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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종료코너/안대찬세상만사

왕자는 위대한 신 ‘하르마키스’에게 기도하고 싶어

제주한라병원 2022. 4. 27. 15:48

역사 속 세상만사- 이집트 이야기 / 스핑크스와 꿈의 비석 ① -

형제들의 시기와 질투에 시달리는 투트모세는 힘겨워하고
테베나 멤피스에 머물기보다는 탐험을 떠나는 일이 잦아 

눈을 감고 머릿속에 이집트를 떠올리다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피라미드, 그 다음이 아마 스핑크스가 아닐까 싶다. 태양신 하르마키스의 신상인 스핑크스는 파라오의 머리에 사자의 몸통을 한 모습으로 이집트 관련 자료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필자도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이집트에 가면 꼭 직접 보고 싶은 유적이다. 오늘은 스핑크스와 그 바로 앞에 있다는 ‘꿈의 비석’ 이야기를 찾아가보자.

옛날 이집트에 투트모세라는 왕자가 있었다. 그는 투트모세 3세의 아들이면서 당시의 파라오였던 아멘호테프 2세의 배다른 형제로 매우 신망이 높았다. 그의 형제들 중에는 투트모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가 많았다. 형제들은 투트모세가 능력이 모자라거나 낭비벽이 심하다고 비난했으며, 그가 신들을 경외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투트모세의 목숨을 노리는 음모도 몇 차례 있었다. 

형제들의 시기와 질투에 시달려야 하는 불행한 현실을 투트모세는 힘겨워했다. 그는 차츰 파라오의 궁궐이 있는 테베나 멤피스에 머물기보다는 상이집트로 탐험을 떠나거나 사막을 가로질러 일곱 오아시스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때로는 파라오가 참석하라고 각별히 명한 자리에도 나가지 않고 슬그머니 도시를 벗어나 사냥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에는 몇 명의 심복들이 동행하기도 했지만 대개는 변장을 한 채 혼자 다녔다.

형제들의 모함과는 달리 투트모세는 씩씩한 기상과 남자다운 성격을 지니고 있었으며, 노련한 사수이기도 했다. 그는 먼 곳에서도 과녁의 정중앙에 화살을 명중시킬 수 있었다. 그는 바람보다 빠르게 전차를 몰아 사막을 가로지르면서 사슴을 쫓거나 바위 사이에 숨어 있는 사자를 찾아다녔다.

하루는 헬리오폴리스의 라 신을 위한 축제행사를 위해 파라오와 왕비를 포함한 왕실 전체가 그 근처의 멤피스에 머물렀다. 투트모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려한 행렬과 구경거리를 피해 사냥을 가려고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기 전인 이른 아침 일찍 도시를 떠났다. 투트모세는 오직 두 명의 하인만을 데리고 가파른 길로 마차를 몰았다. 

한참을 달린 후 사방을 둘러보니 파라오 조세르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경계로 서쪽으로는 리비아 사막이 펼쳐져 있었고, 동쪽으로는 나일 강변의 관목 숲과 작은 나무들, 푸른 논과 밭이 보였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왕자는 계속해서 나일 강을 따라 나란히 남쪽으로 달리면서 가젤과 영양들을 쫓았다. 

태양이 중천에 왔을 때 투트모세와 두 하인은 기자(Gija)의 대피라미드 가까이 오게 되었다. 기자의 언덕에는 제4왕조의 위대한 파라오들이 건설한 천이백년 전의 피라미드들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무성한 대추야자 나무 그늘에 도착한 후 투트모세와 하인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발길을 멈추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투트모세는 하인들에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한 뒤 전차에 올라타 사막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투트모세는 위대한 신 하르마키스(스핑크스)에게 기도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한참 후 투트모세는 쿠푸, 카프레, 맨카우라의 세 피라미드가 장엄하게 서있는 기자의 고원에 도착했다. 전차에서 내린 왕자는 돌로 만든 ‘거대한 산’ 피라미드를 뒤로 하고 그 아래에 있는 하르마키스 신을 향해 걸어갔다. 하르마키스 신상인 스핑크스는 오랜 세월 동안 쌓인 모래 위로 목의 일부와 거대한 머리만이 솟아 있었다. 전통적인 이집트 파라오의 머리에 사자의 몸통을 한 스핑크스는 떠오르는 태양신 하르마키스의 모습이었다. 하르마키스는 그 옛날 이런 모습을 하고 세트와 그의 부하들을 쳐부쉈다. 

파라오 카프레는 나일 강에서 자신이 건설한 피라미드로 이어지는 제방길 근처에 자신의 얼굴을 닮은 스핑크스*를 만들었다. 

(본래 ‘스핑크스’라는 말은 ‘묶다’ 또는 ‘압착하다’라는 뜻의 ‘스핑게인’(sphingein)에서 파생되었다고 하나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스핑크스는 나라에 따라 모습이 약간 다르다. 아시아의 스핑크스는 사자의 몸에 날개를 덧붙였으며, BC 15세기에 등장한 여성 스핑크스는 대개 한 발을 든 채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그리스 신화에 고대 그리스 보이오티아의 테베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스핑크스 수수께끼’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스핑크스는 이집트 기자에 있는 스핑크스인데, 이 스핑크스의 얼굴은 카프레 왕의 초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거대한 석회암 바위를 깎아 만들었으며 길이는 약 73m, 높이는 20m에 달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참으로 장대하다.)


(다음 호에 계속)

 

 

<한국장학재단 홍보팀장 안대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