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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인간(人間)- I. 기원과 신화(神話)

제주한라병원 2011. 11. 14. 10:08

2009년 / 5월

 

술과 인간(人間)
- I. 기원과 신화(神話)

 

 

최초의 인간이 포도나무를 심고 있었다. 그때 악마가 찾아와 물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응 굉장한 식물을 심고 있는 중이야.”


“이건 처음 보는 건데...?” 하고 악마가 신기해하니까 인간이 설명해 주었다.


“이 식물에는 아주 달고 맛있는 열매가 맺힌다네. 익은 뒤에 그 즙을 내 마시면 아주 행복해지지”


그러자 악마는 자기도 꼭 동업자로 끼워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양과 사자와 원숭이와 돼지를 끌고 와서, 그것들을 죽여 피를 거름으로 주었다. 포도주는 이렇게 해서 세상에 처음 생겨났다. 술은 처음 마시기 시작할 때는 양처럼 온순하고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지고, 조금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더 많이 마시면 토하고 뒹굴고 하면서 돼지처럼 추해진다. 이것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었다.

 

유태인의 경전이자 교육서인 탈무드에 나오는 술의 기원(起源)에 대한 이야기다. 술이 가진 특징을 4가지 동물의 성격을 빌어 효과적으로 표현한 유태인의 비유가 돋보인다.

 

필자는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핵심으로 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이래저래 마실 기회가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잦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술은 어떻게 태어났고, 발전했으며,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마시면 좋은지에 대한 호기심을 나름대로 조금씩 채워왔다. 몇 차례에 걸쳐 인류와 오랫동안 함께해온, 때로는 이롭고 때로는 해로운 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탈무드의 이야기에서 보여진 술이 포도주라는 점을 보아도 그렇고 여러가지 역사 유적 등에서도 가장 역사 깊은 술이 포도주일 수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술은 인류가 문명생활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마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그 기원에 대해 성서에서는 노아 시대에 이미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마신 것으로 나와 있다. 그리이스 신화에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효모로부터 포도주 제조법을 배운 것으로 되어 있으며, 이집트 신화에는 태양의 신 오시리스가 그의 처 이시스의 도움을 얻어 맥주를 만든 것으로 되어 있다. 굳이 신화가 아니더라도 포도나 과일 등을 특별한 기술없이 보관하는 도중 자연적으로 발효되어 알코올 성분이 생겼을 거라고 짐작해 볼 때 술의 기원은 과실주(아마도 포도주?)였을 것임이 거의 확실하다.

 

포도주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디오니소스. 비록 신(제우스)의 아들이긴 하지만 인간의 몸에서 태어나 12신 중 하나의 자리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라고 한다. (올림포스 12신은 제우스와 그 아내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아폴론, 아르테미스, 아레스, 디오니소스, 데메테르, 헤파이스토스, 헤르메스, 포세이돈 등이다.) 디오니소스는 최초로 포도주를 만들어 세상에 전파한 것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술과 그의 이야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디오니소스의 탄생 이야기를 빼먹을 수 없겠다. 디오니소스의 어머니 세멜레는 제우스신의 연인이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질투를 받았다. 남편이 바람핀 것에 열받은 헤라는 세멜레의 유모로 변신해 세멜레를 꼬드겨, 요즘 신을 사칭하는 가짜들이 있으니 신으로서의 완벽한 차림새를 한 제우스 제우스를 확인해보라고 한다. 헤라 여신의 말에 넘어간 그녀는 제우스신에게 우선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는 맹세를 얻어낸 뒤, 소원을 말할 차례가 되자 제우스신의 본모습을 보여달라 청했다. 제우스는 어쩔 수 없이 신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냈고, 그러자마자 세멜레는 그의 불길에 순식간에 새까맣게 타죽고 만다. 세멜레는 이미 디오니소스를 임신 중이었는데, 제우스는 하는 수 없이 죽은 그녀의 시신에서 미숙아 상태인 아기를 꺼내 자기 허벅다리에 넣고 실로 기운 뒤 헤라의 눈을 피해 탄생의 날까지 보살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제우스의 명에 의해 헤르메스가 아이를 니사 계곡의 님프(우리말로 요정쯤 되겠다) 들에게 데려가 양육을 맡겼다고 한다.

 

그렇게 니사에서 성장하게 된 디오니소스는 포도 재배법과 즙을 짜내는 법(이것이 바로 포도주 제조법이 된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침내 헤라에게 들키는데, 질투심에 눈이 멀어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헤라는 그를 미치게 만들어 추방한다. 광기에 사로잡혀 여러 나라를 방랑하던 디오니소스는 소아시아의 프리기아에서 제우스의 어머니인 레아 여신에게 치료를 받고 종교적 의식도 전수받는다. 이후 병에서 완치된 그는 인도까지 여행하며 자신이 발견한 포도 재배법과 포도주 제조법을 전파하면서 풍요의 신으로 존경받게 된다.  (다음 호에 계속)
<한국기업데이터 홍보팀장 안대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