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세상만사 - 최순실과 피톤 Ⅱ -
어둠을 빛으로 이겨내고 화합과 축제의 장 열려
최순실 등 일당이 저지른 국정농단의 난맥상은 문화, 체육, 경제, 외교, 국방 등 그 끝을 짐작하기 힘든 듯 하다. 결국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법재판소 심판을 앞두고 있다. 이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보여준 기괴하기까지 한 모습은 신화 속 거대한 왕뱀, 피톤(Python)의 느낌을 닮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밝은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번 과정을 대한민국 역사의 커다란 전환점이자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거름으로 기어코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마치 신화 속 피톤의 어두움이 지나고 난 뒤에는, 그를 해치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축제가 생겨났듯이 말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피톤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신화에서 인간 이외의 다른 동물은 대홍수 뒤 땅에 남아있던 습기가 햇볕에 뜨거워질 즈음 생겨났다. 늪지의 진흙이 열기에 부풀어 오르고, 만물의 씨앗은 어머니 자궁 안에 든 것처럼 부풀어 올라 시간이 흐르자 일정한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대홍수 후 범람해 있던 나일 강이 원래의 물길로 되돌아가자 범람한 곳에 쌓여 있던 진흙은 햇볕을 받아 뜨거워졌고, 흙속에서 수많은 동물이 저절로 생겨나고 자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동물들 중에는 동물의 씨앗에서 자라난 것도 있고, 뻘에서 생겨나 막 기어 나온 것들도 있었다. 물론 아직 채 온전히 자라지 못한 것도 있었고, 몸의 일부는 생명체인데 나머지는 아직 흙덩어리인 것도 있었다. 뜨거운 태양이 대홍수가 지나간 자리의 뻘을 달구자 여기서 수많은 생명이 탄생했다. 개중에는 홍수 이전에 있던 것도 있고, 전혀 새롭게 태어난 것도 있었다.
대지의 여신이, 누우면 산자락 하나를 덮을 만큼 큰 왕뱀, ‘피톤’을 지어 낸 것도 바로 이때였다. 이렇게 큰 짐승을 본 적 없는 인류에게 왕뱀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활의 신, 아폴론이 나서 왕뱀을 향해 화살통이 다 빌 때까지 활을 쏘아 결국 죽이고 만다.
아폴론은 최초의 왕뱀 피톤을 죽인 영웅적인 업적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이 이 행적을 잊지 않도록 이를 기념하는 운동경기 대회가 창시되었다. 바로 ‘피티아’ 대회다.
피티아 대회(Pythian Games)는 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 대회 다음으로 중요한 대회였다. 피티아 대회는 피톤을 물리치고 델포이를 차지한 아폴론을 찬양하고 기념하기 위해 8년마다 열렸다. 처음에는 음악대회만 개최되었다. 기원전 590년 이후 피티아 대회는 4년마다 열렸고 음악대회뿐만 아니라 육상, 씨름, 마술(馬術)대회까지 함께 펼쳐졌다. 다양한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는 떡갈나무 잎으로 만든 관을 상으로 받았다(당시에는 월계수로 만든 월계관이 없었다). 아폴론도 머리카락이 흘러내릴 때에는 이 관을 썼다. 그러나 다프네가 월계수로 몸 바꾸기를 한 후로는 떡갈나무 관이 월계관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그리스에서는 월계수를 ‘다프니’라고 부른다.
피티아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모든 적대행위, 전쟁의 중지를 명하는 성스러운 협정이 전체 그리스에 선포되는데 무려 3개월이나 효력을 발휘했다. 그리스 각지 사람들이 대회기간 동안 무사히 델포이를 방문하고 귀향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경기가 시작되면 그리스 각지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델포이를 찾아왔다.
한편 왕뱀 피톤에게는 역시 왕뱀인 아내 피티아가 있었다. 제우스는 남편을 잃고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피티아를 불쌍히 여겨 인간으로 몸 바꾸기를 해준다. 그 뒤로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의 신전을 지키게 했다. 피티아는 사람들이 아폴론 신의 뜻을 물으러 신전에 찾아오면 갈라진 땅 속에서 나오는 증기를 마시고 무아지경에 빠진 채 예언의 신 아폴론의 뜻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아폴론이 예언의 신 노릇을 하게 된 것이 바로 피티아 덕분이다.
아폴론 신전의 이름인 ‘델포이’라는 말은 원래 ‘자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피티아에게는 ‘델피네’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이는 델포이의 여성형이다. 다시 말해 피티아는 대지의 자궁(델포이)인 땅 속에서 나오는 증기를 마시고, 예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후 뱀은 죽음, 예언, 저승, 의술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결국 왕뱀 피톤의 출현은 인류에게 큰 두려움과 도전이었지만, 그 어두움을 겪어내고 난 뒤에는 화합과 축제의 마당이 열렸다. 최순실과 그 일당의 어두움을 빛으로 이겨내고 나면 우리는 반드시 더 나은 대한민국 위에 서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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