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설문지 등 다면적 · 종합적 검사 통해 진단
ADHD |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을 보이는 아동청소년기 대표적 질환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ADHD는 단순히 부산스럽고 산만하다는 것만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심하게 움직이고 부산스러운 과잉행동(hyperactivity)과 집중력이 짧고 끈기가 없어 쉽게 싫증을 내는 주의력 부족(inattention), 참을성이 적고 감정변화가 심한 충동적 행동(impulsivity)의 세 가지 주된 특징이 학교나 가정생활, 또래관계 등에 분명한 어려움을 초래할 때 진단이 이루어진다.
이런 ADHD에 대해 매년 2000편 이상의 관련 연구가 보고될 정도로 다양한 유전신경학적 요인이 관여된 대뇌 질환이라는 과학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주의집중을 못하고 산만하다’는 문제는 일반 아이들에게서도 흔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산만함과 ADHD와의 경계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으며 기질이나 성격, 훈육, 교육 환경 등이 ADHD와 관련이 있다는 오해가 초래되기도 한다.
ADHD와 관련된 몇가지 오해들을 살펴보면 우선 진짜 질병이냐 하는 것이다. 일부에선 ADHD가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환이라거나, 부모의 양육태도가 ADHD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산만하고 버릇없는 아이들을 체벌하는 대신 함께 놀아주고 대화법을 수정하도록 부모교육을 시키는 TV 프로그램의 처방 등은 그 의도나 전체적인 맥락과는 무관하게 부모의 양육태도가 ADHD를 유발 및 악화시킨다는 오해를 더욱더 강화시킨다.
하지만 ADHD는 여러 측면에서 아이에게 어려움을 초래시키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주의산만함의 문제이며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의 비교연구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대뇌의 기저핵(basal ganglia)과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의 구조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 영상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유전요인을 분석하는 쌍생아 연구에서도 일란성 쌍생아가 이란성 쌍생아에 비해 ADHD가 일치할 확률이 높았으며 이는 환경적인 요인보다 유전적 요인이 더욱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부적절한 양육, 생애 초기 경험, 사회경제적 여건 등이 중요할 수 있겠으나 흔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 원인으로서의 영향은 비교적 적은 것이다.
또다른 오해 중 하나는 과연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신과적 진단은 신체질환의 진단과는 달리 비정상과 정상의 구분이 어려우며 MRI나 혈액검사 같은 객관적 검사로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한계가 ADHD의 진단이 불가능하거나 자의적이고 부정확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순 없다. ADHD 진단은 면담, 평가도구 및 설문지, 신경심리 검사 등을 통해 다면적이고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히 ADHD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뿐만 아니라 ADHD와 공존하여 아동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우울, 불안 혹은 반항행동 등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살피게 되며 아이가 갖고 있는 고유한 강점과 가족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에 대해서도 평가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신과 의사들이 몇가지 행동관찰이나 부모로부터의 단편적인 의견만 듣고 ADHD를 진단하는 일은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ADHD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 중에는 우리 아이가 집중도 잘하고 머리도 좋다는데 어떻게 ADHD가 될 수 있냐는 것도 있다. 주의가 산만하다고 하여 모든 상황에서 집중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DHD 아이들은 활동에 있어 호불호가 지나치게 확실하여 게임이나 만화영화같이 본인이 재미있어 하거나 즉각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는 활동에서는 수시간씩 집중하기도 한다.
단순한 집중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주의력’ 과 ‘집중력’이 상충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주의력’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하는 힘을 의미하는 ‘집중력’보다는 좀더 광의의 개념으로 여러가지 자극 중에 선택하여 정신적 에너지를 할당하고 유지하며 통제하는 능력이다. 좀더 쉽게 말해, 하기 싫지만 해야 한다면 주변의 유혹과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ADHD 아동들은 목표를 위해 한가지 일을 꾸준히 지속하여 끝마치지 못하고 쉽게 주의가 흐트러져 이것저것 사소한 것에 관심을 보이며 제한된 시간에 과제를 마치지 못하는 문제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더불어 부모나 교사의 지시를 금새 잊어버리거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기도 한다.
ADHD와 관련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이자 가장 큰 오해는 바로 약물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아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뒤따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의 두려움은 ADHD 아이에게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오해를 더욱더 굳은 신념으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ADHD 아동의 70-80%에서 매우 효과가 있다. ADHD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더불어 1990년대 초 미국국립정신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NIMH)을 중심으로 ADHD의 치료에서의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비약물치료 중 하나)의 효과성에 관한 미국 역사상 상당히 큰 대규모 연구가 이뤄졌다. 연구진들은 약물치료를 시행한 집단이 행동치료에 비해 우수한 결과를 보였으며 행동치료를 약물치료와 함께 시행할 경우 ADHD 이외의 증상 및 기능적 예후에 장점이 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물론 이 결과가 약물치료 이외의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이나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처럼 추가적인 검증연구가 진행 중인 치료들도 있지만 충분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기 전까진 효과가 약물에 비해 부족하거나 개별적인 성공 사례 수준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된 치료법이라고 할 순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ADHD 치료는 약물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으며 대인관계기술 훈련, 학습동기증진 프로그램, 불안 및 우울 장애 치료 등이 함께 이루어지거나 선행되는 경우가 많다.
산만한 정도가 아이의 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준이라면 정확하게 전문가와 상의해 본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문가와 함께 아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해서 아이가 집중하여 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면 ADHD를 극복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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