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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瀛洲)를 알면 제주가 보인다!

제주한라병원 2023. 1. 31. 14:05

민속마을인 성읍리의 초가와 저멀리 영주산의 모습

 

제주에서 널리 쓰이는 말 하나가 영주이다. 신선들이 사는 섬이라는 영주는, 중국 고서에 제주도를 동(東)영주라 기록한 데서 비롯된 듯하다.

 

삼신산의 하나로,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높은 산인 한라산의 오래전 이름이 영주산이다. 영주관은 제주목의 객사 이름이다. 임금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객사는, 제주에 부임하는 관리들이 가장 먼저 찾아가 예를 올렸던 곳으로, 경래관들의 숙소이기도 했다. 영주관은 1907년 공립제주보통학교로 개교한 지금의 제주북초등학교에 있었다. 조선개국 전후 발간되어 도내 문헌자료 중 가장 오래된 서책으로 알려져 있는 영주지는, 탐라의 개벽설화와 고대사 등을 기술한 626자의 한자로 구성된 소책자의 이름이다. 영주산은 정의현의 읍성이 있는 성읍 주변에 위치한 326미터 높이의 산 이름이다. 영주음사는 도내 한학자들이 한시 창작과 감상을 위해 1930년에, 영주연묵회는 1960년에 서예가들이 만든 조직의 이름이며, 영주신문과 영주문학 등도 있다.

 

영주십경 등은 제주도의 많은 절경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10곳을 품제한 데서 비롯된다. 품제(品題)란 빼어난 경치를 골라 이름 붙이는 선인들의 문예활동이다. 품제 된 절경에는 제영(題詠), 즉 그곳을 찬양하는 시가 있게 마련이다. 탐라순력도로 널리 알려진 이형상 목사는 제주8경으로 한라채운, 화북재경, 김녕촌수, 평대저연, 어등만범, 우도서애, 조천춘랑, 세화상월을 품제하였다. 그러나 이목사의 8경은 선인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여 고서로나마 전해지고 있다. 오히려 제주에는 8경보다 10경으로 품제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는데, 추사 선생의 제자이기도 한 매계 이한우(1823-1881) 선생이 대표적이다. 당시 남국태두(南國泰斗)로 칭송받기도, 삼천서당에서 훈학활동을 펼치기도 했던 매계 이한우는, 우주만물이 일어나고 변화되는 자연의 생성이치에 따라 영주십경에 품제를 하고 칠언율시 한 수씩을 지었다. 억겁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 해가 뜨고 지니(성산출일•사봉낙조), 사계절이 운행되고(영구춘화•정방하폭•귤림추색•녹담만설), 음양이 조화를 이루더니(영실기암•산방굴사), 동식물과 사람이 태어나더라(산포조어•고수목마). 이렇듯 멋진 자연법과 우주관이 있어 제주가 더욱 빛나고 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8보다 10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절경이 많은 데서 오는 제주선인들의 자부심과 함께 십진법이 수의 기본이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되어진다. 또한 제주 선인들은 영주12경으로 용연야범과 서진노성을 덧붙이기도 했다. 용연에서의 밤 뱃놀이와 서귀진성에서 장수의 별인 노인성을 바라본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선인들의 품제와 제영을 후손들과 이웃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 이 또한 제주의 자랑이고 즐거움일 것이다.

필자가 제작하여 설치한 탐라교육원에 있는 영주십경 사진

 

1907년 영주관에서 개교한 지금의 제주북초등학교의 옛 모습

<문영택 (사)질토래비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