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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조화가 빚어낸 신비의 아이콘 ‘목화의 성’

제주한라병원 2014. 10. 28. 11:14

자연의 조화가 빚어낸 신비의 아이콘 ‘목화의 성’
터키 파묵칼레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와 함께 신혼여행을 온 파묵칼레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남아프리카 공화국공의 테이블마운틴, 호주의 블루마운틴 등 지구별에는 자연이 빚어놓은 신비함이 가득한 곳이 많다. 그 중에서 터키의 파묵칼레는 자연의 시간이 빚어놓은 최고의 결정체가 아닐까? 목화솜처럼 새하얗게 빛나는 석회층과 그 위로 흘러내리는 온천물이 만들어낸 풍경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이집트 파라오였던 클레오파트라도 자신의 얼굴보다 더 아름다운 파묵칼레를 찾았을 만큼 이곳의 비경은 신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선계를 연상케 한다.


터키어로 파묵은 ‘목화’를 뜻하고, 칼레는 ‘성’을 뜻하므로 파묵칼레는 ‘목화의 성’이라는 뜻이다. 이유는 멀리서 보면 속내를 드러낸 하얀 목화솜이 마치 성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두 눈으로 담기 어려운 파묵칼레는 지구별의 신비함 그 자체를 말해주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이것은 석회성분이 다량으로 포함된 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결정체를 만들고 이것이 점차적으로 퇴적되면서 현재와 같이 희귀하고 신비스런 풍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특히 석회층이 패인 곳에 온천수가 흘러들어가 묘한 빛깔을 내는 것도 이색적이다. 해질녘 이곳에 서면 붉은 태양이 온천수에 녹아들어가 한낮에 보았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이 바로 여기에 펼쳐진다.

 

 

질 좋은 온천수로 인해 로마제국 시절부터 온천의 도시로 명성을 날렸던 곳, 파묵칼레 

하얀 석회 성분과 푸른 온천물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빚어낸다. 

지구별에서 가장 이색적인 도시, 파묵칼레 


로마시대 때부터 온천지로 각광받은 파묵칼레는 질 좋은 칼슘 중탄산염을 함유한 온천수가 솟아난다. 질 좋은 온천수 때문인지 클레오파트라는 두 번째 사랑한 남자, 안토니우스와 함께 신혼여행으로 파묵칼레를 선택했다. 카이사르의 죽음으로 인해 잠시나마 권력에서 밀려나는 듯 했으나 카이사르의 부하였던 안토니우스가 로마 제국의 1인자로 떠오르자 그를 다시 유혹하여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와 온천수로 목욕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클레오파트라도 사랑한 도시, 파묵칼레의 온천은 이런 저런 이유로 아주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터키의 여행지 중에 하나이다. 특히 이곳은 온천수와 온천수가 만들어 놓은 신비한 자연 퇴적물 등이 환상의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온천수가 지표면에 도달하면 이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탄산칼슘으로 분해되어 딱딱한 회백색 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런 층들이 서서히 쌓여나가면서 수로바닥을 높이고, 물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 결과 석회성분은 부채꼴의 층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마찬가지 방식으로 종유석들이 석회암 동굴을 만들어내고 석회층은 가파른 경사위에 쌓여 결국 전체적으로 목화가 피어있는 듯한 모양이 된 것이다. 석회암층은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터키의 안탈리아, 중국의 황룡 등 물이 흘러나오는 곳이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백악질과 이산화탄소, 유황성분과 나트륨, 철, 마그네슘 등이 함유된 뜨거운 온천수는 치유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왔고 그런 이유로 파묵칼레는 온천의 성지로 추앙받았다.


1만4000여 년 동안 단 1초도 쉬지 않고 흘러내린 온천수가 만들어 놓은 높이 70m의 파묵칼레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지구별 최고의 여행지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이곳에서 몸을 담글 수는 없지만 온천수가 흘러내리는 옆쪽에서 그나마 발이라도 담글 수 있어 다행이다. 물의 온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뜨겁지 않다. 이곳의 온도는 35도 정도로 온천욕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현재 파묵칼레 위에는 온천 호텔들이 들어서 있는데 물의 양이 모자라 사용제한과 물을 데워서 공급하고 있다. 굳이 온천욕을 하지 않더라도 해가 서서히 질 무렵 거대한 목화의 성 앞에 서면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을 고스란히 파묵칼레에 담겨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파묵칼레 위에는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던 히에라폴리스 유적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인해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는 파묵칼레 


 

단순히 이곳이 온천의 유산만 갖고 있다면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이름값이 부족할 것이다. 그렇다. 파묵칼레에는 로마 시대의 유적지인 히에라 폴리스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에게 조금 낯선 히에라 폴리스는 1세기 때부터 유태인 거주지가 있어 그리스도교가 일찍부터 전파된 곳이기도 하다. 사도 빌립보가 이곳에서 순교했고 그를 기리기 위한 교회가 세워졌다. 로마의 속주였던 히에라 폴리스는 기원전 190년, 페르가몬의 왕 에우메네스 2세가 라오디케이아에 버금가는 군사적 요새이자 식민도시를 위해 만들어진 계획도시였다. ‘히에라 폴리스’라는 이름은 페르가몬 왕의 전설적인 조상 텔레포스의 아내 ‘히에라‘에게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최초의 도시는 서기 60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거의 파괴되었고, 현재 남아 있는 유적들은 그 당시에 것이 아니다. 두 번의 밀레니엄을 보낸 히에라 폴리스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2~3세기다. 그 때 다시 증축과 개축을 통해 도시가 완전히 재건되었지만, 1094년 셀주크 족이 침입한 이후 도시는 점점 황폐화되어갔고 1354년에 발생한 심한 지진 등으로 대부분의 유적들은 파괴되었고 땅속에 파묻혔다. 지금 남아 있는 원형극장, 신전, 공동묘지, 온천욕장, 성벽 등이 간신히 전쟁과 지신 속에 남아 있는 유일한 유적들이다. 이 중에서도 네크로 폴리스라 불리는 공동묘지와 성벽은 아스라한 로마시대의 옛 영광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선 히에라 폴리스의 북문과 남문 너머에 있는 공동묘지는 헬레니즘 시대의 고분과 로마의 석관묘, 매장실, 죽은 자들을 위한 예배당, 그리고 초기 그리스도교도들의 무덤 등이 있다. 특히 북쪽에 위치한 공동묘지는 아나톨리아 고원지대에서 가장 크고 보관상태가 좋은 묘지로 정평이 나있다. 300여개의 비문이 묘지의 변천사와 고인들의 신원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원형극장에서 동쪽으로 150m쯤 떨어진 곳에는 옛 성벽이 남아있고 그 성벽 뒤에서도 무덤들을 볼 수 있다. 성벽 바깥쪽에는 두 개의 수로를 통해 시민들의 식수를 공급하던 로마시대의 물탱크가 있다.

 

현지인들에게도 이곳은 온천욕을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