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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제주의 새 - 꼬마물떼새 Little Ringed Plover (Charadrius dubius )

제주한라병원 2021. 6. 28. 13:35

 

캠핑장, 건물 신축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돼

 

해안가에 둥지 틀지만 주변 자갈·모래와 비슷해 발견 힘들어

천적 등이 습격할 때면 어미새 다친 듯 연기하며 새끼 보호

돌담위에 앉아있는 꼬마물떼새
어린새가 어미품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해안가나 개울가, 습지근처에 서식하는 새들을 도요물떼새라고 한다. 이들 중 물떼새과는 12종이 우리나라에서 관찰 할 수 있다. 그중 꼬마물떼새는 물떼새과에서도 작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물떼새라는 이름 앞에 ‘꼬마’라는 호칭이 더 붙여진 것이다. 꼬마물떼새, 흰목물떼새, 흰물떼새, 왕눈물떼새는 이름만큼이나 서로 비슷하게 생겨서 새를 보는데 익숙하지 않으면 좀처럼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앙증맞은 꼬마물떼새는 암수가 똑같이 생겼다. 제일 큰 특징은 노란 눈테인데 마치 안경을 쓴 것 같은 모습이다. 이마에 하얀색을 두르고 목에는 검정색의 나비 넥타이를 맨 신사이기도 하다. 꼬마물떼새는 여름철에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3월경부터 10월경까지 관찰 할 수 있으며, 이들은 우리나라를 찾자마자 바로 번식을 시작하여 2세를 키운다. 산새들은 대부분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만들고 어린 새가 어느 정도 자라면 둥지를 떠나 생활한다. 하지만 물떼새류의 둥지를 보면 이게 뭐지 라고 할 것이다. 둥지의 모양도 거의 없이 모래땅이나 자갈이 깔려 있는 곳에 잔돌이나 조개껍질 등으로 대충 둥지를 만든다. 산새들과 같이 둥지를 만들지 않고 자갈밭이나 모래 둑에 3~4개의 알을 낳아 암수가 번갈아 품는다. 알은 둥지 주변의 자갈이나 모래와 비슷하여 쉽게 확인이 어려울 때가 많다. 위장의 천재라고 할 수 있다. 천적들이 봤을 때는 알인지 돌인지 구분하기가 힘들게 되어 있다. 또 천적이 둥지 가까이로 다가오면 어미새는 다리를 다친 듯이 절뚝거리기도 하고, 날개를 다친 듯이 퍼득거리기도 한다. 사람이 지나다가 저 새가 다쳤으니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가가면 포로롱 날아 조금 더 먼 곳에 내려앉는다. 다시 날개를 다친 듯이 늘어뜨리고 소리를 지르며 관심을 유도하여 사람이나 천적을 알에서(둥지) 멀리 유인하여 둥지를 보호 한다.

우리 사람들은 우둔한 사람을 새***(머리)라고 놀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새들의 생태를 몰라서 하는 얘기다. 번식과정이나 먹이를 찾을 때의 새들의 생태를 알고 있다면 이런 얘기는 없을 것 같다. 떼까치라는 새는 먹이를 먹다가 배가 부르면 주변 철조망이나 가시에 먹이를 꽂아두었다가 나중에 먹기도 한다. 맹금류인 매는 새를 먹이로 하는 새다. 먹이를 많이 잡아온 날은 둥지 근처의 절벽에 잡아온 새를 두었다가 날씨가 좋지 않아 사냥을 할 수 없는 날 꺼내어 어린 새들에게 주기도 한다. 까마귀 역시 먹이를 저장해 두었다가 어린 새에게 먹인다. 이런 것을 보아도 본능에 의해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새들도 나름 우둔함이 아니라 영리하게 살아가고 있다.

30도를 육박하는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꼬마물떼새는 암수가 교대로 20여일간 포란을 한다. 오늘 같이 날씨가 너무 뜨거우면 날개를 펴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주변 물가로 가서 몸에 물을 묻혀와 열기가 높아진 알에 물을 뿌려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알을 굴리며 새 생명이 무사히 태어나기를 기도하며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알을 보호한다. 산새들은 새끼가 태어나면 일정기간 어미새에게서 먹이를 받아먹으면서 깃털이 자라고 날 수 있을 때까지 둥지에서 지낸다. 하지만 꼬마물떼새는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은 깃털이 마르자마자 곧바로 둥지를 떠난다. 어미새를 쫒아서 주변의 풀숲이나 돌 틈으로 이동하여 숨기를 시작한다. 천적이 나타나면 어미새는 소리 높여 운다. 어린새는 재빨리 주변 지형을 이용하여 몸을 숨긴다. 필자도 호기심에 어린 새 곁으로 다가가 봤는데 바로 옆에 다가가도 어린 새는 잘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지 바닥에 납작 엎드려 미동도 없다. 이렇게 미동도 않은 채 천적이 멀어지기를 기다린다. 살기 위한 본능이 대단하다. 어린 새들은 제 힘으로 날 때까지 어미새들을 따라 다니며 위장술과 먹이 사냥 방법을 배우고 험한 자연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 하게 된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와, 간혹 비바람을 맞아가며 알을 품는 수고를 통해서 2세를 키워내는 생명의 소중함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많은 어려움 속에도 번식에 성공한 꼬마물떼새는 제주도 해안가 모래사장에서, 저지대의 밭에서도 가끔 관찰 할 수 있다.

돌담 위에 앉아 있는 모습, 모래사장이나 밭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 2세를 키우는 모습을 보노라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생명의 탄생과 신비함과 함께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들이 서식하는 해안가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있다.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도로가 차지하고 있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서 물떼새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알을 품고 있는 어미새
자갈 틈새에 있는 꼬마물떼새 둥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어린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