스타인의 도시 ‘좁파’를 함락시키기 위해 파라오의 신임을 받던 장군 ‘투티’가 파라오의 전권 위임을 상징하는 ‘홀’(권표, 權標:권위의 상징)을 가지고 원정을 떠났다. 좁파 시 근처에 도착한 투티 장군의 군대는 몇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 외곽에 진을 쳤다. 도착해서 살펴보니 좁파 시의 성채가 높고 견고했기 때문에 투티 장군은 도시를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에게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그는 좁파 시의 총독에게 사신을 보내 이집트 군의 진영과 좁파 성채 사이의 중간지점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총독이 제안에 응하자 투티 장군은 밤사이 좁파 시의 성문과 이집트 진영에서 동일한 거리의 장소에 천막을 설치했다. 천막은 주변에 나무나 덤불이 없는 개방된 사막의 모래 위에 설치되었다. 따라서 투티 장군이 병사들을 숨길만한 곳은 오직 천막 밖에 없었다. 장군은 천막 뒤에 200개의 커다란 바구니를 준비시켰다.

 다음 날 좁파 시의 총독이 도착하자 투티 장군은 우선 천막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 설치한 차양 아래서 총독을 맞이했다. 그는 총독을 천막 안으로 안내하여 무장한 병사들이 안에 숨어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도록 해서 안심시켰다. 그러자 총독은 자신의 호위병들을 천막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물렸다. 투티 장군 역시 휘하들을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로 물러서게 했다. 그런 다음 단 둘이서 천막 안에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 이 전쟁을 끝낼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누구도 합일점에 도달할 만큼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투티는 총독이 포도주를 많이 마실 수 있도록 잔이 빌 틈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술을 따라 주며 이야기를 끌었다. 총독의 자세는 점점 더 흐트러져 갔다.

 투티 장군은 총독이 충분히 취했다고 생각되자 엿듣는 사람이 없는지 천막 주변을 살핀 후 총독에게 말했다. “친구여, 나는 당신의 성채를 2년 안에 포위해 함락시키라는 명령을 받았소. 나의 주인 투트모세는 돈쓰는 것을 싫어해서, 내가 좁파 시가 너무 견고해 함락시키는데 2년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하면 매우 화를 낼 것이오. 어쩌면 나의 지위와 재산을 몰수할지도 모르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서 투티는 총독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총독은 “그래요? 그럼 당신은 어찌할 생각이오?”

투티가 말했다. “파라오는 나에게 항상 엄한 주인이었소. 당신을 보니 파라오보다 훨씬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같소. 만일 당신이 나를 받아 준다면 당신 편에 서서 파라오에게 대항하고 싶은데... 어떻소?”

총독은 밝은 낯빛으로 말했다. “이보게 친구여. 나의 신, 자와에게 맹세하건대 우리가 파라오의 지배에서 벗어난다면 그대는 우리나라에서 나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이 될 것이오.”

이렇게 말하면서도 총독은 약간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런데 그대가 나를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어찌 확신할 수 있겠소? 그대나 그대의 군사들이 거짓으로 항복한 후 성안에 들어와 다시 적으로 돌변하지 않는다는 법이 있겠소?”

투티가 대답했다. “그렇소. 맹세란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법이지요. 그러므로 나는 어떤 것에도 맹세하지 않으리다. 사실 충성이나 명예 같은 것들은 덧없을 수 있지 않소? 그래서 나는 그대에게 무엇보다 확실한 보장을 주겠소. 나를 직접 잡아가시오.”

“당신 자신 말이오? 그렇지! 당신이 직접 포로가 된다면 당신 말을 믿을 수 있겠소. 누구든 자기 생명만큼 소중한 것을 없으니까!” 총독은 투티의 투항 의사에 대해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