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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같은 중세의 보석, 로텐부르크

제주한라병원 2012. 7. 6. 14:31

2011년/10월

동화 같은 중세의 보석, 로텐부르크

 

 

만산홍엽이라는 말처럼 붉은 단풍으로 물든 로텐부르크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퓌센을 연결하는 350㎞의 로만티크 가도는 중세시대 중요한 무역로이자 성지 순례길로 아주 유명했던 곳이다. 뷔르츠부르크, 딩켈스뷜, 뇌르틀링겐, 아우크스부르크, 퓌센 등 로만티크 가도는 독일의 목가적인 풍경과 중세풍의 고풍스러움이 어우러진 이 옛 길이다. 그 중에서도 로만티크 가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동화의 도시, 로텐부르크이다. 이곳은 뷔르츠부르크와 바이에른 알프스 산맥 사이를 타우버 강이 휘젓고 나가는 곳에 위치한다. 원래 지명은 로텐부르크오프데어타우버로 '타우버 강 위쪽에 있는 로텐부르크'라는 뜻으로, 우리는 간단하게 로텐부르크라고 부른다. 마치 동화 같은 풍경 펼쳐지는 이 도시는 9세기 문헌에 로텐부레로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 후 로텐부르크는 1274-1803년까지 자유제국도시로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다가 17세기, 30년 전쟁을 치르면서 급격하게 쇠퇴되었다. 30년 전쟁 당시 요한 체르클라에스 틸리가 이끄는 가톨릭 동맹군이 이 도시를 침략했을 때 이곳의 시장, 느슈가 2.8ℓ 이상의 포도주를 단숨에 들이켜 도시를 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로텐부르크는 해마다 성신강림절이 되면 '위대한 들이킴'이라는 연극을 공연함으로써 시장의 정신을 기린다고 한다. 이처럼 중세의 도시에는 동화 같은 이야기와 아기자기한 도시 풍경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매년 100만 여명이 이곳을 다녀간다.


독일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된 중세 도시 로텐부르크는 ‘로맨틱’이라는 말이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도시이다. 도시 전체를 둘러싼 붉은 성벽을 따라 걷다보면 중세시대의 건축물들과 인심이 넉넉한 현지인들의 따스한 미소를 만나게 된다. 특히 13-16세기에 지어진 시청사 종탑은 높이 60m로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종탑 끝부분은 아주 좁고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올라가기가 여간 힘들지 않지만 그 위에 서면 발아래로 붉은 지붕들과 세월의 먼지가 켜켜이 쌓인 성벽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사실 도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을 받아 도시의 4할 정도가 파괴됐으나 이후 완벽하게 복원돼 ‘중세의 보석’이라 불린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로텐부르크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다. 성벽에는 15-16세기에 지어진 감시탑이 딸린 성문이 다섯 개 나 있다. 좁은 자갈길을 걸으며 고딕, 르네상스, 그리고 바로크 양식의 집들과 분수를 감상하다보면 이토록 예쁘고 조용하며 시간의 흐름이 더딘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것이다. 그러나 각종 고문도구들과 처형도구들이 전시된 범죄 박물관에 가 보면 금방 현실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 외에도 훌륭한 중세 식 음악회, 페스티벌, 연극, 유서 깊은 호텔과 레스토랑, 고딕 양식의 교회, 전시회, 박물관, 중세시대의 갑옷, 그리고 맛좋은 프랑켄 포도주를 즐길 수 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들처럼 뾰족한 지붕을 자랑하는 로텐부르크 

1608년에 지어진 성 게오르그 분수 앞은 만남의 장소이다.  


 

걸어서 충분히 다닐 만큼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 도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은 마르크트 광장이다. 마을의 중심이 되는 광장 주변으로 시청사, 시계탑, 1608년에 지어진 성 게오르그 분수, 그리고 상점과 레스토랑 등이 빙 둘러서 있다. 이 광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1683년에 만들어진 시계탑인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계 양 옆의 창문이 열리며 가톨릭 군대의 탈리 장군과 느슈 시장이 등장한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시장이 단숨에 와인 2.8ℓ 마셨던 모습을 기계장치를 통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천천히 광장 주변을 둘러보다가 비탈진 광장 서북쪽의 골목길로 들어서면 이 도시에서 가장 유서 깊은 성 야곱 교회가 눈에 나타난다. 나무로 만든 ‘최후의 만찬’이 있는 성 야곱 교회는 로텐부르크가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200년 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완성된 교회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1499년에서 1505년 사이에 틸만 라이멘슈나이더가 조각한 ‘성혈의 제단’이다. 그 이름은 제단 앞면을 장식한 금 십자가에 박힌 크리스털에서 비롯되었다. 그 크리스털 안에 그리스도의 피 세 방울이 담겨있다는 전설이 중세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일주일에 두 번씩 오르간 연주회가 열린다. 중세의 귀족적인 분위기에 취해 도시로 점점 더 빨려 들어가면 이 도시가 왜 동화의 도시이자 중세의 보석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게 된다.


중세의 기품이 성곽을 통해 오롯이 보존 된 도시에서 슈피탈 성문 밖으로 발길을 옮기면 로텐부르크의 또 다른 매력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타우버 강 주변의 산책로인 ‘타우버 리비에라’라고 부르는 길에 들어서면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독일의 원시적인 자연에 빠지게 된다. 세월의 무게가 켜켜이 쌓인 돌담과 빈틈없이 손질해 놓은 작은 오솔길은 삶의 여유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뼛속까지 상쾌해지는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가을의 단풍 빛깔을 눈 속에 가득 담으면 이 도시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가를 금방 깨닫게 된다. 그리 길지 않은 산책로를 배회하다가 다시 성 안으로 들어오면 널찍한 돌바닥과 성벽에 낀 푸른 이끼 그리고 붉은 지붕 등이 빚어내는 로텐부르크의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만약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곳을 찾게 되면 성 안은 마치 동화 속에 온 듯 온통 크리스마스트리와 네온사인으로 인해 황홀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로텐부르크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관광명소로서 더욱 빛을 발하는데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기 때문이다. 감자만한 함박눈이 소리 없이 하루 종일 내리고, 도시는 앙증맞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춤을 추고, 구시가지 광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진다. 좁은 골목길에서 새어나는 아몬드의 고소한 냄새와 갓 구워낸 크리스마스 파이의 냄새가 여행자의 입맛을 북돋는다. 이것이 바로 로텐부트르의 진정한 매력이다.


 단숨에 와인 2.8리터를 마시고 도시를 구했다는 전설이 깃든 시계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