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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여름 철새로 습지 주변 암벽사이 등에 서식

제주한라병원 2021. 3. 4. 09:09

노랑 할미새 Grey Wagtail : Motacilla cinerea

 

 

벌써 겨울이 북쪽으로 가버렸는지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보다 새들이 이동하는 시기가 빨라진 느낌이다. 3월이 되어야 보이기 시작할 새들인데, 2월인데 벌써 보이기 시작한다. 요즘 습지 주변이나 밭 가장자리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이 있다. 바로 노랑할미새와 알락할미새, 백할미새 들이다.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이쪽저쪽을 뛰어 다니기도 하고 뽀로롱 뽀로롱 날며 날 파리와 곤충을 잡아먹고 있다. 곧 번식 시기라 열심히 먹어둬야 2세를 키우는데 체력이 달리지 않을 것이다.

빈번하게 오가는 사람들이나 자동차로 인해 방해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먹이를 찾아 재빨리 뽀로롱 날아갔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한다.

예전에는 습지 근처에서 비교적 할미새를 흔히 만날 수 있었다. 자주 볼 수 있는 새였기에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할미새 과의 새들은 꼬리를 아래 위로 쉬지 않고 흔들어 댄다. 어찌보면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꼬리깃을 흔들어댄다. 노랑할미새도 마찬가지로 거의 쉬지 않고 꼬리깃을 흔들어 댄다. 할미새들은 땅에서 많이 걷고 생활하는 습성이 있다. 빠른 걸음으로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들어 대며 날개깃을 가끔 펼친다. 조류들은 불필요한 동작을 일부러 할 필요가 없다. 아마 이들이 꼬리깃을 흔들어대는 건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다. 습지 근처의 작은 곤충들이 바닥에 잔뜩 엎드려 있으니 어디에 있는지 알아챌 수가 없다. 할미새가 빠른 걸음으로 꼬리를 흔들어서 이에 곤충들이 움직이고 날아오르는 순간에 사냥을 하려는 방법일 것이다. 조류학자들도 이런 행동이 예전부터 궁금했을 것이다. 벌레를 쫓는 행동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기도 하지만 포식자에게 자신이 꼬리를 흔들며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그러니 내게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의 표시 일수도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외국에서 할미새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먹이를 잡을 때만이 아니라 깃털을 고를 때도 꼬리를 흔든다. 먹이를 잡을 때도 꼬리를 흔들고 먹이를 잡을 때 쪼는 횟수와 꼬리를 흔드는 횟수와 상관관계가 없다고 한다. 먹이를 모는 행동이 아니라 포식자에게 보내는 과시 행동이라는 논문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논란은 계속되고 있으며 할미새 종류가 여러 종이다 보니 한 종류의 할미새를 가지고 연구한 결과가 없기 때문에 무어라 얘기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노랑할미새는 물이 있는 습지를 좋아하고, 계곡이나 하천, 해안조간대에서 볼 수 있으며 심지어 도심지에서도 볼 수 있는 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새이며 번식도 하지만 제주에서는 겨울철에도 간혹 볼 수 있어서 텃새라고 해도 무방하다. 습지 근처의 돌 구멍이나 암벽사이의 공간, 일부는 이제는 점차 보기 어렵지만 지붕 틈이나 빈 공간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둥지는 이끼, 마른 풀잎, 가는 나무뿌리 등으로 만들고 안에 부드러운 동물의 털을 깐다. 밥그릇 모양으로 둥지를 만들고, 4~6개의 알을 낳고 어미가 교대로 포란 후 13~15일 정도면 알에서 깨어나 게 된다. 눈도 뜨지 못하고 털도 없는 어린 새들은 어미가 잡아다 주는 먹이를 필사적으로 받아먹고서는 약 13~15일이 지나면 둥지 밖으로 나와 수많은 위험의 기다리고 있는 세상으로의 첫 날개 짓을 하게 된다. 당분간 어미새들이 먹이를 잡아다주며 위험이 닥쳤을 때의 대처방법, 먹이를 잡는 방법 등을 가르쳐 주고는 분가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어미의 도움을 기대 할 수도 없다. 험한 세상을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야생의 동물들 대부분이 그러하다. 노랑할미새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흔하게 번식하는 여름철새이며, 흔히 통과하는 나그네새이기도 하다. 제주에서는 겨울에도 간혹 볼 수 있다. 3월 중순부터 우리나라를 찾기 시작하여 번식에 들어간다. 노랑할미새의 몸길이는 약 20㎝다. 머리와 등은 짙은 회색이다. 턱과 목은 검은색이며 흰색의 눈썹선이 뚜렷하다. 날갯깃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며, 셋째 날갯깃 가장자리가 흰색이다. 다리는 분홍색이며 가슴과 배는 노란색이다. 수컷의 여름 깃 눈썹 선과 턱선은 흰색으로 뚜렷하다. 멱은 검은색, 몸 아랫면은 노란색이며 옆구리는 흰색이다. 암컷은 수컷과 비슷하지만 멱이 흰색이며 몸 아랫면의 노란색이 더 흐리다. 드물게 멱이 수컷과 비슷한 검은색 바탕에 흰색 깃이 섞여 있는 개체도 있다. 수컷의 겨울 깃은 암컷과 같이 멱이 흰색으로 변해 겨울에는 암수 구별이 어렵다. 꼬리를 까닥거리며 걷다가 곤충이 날아오르면 순식간에 날아올라 먹이를 잡는다. 쉼없이 까닥거리는 꼬리깃을 한번 유심히 볼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