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매거진/한라문예 25

웃음꽃 피워내는 뿌리와 줄기, 잎사귀들

웃음꽃 피워내는 뿌리와 줄기, 잎사귀들 농학과 재학 시절, 원예과 교수님이 ‘무슨 꽃이 제일 예쁘냐’고 물으셨을 때. 웃음꽃이라고 외쳤다가 핀잔을 들었던 소소한 기억이 난다. 물론, 번복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천에 널린 그깟 꽃들이 제아무리 뽐내 봐야, 환하게 웃는 누군가의 얼굴에 피어난 웃음꽃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 리 만무하다고, 늘상 생각해왔다. 우리는 사실 정말 수많은 이유로 웃지만, 잃었던 건강을 되찾았을 때의 행복과 편안함에 한껏 짓게 되는 웃음만큼 환한 웃음꽃은 없을 것이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이곳 한라병원을 찾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분주히 움직인다. 지하와 1층, 이 거대한 공동체의 뿌리에선 꽃잎까지 보내줄 수분을 준비하느라 동분서주한다. 환자의 옷가지를 세탁하고, ..

별것 아닌 선의’가 세상을 변화시켜왔으니까…

원고 의뢰를 받고 고민하다 마침 읽고 있던 제주대 이소영 교수가 쓴 에세이 《별것 아닌 선의》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 책 프롤로그 말미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이 책을 읽는 그대가 책장을 넘기다 어느 구절에선가 자기 삶에 누군가가 새겨 넣었던, 혹은 누군가의 삶에 자신이 선물해주었던 그런 반짝이는 한 순간을 복기할 수 있다면 기쁘겠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온 지 이제 3년이 다 되어간다. 사람 일은 진짜 모른다지만 내가 중년의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제주한라병원에서 일하게 될 줄이야. 아무튼 나의 병원 생활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계속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낯선 환경에서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의 작은 선의가 너무나 고맙게 느껴지거나 반짝 반짝 빛나 보이는 상황이 있다. 현..

치열하게 지나 온 날들이 좀 더 성숙하게 해

병원생활 30년 회고 1990년 4월 5일 한라병원에 첫 출근을 하고, 수술실로 부서배치를 받았다. 현재 진단검사의학과 자리에 위치했던 수술실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제주도의 중증환자 수술은 거의 도맡아 했다. 야간이나 휴일 당직을 서다가 응급수술이 발생하면 ‘삐삐’를 쳐서 당직자를 ‘콜’하고, 그렇게 수술실에서 푸른 벽과 마주하며 6년을 보내는 동안 가슴 벅찬 감동의 순간도 많았다. 모니터에서 나오는 소리만이 적막을 가르는 깊은 밤. 흰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날씨 속에 교통사고로 내원한 응급환자의 수술이 진행됐다. 신경외과, 마취과, 일반외과, 그리고 동료 간호사들이 한밤중 눈 날씨 속에도 달려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집중하는 가운데 나도 한 일원이라는 것에 가슴 뭉클했다. 수술실을 거쳐 응급중환..

방송대 공부하다 산업위생관리기사 자격증까지 따

산업위생관리기사란 작업장 및 실내 환경의 쾌적한 환경 조성과 근로자의 건강 보호 및 증진을 위해 환경시설에 대한 보건 진단 및 개인에 대한 건강 진단 관리, 증진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활의학과 외래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중 수선생님의 조언으로 방송통신대학 환경보건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졸업장을 목표로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하였으나 대학 공부를 가볍게 여긴 덕에 첫 해 학교 성적은 처참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1년을 영양가 없이 보내고 나니 다음 학기 등록 때 포기하려다가 무슨 오기가 생겼는지 무조건 1년만 최선을 다해보자는 각오로 머리 싸매고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환경보건 관련 자격증이 매우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그 가운데 산업보건 환..

‘골든아워’내 모든 의료가 집중하는 것에 매료

신입 간호사의 일기 입사하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왜 제주도까지 왔어요?”라는 질문이었다. 제주도만의 특별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내륙에 있는 다른 도시들의 빠른 시간들에 비해 느리게 가는 듯한 제주도의 시간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여 충남에서 제주로 와서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디디게 되었다. 대학 재학 때 병원실습을 하며 가장 잘 맞고 흥미로웠던 부서는 응급실이었다. 응급환자가 오면 우선 순위 안에서 최선의 간호중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응급 상황에 흥미를 가지고 있을 때,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하고 있는 즉시 소생실로 들어가야 할 환자들을 받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라는 작품을 보게 되었다. 웹툰을 보며 내 마음이 열정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