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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 전세계 비상…평소 아프리카 도움적은 탓

제주한라병원 2014. 8. 28. 09:37

에볼라 바이러스 전세계 비상…평소 아프리카 도움적은 탓
 
“에볼라 바이러스가 위험한 질병은 맞지만 아프리카 전체가 감염된 것은 아닙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국제 행사에 참여하는 아프리카인들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청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빗발쳤습니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프리카인들과 접촉하고 난 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막연한 우려나 접촉 기피에 대한 글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케냐에서 온 선문대 토목공학과 4학년 길버트 오초로(26)씨는 한국 사람들이 아프리카 유학생들 전체를 에볼라 바이러스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국민 반응과 외국인에 대한 혐오 현상인 ‘제노포비아’ 확산 조짐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습니다.

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식을 열고 9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는데 나이지리아 수학자 4명이 입국해 검역을 받고 이상이 없어 참석했습니다. 세계 120여개국에서 5,000여명의 수학자가 참가하는 기초과학 분야 최대 학회인 이 대회는 에볼라 확산을 방지키 위해 아프리카 학자 10여명에 대해 등록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중국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피해가 커지고 있는 서아프리카 3개국에 지난 10일 질병 통제 전문가들을 파견한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중국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 사태에 자국 전문가들을 파견해 원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첫 감염자는 지난 해 12월 기니의 2살짜리 남아인 것으로 미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기니 남부 구엑케도우에 살고 있던 이 소년은 지난해 12월6일 발병 며칠 만에 숨을 거뒀고 1주일 후 소년의 모친과 누나, 할머니가 같은 증세를 나타내 모두 차례대로 숨졌습니다. 이 소년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인 박쥐와 접촉했던 것으로 의심되지만 뚜렷한 원인은 분명치 않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현대 의학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인 일부는 에볼라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으며 (에볼라에 감염돼도) 주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고 있어 대처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병에 걸렸을 때 주술과 전통의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강합니다. 에볼라 감염이 집중된 외딴지역일수록 누군가 죽으면 시신을 가족이나 친척이 만지고 키스하는 현지 관습도 에볼라 확산 요인의 하나로 꼽힙니다. 에볼라는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염되므로 직접 접촉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 예방 수칙입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예방 백신이 빠르면 내년 초에 출시될 전망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장 마리 오크워 벨레 백신 예방접종 책임자는 지난 9일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다음 달 에볼라 예방 백신 임상 실험을 시작할 예”이라면서 “올해 안에 임상실험 결과를 확인해 내년 초에는 백신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치사율이 25~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현재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이 나와 있지 않아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앞서 라이베리아에서 구호 활동을 하다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두 명의 미국인은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은 맵바이오제약의 에볼라 치료제 ‘지맵’(ZMapp)을 투여받고 상태가 호전되는 것으로 보도됐으나, 아직 신약의 의학적 효능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 치료제로 본격 사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이베리아에서 선교활동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본국으로 돌아와 치료받고 있던 스페인 신부 미겔 파하레스(75)가 12일 오전 사망했습니다. 아프리카 밖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입니다. 아울러 유럽인이 에볼라로 사망한 것도 최초입니다. 지난 9일 밤 시험단계 치료제인 ‘지맵’(ZMapp)을 투여했지만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비상 사태인 국가에서 시험단계 치료제도 빨리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WHO는 지난 12일 시험단계인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의 사용을 허가한다고 밝혔습니다.
WH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치료나 예방에 있어, 그 효과나 부작용 등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시험단계의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에볼라 백신의 연구는 1970년대부터 시작돼 상당히 진척됐으나 당시 환자 숫자가 40년간 5천여명으로 적었고 감염 국가가 가난한 나라이어서 약을 만들어도 수지가 맞지 않을 것으로 제약회사들이 보고 임상실험을 중단해 “자본주의 논리에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WHO는 9일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총 1천848건, 사망자는 1천13명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국가별로는 기니가 506명 감염에 373명 사망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라이베리아 599명 감염에 323명 사망, 시에라리온 730명 감염에 315명 사망, 나이지리아 13명 감염에 2명 사망 등의 순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서 임상시험 중인 에볼라 치료제 수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약처는 지난 10일 국내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가장 먼저 에볼라 치료제로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측 에볼라 치료제의 신속 수입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는 에볼라 바이러스 국내 유입 상황에 대비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원을 정해 전국 17개 병원에 544개 병상을 준비하고, 공항에서 입국자들에 대해 검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치사율은 높지만 전파력이 약해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처럼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에볼라출혈열의 잠복기는 2~21일이며 감염되면 잠복기 후에 발병하며 열, 오한, 두통, 식욕부진, 근육통, 목아픔 등의 증상이 있고, 오심, 구토, 인후통, 복통, 설사를 일으킵니다.

예방수칙은 △에볼라출혈열이 발생한 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여행 자제 △개인 위생 수칙(외출 후 반드시 비누로 손 씻기를 철저, 기침 시 휴지나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는 기침 에티켓) 준수 △환자 발생 시 환자의 체액, 가검물 접촉 금지 △감염 의심 시 즉시 의료기관 등에서 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비상 사태가 된 것은 가난한 아프리카를 평소에 도와주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