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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거센 파도에도 익숙한 솜씨로 사냥하는 겨울 철새

제주한라병원 2022. 2. 8. 09:12

 

흰줄박이오리 Harlequin Duck (Histrionic us histrionicus)

 

겨울 철새인 오리들이 철새도래지를 비롯해 해안가에 많이 찾아 왔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을 피해 해안가에 모여 먹이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알락오리, 청머리오리, 넓적부리, 혹부리오리, 고방오리 등등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다. 그들 중에 무척이나 보기 힘든 오리도 있다. 바로 흰줄박이오리다. 흰줄박이오리는 해양성오리, 즉 바닷가에서 주로 서식하지만 번식기에는 산림이 우거진 산간계곡에서 번식하는 조류다. 원앙이라는 새도 물가에서 서식하지만 번식은 산간계곡에서 2세를 키운다. 흰죽박이오리는 크기가 43cm 정도로 작은편이지만 원앙처럼 부부금실이 좋아 암수가 항상 같이 다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동해안에서 그것도 강원도 해안에서 아주 적은수가 관찰된다. 간혹 제주도까지 내려와서 겨울을 보내기도 한다.

수컷은 전체적으로 금속광택의 청회색이며 부리 위, 머리, 눈 뒤, 목 앞 뒷부분, 가슴에 흰 줄무늬가 있다. 특색 있는 무늬다. 부리는 회색빛이고, 다리는 갈색이다. 암컷은 어두운 갈색 몸에 눈 주위로 세 개의 흰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새를 보려면 부지런과 기다림이 중요하다. 요즘같이 추운바람 때문에 밖으로 나가기가 무서워 집에만 있다면 이들을 볼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차가운 바람에 맞서서 밖으로 나가면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역동적인 자연은 쉽게 허락하지는 않지만 부지런하다면 이번겨울에 꼭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날 그날의 날씨와 환경이 맞아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면 해안가 가까이에서 바람을 피하기도 하고 바람이 없으면 바닷가에서 잠수를 하는 보습을 볼 수 있다.

흰줄박이오리는 잠수성 오리다. 수면을 유유자적 움직이다가 한 순간 곤두박칠 치듯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파도가 몰려온 후 거침없이 거센 파도를 이용해 잠수한다. 이런 날이라야 바닷물이 뒤집히며 만족스럽고 풍부한 먹이를 파도가 운반해 준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센 파도에도 익숙한 솜씨로 사냥하는 흰줄박이오리야말로 파도를 다스리는 진정한 새이다.

온종일 파도와 싸워가며 생활하는 흰줄박이오리의 수영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지만 바다에서 잠수하며 작은 게나 어패류, 갑각류, 무척추동물 등을 잡아먹는 일이 이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한번 잠수하여 먹이를 얻기가 어려워 몇차례 잠수를 한 끝에 겨우 조그만 먹잇감을 얻을 수 있다.

 

흰줄박이오리는 수면위에서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주변을 항상 천적을 경계한다. 해안가에 접근 하는 낚시꾼이나 사람들을 경계하고, 맹금류가 나타나면 도망치기에 바쁘다. 잠수하기 전에도 주변을 신중히 살핀다. 잠수를 마치고 나올 때 예상치 못한 위험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아 항상 주변을 경계하고 특히 눈치를 살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물 밖으로 나올 때는 잠수하기 전보다 매우 민첩한 행동을 보여 언제 수면 위로 올라왔는지 모를 정도다. 경계심 때문에 촬영이 쉽지가 않다. 다른오리들과도 경쟁을 하며 갯바위에서도 서로 떨어져 쉰다.

겨울철 제주의 바람은 무척이나 이들에게는 버겁고 힘들게 한다. 힘들게 잠수를 하며 먹이를 찾다가도 안전한 곳에서의 휴식은 필요하다. 해안 갯바위는 흰줄박이오리의 바람을 피하기에 무척이나 적합한 장소이다. 갯바위에 서있는 녀석도 있고 아예 눌러 앉아서 쉬기도 한다. 눈을 뜬 듯, 감은 듯이 주변을 경계하며 천적이 다가오면 한순간에 바다로 뛰어들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많이 먹고 쉬어야 곧 다가올 번식지에서 무사히 번식을 할 수 있다.

해조류가 풍부하고 파도에 실려 오는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새들이 쉬던 공간이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해지고 있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과 제주의 바다를 만끽하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이 흰줄박이오리의 영역을 참범 하고 있어서 이들이 마음놓고 쉬고 먹이를 찾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제주의 해안이 우리 사람들이 조금만 야생동물곁으로 다가가지 말고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 즉 사람과 새가 함께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빌어본다.

희줄박이 오리는 오리과의 겨울철새로 몸에 흰줄이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리라는 모습에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Histrionicus는 라틴어에서 histrio(광대, 배우)에서 유래되었으며 흰물박이오리의 옆구리의 무늬의 모양이 광대를 연상 시킨다고 하여 붙여졌으며 영명인 Harlequin Duck 은 ‘어릿광대를 닮은 오리’라는 뜻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