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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땅에 내려서지 않고 10개월 동안 비행 가능

제주한라병원 2021. 8. 27. 16:14

드론으로 범섬 촬영 도중 우연히 촬영된 칼새(우측)

땅에 내려서지 않고 10개월 동안 비행 가능

칼새Pacific Swift ( Apus pacificus )

 

 

새들은 일생을 먹이와 번식지를 찾아 이동한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를 이동하기도 한다. 며칠에서 몇 달 동안 먹지도, 쉬지도 않으면서 장거리 이동하는 동물이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에 의해 알려지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태평양을 가로질러 논스톱으로 비행하는 큰뒷부리도요가 있었고, 2020년부터 올해에는 우리나라 연구진인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들이 뻐꾸기의 이동을 밝혀 냈다.

대표적인 여름 철새인 뻐꾸기는 우리나라에서 멀리 아프리카까지 이동해 월동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 했다. 약 1만 1천km를 이동 했다. 이들은 2020년 가을에 이동을 시작해 중국, 미얀마, 인도를 거쳐 아라비아해를 횡단하여 아프리카 케냐까지 가서 겨울을 지내고 올해 4월에 번식지역인 전라남도 무안군으로 돌아와 번식하고 있다.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 보다도 더 대단한 새가 있는데 바로 칼새다. 제비처럼 긴 날개와 날렵한 몸매를 지닌 이 새는 여간해선 볼 수 없는 새이기도 하다. ‘다리가 없는’ 이란 뜻의 학명(Apus pacificus)을 가졌을 만큼 비행의 최고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다.

봄과 가을 이동하는 시기에 먼 하늘에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다. 마라도 해안 절벽이나, 송악산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다. 범섬, 문섬, 섶섬, 마라도등 제주도의 인근 섬의 해안 절벽에서부터 한라산 백록담 암벽에서 번식하기도 한다. 높은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비행하는 칼새는, 탐조인들 중에서도 이 새를 보기를 소원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많은 연구자들이 오래전부터 칼새를 연구하였는데 이들은 번식을 하기 위해 둥지를 틀 때를 제외 하고는 평생을 땅에 내려앉지 않는 새라고도 믿었지만 증명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1970년 영국의 조류학자인 로날드 로클러가 칼새는 하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가설을 발표하였지만 이에 대한 증거는 없었다. 그만큼 이들은 하늘을 나는 모습은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땅에 앉은 모습은 거의 볼 수가 없어서 그리 믿었던 것이다.

스웨던 연구자들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였다. 스웨덴 룬드대학교 연구진들이 칼새를 연구하여 국제학술지 ‘조류 생물학 저널’ 에 논문을 발표 하였다. 연구자들은 초소형의 발신 장치를 유럽칼새의 다리에 부착하여 날려 보낸 결과를 발표 한 것이다. 유럽에서 포획한 유럽칼새는 번식지를 떠나 사하라 사막을 건너 서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 겨울을 지내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연구 하였는데 이 칼새는 번식지를 출발하여 월동지에서 유럽으로 돌아올 때까지 최소 약 10개월 정도를 쉬지 않고 비행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10개월 정도를 계속 하늘을 계속 날고 있었다는 것은 우리 인간들은 감히 상상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다.

스웨덴 연구진은 이 새의 다리에 위치, 속도, 높이 등을 측정 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여 부착하여 연구 결과를 얻을 수가 있었다. 이 자료를 통해 칼새의 위치와 비행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 유럽 칼새는 번식하는 시기를 빼면 비행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하늘에 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프스 인근에서 번식할 때 잠시 둥지에 앉아서 포란을 하거나 새끼를 키울 때를 제외 하고는 땅에 내려 않지 않았다는 것이다. 칼새들은 유럽번식지를 떠나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유럽에 돌아올 때까지 땅을 밟지 않는 것이다.

이 결과는 다른 어떤 조류의 기록보다 가장 긴 시간이었다고 한다. 칼새가 오랫동안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이유는 유선형의 몸통과 큰 날개 덕분이다. 언 듯 보면 제비의 모양과 흡사하다. 유선형의 몸통은 에너지 효율이 최대화되게 진화됐기 때문이다. 이동 할 때는 따뜻한 상승기류를 타면서 큰날개를 이용하여 활공을 하며 에너지 소비를 아끼면서 비행한다. 하늘에서만 생활하는 것도 좋은 점이 있기는 하다. 땅위에서 생활 한다면 천적들이 노리고 잡아먹히기도 하겠지만, 하늘에서는 비행의 명수라서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칼새는 날개를 몇 번 퍼덕이다 쭈욱 활공을 하는 방법으로 비행 하면서 공중에서 곤충이나 벌레들을 잡아먹는다. 문제는 10개월 동안 비행을 하면서 잠을 어떻게 해결할까. 잠은 두뇌의 생리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잠을 거의 자지 않고도 별 지장을 받지 않는 동물도 적지 않다. 돌고래와 범고래는 90일 동안 전혀 잠을 자지 않고도 활동이 가능하며,

특히 돌고래는 보름 이상 전혀 잠을 자지 않고도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음이 실험으로 증명됐다. 도요새 가운데는 번식기에 여러 주일 동안 잠을 자지 않는 종이 있다. 이번 연구가 수면 여부를 조사한 것은 아니어서 유럽칼새가 날면서 잠을 자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비행 도중 활동이 둔화하는 기간이 있는데, 이것이 얕은 수면일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10개월 동안의 비행을 끝내고 번식지에 내려앉은 유럽 칼새들이 전혀 수면 부족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칼새의 평균수명은 20년으로 조류 중에서도 비교적 긴편에 속한다. 여러 가지 생존방식 중 하늘에서 사는 법을 선택한 칼새는 아마도 그들이 살아가기 위해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마라도 해안절벽에 무리지어 날고 있는 칼새
칼새의 비행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