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 8월
강의노트 2 (1)
또다시 개강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워크숍이며 연수 등으로 휴가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어쩌겠습니까. 다시 새 학기를 준비하는 수밖에요. 몇몇 학생들은 페이스 북이나 문자 메시지로 연락을 해옵니다. 이제 개강인데 방학 내내 잘 지내느냐는 안부인사와 학교에서 만나면 밥을 사달라고 조르는 내용입니다. 학생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하니 정말 개강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별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못내 아쉬웠던 휴가에 대한 미련도, 학생들의 안부 인사를 받으면 저편으로 사라집니다. 다음 학기를 잘 보내려면, 또다시 강의준비를 시작해야 하거든요.
수업명도 같고, 교재도 같으니 특별히 준비할 게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정말 오산입니다. 분명 여러 번의 강의 경험으로 제 머릿속에는 강의내용과 방법들이 어느 정도 서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은 단지 과거에 했던 방법일 뿐입니다. 그것들이 아예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다음 수업 때에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가는 수업을 실패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상대하는 사람은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진 방법들은 과거 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에게 맞춘 방법이지, 앞으로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맞춘 방법이 아닙니다.
이것은 비단 수업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모든 일과 관계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내가 경험한 만큼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관습적인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혹은 관계를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문제들로 고민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수업을 하며 늘 고민하는 부분 그리고 그 고민을 헤쳐 나가기 위한 시도들을 아래에 몇 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꼭 수업이 아니더라도 업무나 관계에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1.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항상 고민하는 것은 과연 이 수업이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도대체 돕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 도움이란 내가 가진 것을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나눠 상대가 원하는 부분을 채워주거나 혹은 함께 노력해 구해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강의계획을 세울 때에는 <글쓰기>라는 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내용과 알았으면 하는 내용들로 구성합니다. 말 그대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예상되는 내용들로 말입니다. 그런데 그 계획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미래의 일을 헤아려야 하는 일이어서 생각한 대로 실행되지는 않습니다. 미래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요인들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맞닥뜨린 그 요인들 중 하나는 바로 <글쓰기> 과목을 대하는 학생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학생들은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적고, 교양수업 자체를 전공수업보다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어쩌면 디지털 시대, 영상시대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글쓰기란 노동을 요하는 힘든 작업으로 여겨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다른 요인은 바로 전공별 특성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예술대학 학생들은 그 학과의 특성상 전공수업을 제일 중요하게 여깁니다. 단지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가 아니라, 전공수업을 제외한 다른 수업들을 아예 제쳐두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사실 저도 그런 학생 중 하나였습니다).
전공별 특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많은 다른 학문들은 ‘글’이라는 언어를 토대로 합니다. 그러나 음악대학 학생들의 경우에는 몇 년 동안 악보읽기를 연습하고 생활화합니다. 이들에게 주된 언어는 악보의 기호들이고, 어쩌면 글이라는 것은 단순의사소통만을 위한 도구일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학생들이 글쓰기 수업을 대하는 환경과 상황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먼저 학생들을 만난 뒤 강의계획을 수정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그 학생들에게 적합한 계획으로 말입니다. 내가 학생들에게 주려고 계획했던 것, 그리고 학생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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