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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언론인칼럼

증가하는 ‘가을태풍’, 체계적 재해 최소화 대책 시급

제주한라병원 2022. 9. 29. 13:09

이례적 현상 넘어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강도 세지고 범위도 확대
매년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나 바다적조현상 해소 등 순기능도 많아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태풍 피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져

올 9월초에 발생한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 는 우리나라를 강타하면서 인명피해를 포함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켰다. 힌남노는 국내 상륙 시 중심기압이 955.9hPa(헥토파스칼, 압력의 단위)로 현재까지 관측된 태풍 가운데 역대 세번째로 위력이 컸다고 한다.
순간최대풍속은 백록담에서 기록된 초속 43.7m였다. 이 기록은 2003년 9월 12일 고산에서 기록된 초속 60m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태풍의 한자어 표기인 '颱風'의 ‘태’는 '클 태(太)'가 아니다. 단순히 '아주 큰 바람'이라는 뜻이 아니고 좀 더 복잡한 기원을 가졌다. 여러 설이 있으나 일본에서 'typhoon'을 음차하여 20세기에 만들어낸 단어라는 것이 정설이다.
태풍은 열대저기압의 한 종류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열대저기압 중에서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이 33㎧ 이상인 것을 태풍(TY)으로 구분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최대풍속이 17㎧이상인 열대저기압 모두를 태풍이라고 부른다.
이 같은 열대성 저기압은 태풍말고도 세계 곳곳에 있다. 북미•멕시코 서해안의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중심의 ‘사이클론(Cyclone)’, 호주의 ‘윌리윌리(Willy Willy)’ 등이 모두 같은 가족이다.
역대 최강은 2015년 10월 미국과 멕시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퍼트리샤’다. 872hPa에 분당 최대풍속이 345km에 달했다. 피해만 놓고 보면 그보다 앞선 2005년 8월의 ‘카느리나가 더 강력했다. 사망자 수만 1800명이 넘는다.
우리나라에 피해를 입힌 태풍으로는 2002년 8월말 한반도를 관통한 ‘루사’가 유명하다. 사망과 실종 246명에다 피해액이 5조원대에 달했다. 2003년 9월 추석때 찾아온 ‘매미’는 각종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무섭다는 속설을 증명해냈다.
태풍의 중심부 한 가운데는 바람•구름•비가 없는 ‘태풍의 눈’도 갖고 있다. 욕조에서 물을 뺄 때 배수구에서는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데 그 한가운데는 텅 비는 원리와 같다. 
언론 등에서는 주위 환경은 난장판인데 혼자 평화롭고 동떨어진 환경에 있는 경우 태풍의 눈 안에 있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조용하다는 의미에서는 ‘폭풍전야’라는 표현도 흔히 쓰인다.
태풍에 명칭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1953년부터로 처음에는 서양의 여성 이름만 사용했다. 그후 1979년부터는 남성 이름과 교대로 사용하다 2000년부터는 아시아 14개국의 고유이름으로 변경했다.
각국이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가 차례로 사용된다. 모두 사용하면 다시 1번부터 재사용한다.
한국에서는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등의 이름을, 북한에서는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수리개,  메아리 등의 이름을 각각 제출했다.
매년 반갑지 않게 찾아오는 불청객 태풍. 우리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오는 존재로만 여겨지는 태풍은 순기능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태풍의 강한 바람이 바다 저층까지 영향을 줘 해수 전체를 섞어 주는 턴오버(turnover)를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바닷물을 정화시킴은 물론 수심 깊은 곳의 산소용존량을 증가시켜 기초 먹이인 플랑크톤과 어류나 해조류 등 바다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활성화시켜 준다.
이밖에 지하수자원 보충, 가뭄 해소와 지구 열에너지 불균형 해소, 바다 적조와 하천 녹조 현상 해소, 미세먼지 정화 등을 순기능에 포함시킬 수 있다.
올들어 잇따라 가을에 태풍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대기환경학회에 따르면 한반도 부근 전체 태풍 가운데 6~8월 ‘여름태풍’은 74%에서 63%로 줄어든 반면 9~10월 ‘가을태풍’은 20%에서 33%로 증가했다. 가을태풍은 이제 이례적인 현상을 넘어 발생 빈도가 늘어난 것만 아니라 강도가 세지고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태풍이 몰고 올라오는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의 열기가 남하하는 시베리아의 냉기와 충돌하면서 거센 바람과 폭우를 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력 7월15일 전후 시기는 해수면이 연중 최고로 높아지는 시기(백중 사리)라 해일이 일어날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진다. 더구나 계절적으로 쌀과 과일 등 여러 농작물들의 수확을 앞둔 시기라 여러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제주에서의 가을태풍은 관광산업 등 경제 전반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파종과 발아, 이식 등이 한창인 월동무, 당근, 양배추, 마늘 등 농작물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훨씬 위험하다. 
지구온난화가 더 진행될수록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태풍이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만이 최선책이다.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체계적인 대책 수립을 통한 피해의 최소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소를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같은 유형의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인재다.

 

<언론인 윤정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