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세상만사 - 영웅 테세우스 4 -
아테네 귀환후 고대 도시국가로 성장위한 기틀 다져
아테네의 전설적인 왕이 된 테세우스의 성공스토리는 기원전 6세기에 아테네가 농업국에서 해양국으로 발돋움하여, 미노스 왕의 크레타가 오래전부터 쥐고 있던 에게 해의 패권을 빼앗아오는데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었다. 아테네 사람들은 또 테세우스의 생부일 수도 있는 막강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이 영웅을 도와주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테세우스 일행이 크레타의 미노스 왕으로부터 벗어나 먼 길을 항해해 아테네에 거의 당도할 무렵, 이들은 잠시 낙소스 섬에 정박한다. 그런데 테세우스는 다시 길을 떠나면서 무심하게도 아리아드네를 이 섬에 홀로 남겨둔다. 왜였을까? 어떤 이들은 아테네에 무사히 귀향할 수 있도록 도왔던 아리아드네의 역할이 다 끝났기 때문에 테세우스가 그녀를 버린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들은 디오니소스 신이 그의 꿈에 나타나 아리아드네가 자신의 아내가 될 몸이라고 경고하여서 테세우스가 신의 요구에 대항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이 영웅을 옹호하기도 한다. 한편 그리스의 시인 호머는 <오디세이아>에서 아리아드네는 단순히 테세우스에게 버림받은 것이 아니고 아르테미스 여신에 의해 이 섬에서 살해당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전설 속의 영웅들은 첫 번째 모험길에서 아내를 얻어 귀향하는 법이 거의 없기는 했다. 대개 왕이나 장인(마이스터)이 되어 한 곳에 정착한 후에야 아내를 구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왕이 된 테세우스는 훗날 아리아드네의 동생 페드라와 결혼한다. 이걸 보면 그가 아리아드네를 진심으로 사랑하였거나 최소한 그녀의 집안을 특별히 생각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왕이 된다는 흥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도망자의 조급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아리아드네를 버려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슬픔 때문이었는지 테세우스는 아버지 아이게우스와 약속한대로 검정 돛이 아닌 흰 돛으로 바꿔달고 아티카로 귀향해야 한다는 것을 깜박 잊고 말았다. 해안가에서 귀향하는 테세우스 일행의 배에 검정 돛이 달린 것을 보고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한 노왕 아이게우스는 심히 낙담하여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고 말았다. 그의 무덤이 된 이 바다는 그 후 아이게우스의 바다, 즉 에게 해(海)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아테네 국민들은 머나먼 크레타에서 이루어낸 테세우스의 영웅적 업적에 열광했다. 이 젊은 왕은 이를 통해 대중들로부터 얻게 된 막강한 권력과 신망을 기반으로 정치적 장인(마이스터)으로서 걸작인 아테네를 만들어가게 된다. 그는 자치권을 지니고 있던 아티카 지방의 많은 부락들을 흡수하고 아테네를 그 중심으로 만들어 갔다. 이러하여 테세우스는 아테네가 훗날 고대의 가장 중요한 도시국가로 성장하는 튼튼한 토대를 다져가게 된다.
한편 이 영웅과 신화 속 극강 미녀, 헬레나와의 스토리도 빠질 수 없겠다. 테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여주인공 바로 그 헬레나와도 스캔들이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제우스이고, 어머니는 레다였으니 그 미모야 오죽했으랴. 헬레나의 미모에 대한 소문은 테세우스의 귀에도 들어갔다. 테세우스는 그의 친구이자 라피테스의 왕인 페이리토스와 함께 오직 제우스의 딸들만이 자신들의 부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작당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아직은 나이 어린 헬레나를 함께 납치하여 아테네로 데려온다. 그녀는 향후 테세우스의 부인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테세우스는 절친 페이리토스에게도 제우스의 딸 중 한 명을 부인으로 얻도록 도와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친구는 하필이면 저승세계를 다스리는 신 하데스(제우스의 동생)의 아내인 페르세포네를 납치하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우스의 딸, 헬레나를 제 부인으로 삼겠다며 납치해다 놓고서는, 그녀의 삼촌 부인을 납치하려 한 것이니 참 어처구니없긴 하지만 신화시대에는 신부를 약탈해오는 것이 지극히 일상적인 결혼방식 중의 하나였으니 너그러이 봐줘야 하겠다.
친구를 위해 할 수 없이 이를 실행하려 저승세계에 찾아들었다가 테세우스는 하데스의 의해 의자에 결박당한 채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다행히 또 다른 불세출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그를 풀어주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사이 헬레나의 오빠들인 디오스쿠로이 형제가 그녀를 구출해 고향 스파르타로 되돌아가버렸다. 불세출의 영웅 테세우스였지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 다음 호에서는 헬라나의 오빠들인 형제애의 상징이 된 디스쿠로이 이야기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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