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세상만사- 형제애의 표상, 디오스쿠로이 Ⅱ -
폴리데우케스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간청해…
지난 호에서 고인이 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충남 서산-태안 지역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성일종 형제의 사연을 살펴봤다. 형이 세상을 등진 후 1년만에 그 지역구에 출마하여 당선된 동생 성의종 당선인은 “당선증을 받으면 가장 먼저 형님 묘소에 달려갈 것”이라는 말로 깊은 형제애를 표현했었다.
‘제우스의 젊은 아들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디오스쿠로이 형제, 즉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 형제는 신화 속의 대표적인 형제애를 자랑한다. 디오스쿠로이 형제로 불리는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는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우스와 그의 아내 레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여기엔 약간의 논란도 있다. 그것은 폴리데우케스의 출생에 제우스가 개입했기 때문이다. 개입이라는 표현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제우스가 바람을 피운 것이다.
어느날 헤라의 감시를 피해 레다에게 한눈을 판 제우스는 자신의 수많은 변신 이벤트 중에서도 유명한 백조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녀에게 접근해서 사랑을 나누었다. 이러한 제우스의 외도 행태는 워낙 유명해서 혹자는 그리스인 대부분이 제우스의 자손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폴리데우케스와 트로이전쟁의 원인이 된 그의 누이 헬레나는 바로 제우스와 레다 사이의 결실이라고 전해진다. 반면에 카스토르와 그의 또다른 누이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틴다레우스의 친자식이라고 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후에 트로이전쟁의 그리스측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아내가 되어, 아가멤논의 가문이 겪게 될 커다란 불행의 중심인물이 된다)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는 아주 젊었을 때부터 모험심에 넘쳤다. 그들은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에 참여하여 이아손의 지휘아래 아르고 호를 타고 황금 양모를 구하러 콜키스로 떠난다. 그 길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낸 것은 폴리데우케스. 뛰어난 권투선수였던 그는, 목숨을 걸고 맨주먹으로 권투 시합을 하자며 그리스인들에게 도전해온 야만족 왕을 때려 눕혔다. 콜키스에서 돌아온 후 이들은 칼리돈의 무서운 멧돼지를 잡는 사냥에도 참가했지만, 이 멧돼지는 결국 헤라클레스의 손에 죽게 된다. 이들은 또 테세우스가 누이인 헬레나를 납치하자 이 유명한 영웅과 맞서 헬레나를 무사히 집으로 데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여성들에게 아주 점잖았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숙부인 레우키포스의 두 딸을 강제로 납치했다. 물론 이 약탈도 형제가 함께 저질렀고, 아름다운 노획물도 우애있게(?) 나누었다. (신화시대에 신부를 납치 또는 약탈해 오는 것은, 과거 우리 역사속 과부보쌈 풍속처럼 일상적인 결혼방식의 하나였다는 것은 전에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은 납치해 온 자신들의 사촌과 가정을 꾸몄는데, 그일로 인해 위험한 적들이 생겼다. 다름 아닌 신부들의 남자 형제였던 이다스와 린케우스였다.
이다스와 린케우스는 처음에는 디오스쿠로이 형제들과 우정을 맺으려는 척하며 이들과 함께 소떼를 훔친다. 그러나 노획물을 나누면서 다툼은 시작되었다. 이다스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말 4분의 1 마리를 제일 먼저 먹어치우는 사람이 노획물의 반을 갖고, 두 번째로 먹어치우는 사람이 나머지 반을 갖는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다. 이들 형제는 식성에 있어서는 자신들을 당할 자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레우키포스의 아들들이훔친 소떼를 전부 끌고 돌아갔다.
그러나 그리 오래지 않아 디오스쿠로이 형제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기회를 잡아 이 소떼를 전부 다시 훔쳐냈다. 이다스와 린케우스는 즉시 이들을 뒤쫓았고 천리안을 갖고 있던 린케우스가 이 추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여 디오스쿠로이들은 결국 잡히고 만다. 당연히 엄청난 싸움이 벌어졌고, 가장 오래된 신화 버전에 의하면 이 싸움에서 이들 넷이 모두 죽는다.
그러나 그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왜냐하면 폴리데우케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라서 불사의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여기에서 디오스쿠로이 신화의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 중 하나가 생겨난다.
자신은 불사의 행복을 누리는데 제 형제는 어두운 타르타로스에 영원히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슬퍼한 폴리데우케스가, 아버지 제우스에게 카스토르와 함께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한 것이다. 제우스는 이 청을 너무도 갸륵하게 여겨 두 형제가 반은 타르타로스에서, 그리고 나머지 반은 올림포스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해주게 된다.
이렇게 하여 디오스쿠로이는 그 무엇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형제애와 우정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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