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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인간(人間)- II. 술의 활용

제주한라병원 2011. 11. 14. 10:14

2009년 / 6월

 

술과 인간(人間)
- II. 술의 활용

 

 

신화(神話)에서 사람에게로 눈을 돌려보자. 과연 땅위의 인간들은 술을 어떤 용도로 활용해왔을까?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

 

유럽의 대표적인 음료는 포도주와 맥주다. 우리가 포도주와 맥주에 대해 ‘음료’라고 표현할 때에는 은연중에 알코올 도수가 약하다는 느낌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 포도주와 맥주는 취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수분 보충을 위해서 마시는 측면이 강하다. 유럽의 음식에는 우리 음식과 달리 국이 없어서 음료수를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대체로 유럽지역들은 음용수로서의 물의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알코올 도수가 약한 술이 음료수로 사용되는 것이다. 마치 중국에서 탁한 물 대신 차(茶)가 활용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까. 그렇다면 술에 아주 약한 사람들은 식사 때에 어떻게 할까? 프랑스의 경우 포도주에 물을 타 도수를 매우 약하게 해서 마신다고 한다. 물론 이런 용도의 포도주로는 질 좋은 고급 포도주보다는 식탁용 포도주가 사용된다.

 

참고로 유럽과 중국엔 물이 안 좋은 곳이 많다. 특히 석회암 지역에서는 하얀 석회 성분이 물에 짙게 녹아있는 경우가 많다. 심한 곳에서는 수도에서 나오는 물이 거의 우유처럼 보일 정도다. 따라서 이런 곳들에서는 포도주나 차(茶)와 같이 물 대신 마실 음료가 발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의 경우 물이 탁해서 끓여 먹다보니 그 밍밍한 맛을 없애줄 차(茶)문화가 발전하게 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화강암 지대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가장 물이 좋은 곳에 속한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고 지내지만 하루하루 우리가 받은 축복에 감사하고 이러한 수질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야겠다.

 

또 다른 술의 용도는 열량 공급이었다. 술 속에 들어 있는 에탄올은 화학적 에너지, 곧 열량을 보유하고 있다. 1그램당 7칼로리의 열량을 가지고 있어서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열량을 보충하게 된다. 우리 농군들이 예로부터 즐겨온 ‘새참’처럼 육체노동을 하면서 그 중간에 막걸리나 맥주를 마시는 이유 중 하나는 수분 섭취 외에도 필요한 열량을 보충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음주의 관습은 또 종교(宗敎)나 제의(祭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술을 빚어 마시는 것이 종교 의식(儀式)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베다 성전(聖典)에 나오는 달의 신 소마를 술의 신이라고 하여, 같은 이름의 술 소마주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 중요한 의식이었다. 소마주는 인동초 덩굴의 수액에 야생 벼의 쌀가루나 버터 등을 섞어 발효시켜 만든다. 소마는 페르시아의 신주(神酒) 하오마주와도 일치한다고 한다. 가톨릭에서는 포도주가 예수 피의 상징이라 하여 세례와 미사 등에 쓰인다. 중동지역의 원시종교는 술에다 물을 섞어 신에게 바치는 것을 의식의 중심으로 거행했다. 여기서 물을 남성으로 상징하여 음양화합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농경시대에 접어들어 곡물로 만든 술이 탄생하면서 동서양에서 술은 농경신과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된다. 술의 원료가 되는 곡물은 그 땅의 주식이며 농경에 의해서 얻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술은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고 감사하는 제사와 이어졌던 것이다.

 

 

술을 마시는 빠뜨릴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취하기 위해서’다. 과거에 음주행위가 대부분 공동체적 성격을 띠었고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제의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의 신성한 분위기보다는 취하는 것이 가져다주는 해방감과 자유로운 축제의 효과를 향유하려는 목적도 있다. 디오니소스 축제의 황홀경처럼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은 신비주의적 지평을 향한 황홀한 여행이기도 한 것이다. 농업생산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술의 생산량과 소비가 증가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여러 원인에서 기인한 과도한 음주의 부작용 때문에 술이 인류 질병의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에까지 이른다. 

 

한편 군대(軍隊)의 발전 과정 속에서도 ‘술의 역할’은 있었다. 현대의 군대에 비하면 무척이나 느슨하고 비효율적이던 유럽의 군대는 17세기 이후 규율화되고 강력한 군대로 새롭게 발전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과 달리 군인들을 ‘작은 톱니바퀴’처럼 기계적으로 옭아매어 훈련시켜야 했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군인들에게는 매일 일정량의 브랜디가 배급되었다. 포도주를 증류하여 만드는 것이 브랜디로 프랑스의 코냑을 그 중에도 으뜸으로 쳐준다. (브랜디, 위스키, 보드카, 럼, 데킬라 등은 증류주에 속하는데 인류가 가장 나중에 만든 술의 종류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의 위스키, 북유럽 각지의 화주(火酒) 등은 12세기를 전후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군인들에게 배당된 브랜디의 양은 완전히 취해서 나가떨어질 정도가 아니라 적당히 취할 정도의 양이었다. 빠른 시간 안에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대표적이면서 강한 도수의 술인 ‘브랜디’가 처음부터 군대에서 사용되었다고 하니 요즘 군인들 중 술 좋아하는 이들이 이런 역사를 들으면 혹 아쉬워하지는(?) 않을까. 술을 마시는 목적과 활용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이처럼 다양하게도 변천해왔다.(다음 호에 계속)
<한국기업데이터 홍보팀장 안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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