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매거진/제주의 새

해안가 모래사장 등 탁트인 곳에 둥지틀어

제주한라병원 2021. 4. 27. 09:38

흰물떼새 Kentish Plover (Charadrius alexandrinus )

 

새끼 보호위해 다친 것처럼 의태행동으로 멀리 유도해

사람들이 해안가 접근 늘어 번식개체 찾아보기 어려워

 

흰물떼새는 해안가의 모래땅이나 갯벌, 해안의 개활지, 습지 주변의 모래 땅에서 비교적 쉽게 관찰 할 수 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지구의 온대지역 대부분의 곳에서 관찰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물떼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겨울에도 남아 지내는 개체를 간혹 확인 할 수 있으며 4월초부터는 번식에 들어간 개체도 관찰 할 수 있다.

나무에 둥지를 트는 산새들은 알에서 깨어난 새끼를 둥지에서 육추를 한다. 새끼의 깃털이 다 자라고 어느 정도 날 수 있을 때 둥지를 벗어나 천적으로부터 위험을 피해 날아갈 수 있을 때까지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땅바닥에 둥지를 만드는 물떼새들은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 솜털만 마르면 바로 둥지를 떠날 수 있다. 새끼들은 깃털이 충분히 자라서 날아다닐 수 있을 때까지 어미를 따라다니며 먹이를 받아먹고 자라며 천적으로부터 숨는 법과 먹이를 찾는 법등 다양한 삶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 흰물떼새는 해안가의 모래사장이나 습지 근처의 탁 트인 곳에 둥지를 튼다. 둥지라고 해봐야 별 볼일 없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오목하게 땅을 파고 내부에는 조개껍질이나 잔돌을 깔아 거기에 알을 낳는다. 엷은 회색 바탕에 어두운 갈색 무늬와 곡선 모양의 얼룩이 있는 알을 3-4개 정도 낳아 포란한다.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고 20일 정도면 새끼가 부화한다.

 

알이 모래의 색깔과 흡사해 사람이 지나다 밟아버리는 경우도 있고, 점점 날씨가 더워지면서 해변에 놀러 나왔던 분들이 둥지 바로 옆에 자리를 펴고 앉으면 어미새가 알을 품지 못해 뜨거운 햇빛에 노출된 알이 썩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어미새들이 알을 품는 것은 열을 전달해 따뜻하게 해주려는 것도 있지만 모래사장에 내리쬐는 햇빛의 강한 열기를 식히려는 경우도 있다. 너무 뜨거운 날이면 어미새가 몸에 물을 묻히고 와서는 알에 뿌려서 식히기도 한다. 간혹 너무 바다 가까이 둥지를 틀어 큰 파도에 휩쓸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흰물떼새들은 해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최대한 닿지 않도록 동떨어진 풀속이나 약간의 쓰레기가 있는 곳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알을 품는 기간에는 둥지에 접근하는 방해 요인이 있어도 둥지가 발각될까봐 거의 움직이지 않고 결정적인, 그야말로 천적이 가까이 다가와 어쩔 수 없는 순간에만 자리를 뜬다. 둥지 주변을 돌며 살피고 해를 끼치지 않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들면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내려앉은 다음 살금살금 걸어서 둥지로 돌아와 알을 품는다.

어미새는 천적이나 사람, 다른 동물이 나타나면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마치 다친 것처럼 땅 위에서 날개를 푸드덕거리고, 비틀거리며 둥지에서 점점 먼 곳으로 유도 한다. 천적이 둥지근처로 계속 접근하면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 앉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이런 의태행동은 침입자로부터 둥지와 새끼를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새끼의 생존율을 높이는 이런 본능적인 생존전략은 땅 위에 둥지를 트는 다른 새들에게서도 관찰할 수 있다.

부화된 흰물떼새 새끼가 빠른 걸음으로 어미를 졸졸 따라다닌다. 가끔은 체온 유지를 위해 어미 품속으로 들어간다. 다른 물떼새가 영역에 들어왔다. 새끼는 순식간에 어미 품속으로 숨는다. 미쳐 어미 품속으로 숨지 못한 새끼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숨을 죽이고 안전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새끼들은 항상 어미의 신호에 따라 움직인다.

 

흰물떼새들은 모래 풀숲사이 작은 공간을 확보하고 많은 어려움 속에서 삶을 시작하게 된다. 어린새는 마치 솜뭉치를 뭉쳐 놓은 듯 아주 작다. 어미새를 놓칠 새라 종종걸음으로 앙증맞게 뛰어 다닌다. 워낙 작아 잠깐만 한눈을 팔면 어디로 갔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알에서 깨어나 깃털이 마르면 마치 모래색깔과 흡사해 납작 엎드리면 쉽게 찾을 수 가 없다.

사람들이 접근하면 눈을 피해 옆으로 도망가기 시작한다. 얼마나 빠른지, 아마도 이들의 달리기 실력은 퀵서비스 오토바이보다 더 빠르게 금세 어디론가 사라진다.

재빨리 모래사장 한 귀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꼼짝 않는다. 어린 새는 아주 작고 색깔이 마치 모래색과 비슷해서 여간 해서는 다시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들의 삶의 터전이 점점 해안 개발과 함께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새이지만 언젠가는 천연기념물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새들은 둥지를 틀었던 곳의 환경이 훼손되지 않는 한 다시 그 지역을 번식지로 이용하며 서식하는 습성이 있다. 물새류는 산새들과는 다르게 나무에 둥지를 만들지 않고 맨땅에 둥지를 튼다. 알 색깔도 주변 땅바닥 색과 비슷해서 자세히 살펴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위장색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출입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사람이나 자동차가 무턱대고 번식지에 들어가면 훼손되어 다시는 새들이 찾아오지 않는 죽은 공간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각종 개발에 따른, 해안도로와 사람들이 해안가를 방문하여 여가를 즐기는 행동이 번식지를 위협하고 있다. 흰물떼새들이 번식하던 대표적인 곳이었던 평대리 백사장, 하도리 백사장, 종달리 해안은 우리 사람들의 공간이 된지 오래다. 10여년전만해도 번식개체를 많이 볼 수 있었으나, 최근 몇 년 동안 이곳에서 번식에 성공한 개체를 찾아볼 수가 없다. 아마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