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매거진/한라문예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쿠나마타타!”

제주한라병원 2022. 4. 12. 09:27

며칠 전, 주말을 맞아 바깥바람이 쐬고 싶어서 성산포 쪽으로 드라이브를 갔었다. 봄이 시작되고 있다는 우수(雨水)가 지났는데도 제주도 동쪽은 여전히 매서운 칼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활짝 핀 유채꽃밭은 거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채 봄의 정령의 모습 그대로 눈부시게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의 한 구절이 저절로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칼바람에 흔들리며 요란하게 군무(群舞)를 추는 노란 유채꽃을 보니 새삼 내가 걸어온 인생의 여정도 돌아보게 되었다. (인생 선배님들이 보시면 ‘아직 멀었네’ 하시겠지만~ㅎ)

 

어느새 직장 근무 연차가 30년이다. 부서원들의 성대한 축하파티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받고, ‘그동안 잘 살아왔구먼~~!!’ 나 자신에게 토닥토닥 위로의 자축을 하며, 내 인생과 직장 생활의 희노애락을 돌아본다.

 

‘오십에 읽는 논어’란 책에서 보면, 오십의 나이는 지난 삶을 되돌아보기에 아주 적당한 시기이면서, 미래를 계획해 보기에도 적당한 때라고 한다. 싹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트이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많은 것을 이겨 내야 가능한 일이다.

사십에 꽃을 피우기 적당한 시기이고, 오십에 열매를 맺는 시기라고 하는데, 나는 과연?

나이 오십은 마무리를 준비하는 때가 아니라 앞으로의 50년을 위한 용기를 가져야 할 때이고, 또한 말이 아닌 행동으로 흔들리지 않고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지난 50년이라는 경험의 노하우를 살려서 앞으로의 인생도 잘 살아가고, 직장 생활 또한 30년 경험으로 다져진 유연함으로 남은 기간도 유의미하게 긍정의 영향력을 실천해봐야겠다. 버틴다는 표현이 적나라하게 와닿긴 하겠지만, 사회 적응기의 아직 어린 동료들에게 힘을 주는 긍정의 응원과 함께 서로 밀고 당기며 이끌어주는 30년을 기념하련다.

 

단단한 땅에 물이 고이듯, 지금껏 걸어온 세월과 앞으로 나아갈 하루하루를 더 단단하게 채워보련다. 땅에 고인 물에 내 얼굴이 비치면 그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환하게 웃을 수 있게. 힘든 하루를 만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쿠나마타타!” 주문을 읊으며 오늘도 힘내보자.

“브라보! 나의 인생, 나의 업, 파이팅!!”

 

<김혜영 보건의료정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