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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大國)의 조건

제주한라병원 2012. 1. 31. 11:04

2009년/11월

대국(大國)의 조건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짧은 기간에 근대화와 산업화를 성공시키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1960년대에는 세계 최빈국(最貧國)에 속했던 한국이 이제는 경제규모로 세계 10위권대에 위치하고 있고, OECD에도 가입함으로써 그 위상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어디든 빛이 있으면 그늘도 함께 있듯 이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고집스런 교육열이 수반하는 문제점’도 상존한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상존하는 문제점을 헤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작지만 강한 대국(大國)으로 도약시켜야 할 사명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2007년초 무렵에 필자는 ‘선진국’ 또는 ‘대국’의 조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방송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중국 CCTV가 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는 EBS에서 방영한 ‘대국굴기(大國崛起)’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시청소감을 언급하기도 했었고,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 임직원들에게 반드시 시청토록 권해서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미국 등 15세기 이후 세계를 주도한 9개의 대국(大國)들이 ‘굴기(崛起, 산처럼 벌떡 일어섬)’해온 과정을 조망하고 있다. 그중 마지막 편인 ‘대도행사(大道行思, 큰 길을 가는 생각)’ 편은 근대에 세계를 실질적으로 통치한 세 나라를 네덜란드, 영국, 그리고 미국이라고 꼽았다.

 

네덜란드는 300 여년 전 이미 세계 최초로 주식회사와 증권거래소를 만들어 운영했고, 은행을 세워 자본과 금융시스템의 모태를 구축했다. 북유럽의 작은 나라였던 네덜란드가 전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 바탕에는 단지 배나 총, 대포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최초로 현대 국가체제를 확립한 영국은 과학기술과 학문을 기반으로 문화라는 엔진을 가동하며 초강대국으로 우뚝 섰다. 세익스피어를 잃느니 차라리 인도를 버리겠다고 했던 처칠의 말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세익스피어와 뉴튼, 애덤 스미스로 대표되는 문화와 과학, 학문의 중심지 영국은 산업혁명과 시장경제를 선도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4천 여개에 달하는 대학과 70%에 달하는 대학 진학률을 가진 미국. 미국은 탄탄한 교육시스템을 기반으로 IT와 첨단기술 등 제3의 산업혁명에 가까운 반향을 일으키며 21세기를 선도하고 있다.

 

이 나라들에서 공히 찾아볼 수 있는 점은 물적 역량과 함께 정신적 역량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대국의 성립조건에 관해 ‘소프트 파워’가 ‘하드 파워’ 보다 더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하버드대학교 조지프 나이 교수의 언급은 많은 공감을 준다.  어느 시대에나 경제력은 중요했지만, 단지 돈만으로 시대의 흐름을 선도한 대국은 없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적 가치와 새로운 창조적 흐름을 만들어내는 민족과 나라가 세계사의 중심에 섰다.

 

과거와 현재의 대국들이 갖는 공통점이 있다면 이를 꼼꼼히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소위 대국들이 보여준 역량의 뒤에 공히 발견되는 깊이있는 사상과 문화, 학문과 과학을 쌓고 발전하게 한 ‘교육’의 뒷받침이 존재했다. 안정적인 정치체제나 경제력도 결국은 좋은 교육을 가능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대국이 되고자 하는 나라들은 저마다 처해진 상황에 따라 독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따라서 구사할 전략도 차별적이어야 한다. 한국도 어떻게 하면 교육의 효율성을 제고하여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을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교육의 힘이 합리적으로 구현되는 시스템 구축에 모아진다면 이 논의는 우리가 세계의 중심에 서는 그날을 꿈꾸는데 좋은 보약이 될 것이다.

 

덧붙여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예정인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누구나 공부할 의지와 역량만 있다면 공부하는 동안은 학자금 걱정없이 공부하고 취업한 후 상환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일명 ‘등록금 후불제’)로 미래의 소중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우리가 절대 잊지 않아야 될 사실이 있다. 대한민국이 후진국에서 벗어나 지금의 모습까지 발전해오면서 가장 소중했던 자원은 ‘사람’이자 ‘교육’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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