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적응하고 일 배우는게 너무 힘들어서 ‘딱 일년만 버티자’ 라는 생각으로 울면서 출근했던 날이 많았지요.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아는 것이 없어도 ‘잘 보여야지’ 라는 생각으로 너무 빨리 출근해서 수선생님께 한 소리 듣기도 했죠. 밤새 공부하느라 아침 인계 때 졸아서 혼도 났어요. 열심히 하고 싶은데, 잘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죠. 퇴근 후 동기랑 몇 시간씩 만나서 같이 공부도 하고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그렇게 힘들게 하고 있었는데 입사 4개월 만에 프리셉터 선생님이 오늘은 백점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갑자기 제 자신이 너무 대견스러웠고, 독한 말로 저를 키우시던 수선생님도 천사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벌써 일년이 지나고, 코로나19로 늦어진 일주년 행사를 했습니다. 높으신 선생님들과 같이 현장체험 가는 느낌이었어요. 평소 말도 못붙여 볼 높은 선생님들이신데 바로 옆자리에 앉아 우드버닝, 우드샤프를 만들며 누가 못했네, 누가 잘했네 웃으며 대해주셔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무엇보다 일 년만에 만난 동기들을 어색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먼저 말도 걸어주시며 친근하게 다가와 주시니 정말 편했습니다. 다같이 한정식집에 가서 밥먹으면서 먼저 요즘 근황에 대해 물어봐주시고, 힘든건 없냐는 말에 잊지 못할 한끼를 했습니다.
물론 그 밥집이 엄청 맛있어서 그 밥맛은 잊지 못할 거 같네요. 그런 맛있는 밥집을 알아내기까지 선생님들의 많은 실패도 있었겠죠? 그 후엔 스위스 마을에 갔어요. 그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제 모습이 너무 해맑아서 지금 보면 창피하기도 해요. 제가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주변에 예쁜 건물과 꽃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으니 ‘힐링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꼇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카페에서 사비로 국장님이 커피도 사주셨어요! 10여명이 넘는 인원에게 마음껏 골라 마시라며 카드를 내미는 모습이 제일 멋있어요. 입사하기 전, 인턴 때부터 저를 기억하고 챙겨주시던 국장님, 감사합니다.
사실 일주년 행사에 첫 번째 순서는 병동 선생님께서 써주신 롤링페이퍼였어요. 앞에선 내색 안하셨지만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시고 있더라고요. 제 듀티 뒤에서 제가 못하고 간일을 묵묵히 해주시고 내색 한번 하지 않으셨던 정은쌤부터, 모르는 저를 오히려 다독거려 주었던 은주쌤, 은진쌤,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해주시는 은미쌤, 지윤 수쌤, 말하자면 너무 길어지지만 너무 소중한 지희쌤, 나윤쌤, 소라쌤, 소민쌤, 지현쌤 그리고 항상 저를 알게 모르게 도와주시는 보아쌤과 사원님, 마지막으로 저를 사랑한다는 팀장님까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아마도 제가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거 투성이지만 이젠 같이 일하면 편하다는 얘기를 들어요. 제가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공부할게요. 가끔 전화오는 부모님은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럽다고 하셔요.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주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매일 행복하게 출근하고 싶습니다.
<92병동 조세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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