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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해안가 부분별한 개발로 서식지 점점 줄어들어

제주한라병원 2018. 7. 30. 10:43

흑로(Pacific Reef Heron) Ⅱ

 

해안가 부분별한 개발로 서식지 점점 줄어들어

 

 

 

 

 흑로는 제주의 해안에서 번식한다. 그나마 많지 않은 해안 절벽에서 힘겹게 집단으로 번식을 하는데 이 또한 여의치가 않다. 최근 제주의 해안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 하고 있다.

 새들의 먹이 터였던 해안 습지가 매립되어 각종 건물들이 들어서고, 새들이 먹이를 잡고 서식하던 해안가에는 새들 대신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의 해안 거의 대부분에 도로가 개설되어 사람들이 접근하기에 너무도 쉬워졌다. 특히 레저를 즐기기 위한 낚시꾼들의 증가로 해안절벽은 그야말로 만원이다. 새들에게는 사람들이 두려움의 대상인데, 이곳에 어떻게 둥지를 짓고 어린 새를 키울 수 있겠는가. 몇 해 전에는 집단번식지에서 번식과정을 촬영하겠노라고 소위 생태사진을 촬영한다는 사람들이 어미 새들보다 더 오랫동안 둥지를 지키며 촬영하여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와 같은 일이 있은 다음 해에는 번식 숫자가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지금 번식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기는 하지만 매해 반복되는 과정이 지금도 흑로 번식지에는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더 늦지 않게 관계당국이 나서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흑로 서식지를 보호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정하기 전에 아끼고 보살피는 것이 개체 수 보존에 선행하여야 할 일이다. 그렇다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기념물 지정 후에는 늦은 것이다. 기념물로 지정되기 전에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면 굳이 기념물로 지정하지 않아도 수많은 동식물들이 우리들 곁에서 계속 같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서 기념물 지정이 어렵다면 먼저 제주도에서 나서서 제주도 지정기념물로 선정하여 흑로의 개체 보호를 서두르는 것은 어떨까 감히 제안해 본다.

 흑로는 백로과 중에서 깃털이 검게 보인다. 그래서 흑로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면 완전히 검은색이 아니라 아주 예쁜 회색이다. 번식기에는 머리에 장식깃이 생기며 바닷가 절벽에 마른 풀 줄기와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넓은 둥지를 만든다.

부리는 노랗고 목이 길어 갯바위에서 먹이 사냥(물고기)을 하는데, 간혹 날개를 펴서 그늘을 만들어 물고기를 유인하여 잡아먹기도 한다. 먹이를 잡을 때는 바위 위에 납작 엎드려 한참을 기다리다 수면 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잽싸게 낚아챈다. 기다릴 줄 아는 사냥꾼인 것이다.

 크기는 58-62cm 정도의 비교적 큰 새이며 제주에서는 1년 내내 관찰할 수 있다.

 

 

<지남준 ‧ 조류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