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벚나무 원산지…자생식물 1,700여종 분포
제주는 식물의 寶庫
많은 석학들은 생물다양성의 감소 및 환경파괴의 문제를 꼽고 있다. 지구의 생명은 언제나 한쪽에서는 사라지고, 다른 쪽에서는 새롭게 피어나며 이어져왔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새로운 종이 분화하는 속도보다 절멸해버리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지구는 공룡이 절멸한 사건을 비롯해 여러 번의 절멸사건들을 겪었지만 생물 다양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그 옛날 하찮은 단세포생물로 시작했을지라도 지구의 생명은 끊임없이 분화와 진화를 계속해왔으며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생산자 계층인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전의 대 절멸사건은 주로 천재지변에 의한 것으로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인간이라는 영장류 한 종의 손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폭력이다. 이런 때에 제주도의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그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지구를 살리는 한 가지 선한 행동이 될 것이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식물의 수는 몇 개일까? 그 중에 제주도에만 있는 중요한 식물들은 얼마나 되며, 우리가 보호해야 할 멸종 위기 식물은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제주의 식물을 조사하고, 그 표본을 만든 사람은 제주에 신부님으로 부임했던 프랑스의 선교사 다케신부라고 한다. 1911년에 서귀포 복자수도원에 온주밀감 묘목을 일본에서 들여와 심었던 분이기도 하고….
지난 4월 9일 왕벚나무 자원화의 모본으로 삼는 기준어미나무 명명식을 했던 왕벚나무를 1908년 관음사에서 채집한 분도 다케신부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제주에서 직접 조사하고, 채집한 표본 등을 1914년 나카이(NAKAI)가 감정하여 처음으로 제주도의 식물상을 보고하였는데 이때 보고된 제주도의 식물은 1,400여종이었다. 그 후 1968년 한라산의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조사에서 1,700여종이 보고되었고, 2006년 국립산림과학원 김찬수 박사의 조사에 의해 귀화식물포함 2,000개 정도의 종류로 정리되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종이 새롭게 밝혀져 추가될 가능성이 있고, 외래식물들이 많이 유입되기 때문에 현재 제주도에서 자라는 식물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생식물의 급격한 증가는 없을 것으로 예측되므로 귀화식물 및 재배 식물 등을 제외한 제주도의 자생 식물은 1700종 정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나라의 총 식물 종수인 약 4500여종의 45%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좁은 면적에 많은 생물종수가 분포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의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마도 연륙되었다가 섬으로 격리되면서 식물들의 피난이 이루어졌고, 한라산이 다양한 기온 분포가 가능하도록 난대, 온대, 아열대 등의 구간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주도에만 있는 제주도의 특산식물은 특수한 입지조건에 오랜 기간 동안 적응하여 대를 이어오면서 기후나 토양환경 등에 알맞게 진화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학자에 따라 조금 많이 보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이 90종 정도로 보고 있으며 대부분 한라산의 고지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특산식물들은 우리나라 또는 제주도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서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이들 특산식물은 종 다양성의 차원에서나 식물자원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귀중한 자원으로 보호될 필요가 있다.
최근 한라산연구소 고정군은 2007년부터 3년간 현지 조사하여 지금까지 알려진 특산식물 88종을 확인하였다. 특히 이러한 특산식물 중 세계적으로 제주도에만 분포하는 종은 총 56종류이고 나머지 32종류는 제주도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 분포하는 한국특산식물로 분석하였다.
주요 제주특산식물은 두잎감자난, 한라장구채, 사옥, 한라솜다리, 한라고들빼기, 바늘엉겅퀴, 눈개쑥부쟁이, 두메대극, 섬쥐손이, 제주황기, 한라개승마, 섬바위장대, 섬매발톱나무, 애기솔나물 등이 있다.
또한 제주도에는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식물도 있는데, 2012년 개정된 보호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된 종은 우리나라에 77종이고, 이중에 1급은 8종인데 제주도에는 나도풍란, 만년콩, 암매(돌매화나무), 죽백란, 풍란, 한란 등 6종이 분포하고 있다. 그만큼 제주도의 식물분포는 학술적으로 그 중요성도 클 뿐 아니라 자원보호 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자연생태계의 훼손과 무분별한 채취, 개발로 인해 제주도에 분포하는 식물들이 멸종위기종으로 더 지정되어야 할지 모른다. 제주도에서 그 식물들이 살아남는다면 말이다.
식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생육지의 파괴, 무분별한 벌채, 식물종의 과도한 이용, 환경오염물질의 영향, 외래종의 무분별한 도입 등과 같은 인위적인 요인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제주에서는 약용 및 식용 등으로 남채하는 일이 가장 위험한 요소로 보인다. 잎을 뜯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뿌리까지 뽑아와 이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 제주 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한 번 쯤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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