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곶자왈의 최하층 부분인 지질도 ‘다양’
제주 지하수의 요람 서귀포층
제주섬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한라산, 오름, 곶자왈, 뱅디, 용암동굴, 조간대(해안가) 등의 지형은 대부분 화산활동의 산물이다. 제주섬이 현재와 같은 해수면의 높이가 된 것은 불과 5,000~6,000년 전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2,000년 이전에 제주섬은 중국, 한반도, 일본 등과 연결되어 있는 육지였다는 설이 있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130m 낮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차하는 와중에 마그마가 물과 만나서 만들어지는 수성화산활동이 있었고, 그 수성화산체들이 침식되어 퇴적되면서 그 위에 이어지는 화산활동과 지구조운동의 결과 제주도가 탄생한 것으로 지질학자들은 보고 있다.
제주섬을 떠받치고 있는 최하부 지층은 해양상황에서 쌓여있는 뻘, 제주도 형성초기의 수성화산체(얕은 바다에서 분출한 화산), 그것들의 재퇴적층 등으로 이루어진 서귀포층이다. 우리는 서귀포층의 화석을 통하여 제주도 형성 초기의 환경을 알 수 있다. 서귀포층은 지하수의 형성과 흐름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지층으로 제주의 지하수를 만들어내는 요람인 셈이다. 제주섬에 눈비가 오면 지하로 들어가 서귀포층을 만나 더 이상 침투하지 못하고 서귀포층을 따라 낮은 해안쪽으로 흘러가게 되고 해안가에서 용출하게 된다. 해안을 따라 형성된 제주섬의 마을들은 서귀포층의 산물인 셈이다.
이러한 서귀포층을 찾아서 서귀포시 예례동에서 대평리까지 따라가 보자. 예래동 동사무소 바로 남쪽의 솔오름은 서귀포층이 융기하여 이루어진 오름이다. 오름 사면의 과수원에서 드러난 서귀포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예례동은 이러한 서귀포층 위에 얹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귀포층은 해양에서 생성되거나 재퇴적된 지층이기 때문에 가끔 해양생물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예례동과 대평리 사이에 ‘군산(軍山)’이 있다. 원래 이름은 ‘굴뫼’라고 하는 오름인데, 굴러온 오름이라는 뜻이다. 전설에 의하면 훈장인 강선생의 가르침에 감사하여 안덕계곡의 시끄러운 물소리를 막아주기 위해 용왕의 아들이 갑자기 생기게 하여준 오름이다. 굴러온 오름과 융기된 산체라는 지질학적인 지형의 성인이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 군산의 중턱 과수원의 드러난 지층에서 보이는 조개화석은 이 산체가 솟아오른 지형이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현재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있던 지층이 높이 들어올려졌다는 것이 놀랍다. 군산의 지층을 살펴보면 다른 오름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과는 사뭇 다르다. 제주 오름 모두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체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군산을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대평리(大平里) 마을과 박수기정이 있다. ‘대평리’는 제주어로 밖으로 나간 들판을 의미하는 ‘난드르’의 한자표기이다. 이 마을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 온다. 옛날에 이 마을 사람들은 군산으로 난 길로 돌아서 화순지역까지 가야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서씨 할망이 가산을 털어 석수장이들을 불러들여 암벽지대를 정으로 쪼아서 가파른 길을 만듦으로써 바깥나들이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당을 만들어서 서씨 할망을 당신(堂神)으로 모시고 있다.
대평리 포구와 박수기정은 절경이다. ‘박수기정’이라는 이름은 ‘기정’(절벽의 제주어) 위에서 사람들이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렸기 때문에(혹은 물이 맑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절벽은 융기된 서귀포층을 용암이 관통하여 만들어진 지형이다. 올레길의 일부분인 ‘몰질’(말길의 제주어)을 따라 절벽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박수기정 밑의 당케라는 바닷가에서 낚시하는 강태공들의 모습도 볼 만하다. 바닷가를 따라 박수기정의 아래 부분을 가 볼 수 있지만 최근 절벽에서 바위가 자주 떨어져 안내인이 없이는 접근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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