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세상만사 - 메데이아 Ⅱ-
이아손과 사랑에 빠져 그를 무조건 돕기 시작해…
친자 살해의 신화 속 주인공 메데이아 얘기를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강인한 의지로 남자를 도와 그의 현재의 영광이 있게 헌신한 여자. 그러나 남자는 비정하게도 여자를 버리고 다른 젊은 여자에게로 떠난다. 여자는 이에 대해 잔인하게 복수한다. TV드라마에서 나온대도 어색할 것 전혀 없는 이 설정이,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인 메데이아 신화의 요체다.
메데이아는 흑해 북쪽 해안의 야만국 콜키스의 왕(아이에테스)의 딸이었다. 뛰어난 마법의 능력을 지닌 요정 키르케가 그녀의 고모였으며, 그녀 자신도 놀라운 마법을 많이 갖고 있었다.
한편, 그녀의 아버지가 소유한 것 중 가장 귀한 보물은 황금 양모였다. 이 양모는 하늘을 나는 신비한 양 크라리아에게서 나온 것으로, 크라리아는 보이오티아의 왕자 프릭소스를 태우고 바다를 건너 콜키스로 날아온 후 이 왕자에 의해 신들에게 제물로 바쳐졌다. 아이에테스는 프릭소스를 처음에는 매우 환대하여 메데이아의 언니를 아내로 주어 사위로 삼기까지 했다. 그러나 자신이 이방인의 손에 죽임을 당하리라는 신탁을 받고는 프릭소스를 의심하여 살해하고 만다. 그러나 프릭소스는 정작 신탁이 말한 그 이방인이 아니었다.
신탁이 말한 이방인은 이아손이 이끄는 아르고 원정대였다. 이아손은 펠리아스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난 이올코스의 왕, 아이손의 아들이다. 펠리아스는 적법한 왕위 계승자인 이아손을 없애기 위한 계략으로, 왕위에 오르기 전에 우선 영웅적인 일을 해야 한다며 저 유명한 황금 양모를 구해오라고 이아손을 부추긴다. 물론 이아손이 살아서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서 꾸민 일이었다. 젊은 혈기와 의욕에 넘친 이아손은 즉시 아르고 호라는 거대한 배를 건조하게 하고, 그리스 각지에서 콜키스 원정에 참여할 영웅들을 모집했다. 무적의 헤라클레스, 가수 오르페우스, 항상 붙어다니는 디오스쿠로이 형제 등 내로라 하는 당대의 영웅들이 모여들었다.
모험심에 불타는 영웅들을 태운 아르고 호가 마침내 콜키스 해안에 도착하자 아이에테스는 처음에는 이들을 극진히 환대하였다. 그러나 이아손이 황금 양모를 요구하자 냉담해진 그는 이아손과 그 일행을 처치하기 위해 계책을 꾸민다. 그는 황금 양모와 교환할 조건을 이아손에게 내걸었다.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선물한 황소 두 마리를 멍에에 매어 이 소들로 나흘걸이 밭을 갈고 그 밭에다 아테나 여신이 그에게 선물한 용의 이빨을 파종하라는 것이었다. 그 소들은 청동발굽에 입에서는 불을 내뿜는 괴물이었고, 용의 이빨은 뿌려지면 무기를 든 거인이 되어 파종한 사람을 공격하도록 되어 있었다. 불가능한 과제인 셈이었다. 이처럼 어려운 과제 앞에 놓인 이아손에게 드라마틱하게도 신의 도움이 주어지게 된다.
순서는 이러했다. 헤라 여신은 펠리아스가 불법적으로 이올코스의 왕이 된 것과 자신에 대한 제사를 소홀히 한 데 앙심을 품고 있었고, 이에 대한 보복을 위해 메데이아를 점찍어 두었다. 그리고 메데이아를 이올코스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이아손의 역할이 필요했다. 그래서 헤라는 아프로디테에게 도움을 청하고, 아프로디테는 에로스로 하여금 사랑의 화살을 이아손과 함께 있던 메데이아에게 쏘도록 지시한다. 화살을 맞은 메데이아는 즉시 이아손을 사랑하게 된다.
이아손과 사랑에 빠진 메데이아는 그를 무조건적으로 돕기 시작한다. 이아손도 그녀를 자신의 고향으로 데려가 아내로 삼겠다고 맹세했다. 메데이아는 먼저 이아손에게 황소가 내뿜는 불에 견딜 수 있는 신비한 약을 주었다. 그리고 용의 이빨을 처리할 방법도 주었다. 이 용의 이빨에서 자라나는 거인들은 싸움에는 뛰어나지만 머리는 매우 아둔하여, 그들의 한가운데에 돌을 던지면 그들은 서로 상대방이 그 돌을 던졌다고 옥신각신하며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모두 죽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아손은 메데이아가 시킨대로 황소에 멍에를 매고 하루 만에 밭을 간 후 그날 밤 밭에 용의 이빨을 뿌렸다. 그리고는 메데이아의 말대로 하자 용의 이빨에서 자라난 거인들이 싸움을 벌여 서로 죽이기 시작했다. 아직 죽지 않은 거인들은 이아손이 직접 나서 차례로 처치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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