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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사망률 낮춰

제주한라병원 2020. 9. 10. 15:55

 

중증외상이란 무엇인가?

 

 

 


현재 전국에 본원을 비롯한 16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되어 운영 중에 있다.


권역외상센터 설립의 가장 큰 목적은 예방가능사망률을 낮추는데 있다. 예방가능사망률이란 외상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 중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망자의 비율을 이르는 것으로 외상진료체계의 성과지표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증외상환자는 일반인들에게 드라마로도 잘 알려져 있는 용어인 “골든 타임” 이내에 치료를 받아야만 생존확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든 타임”이란 용어는 동명의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잘못 알려진 용어로 1960년대 미국의 의사인 닥터 카울리가 제창한 “골든아워”가 정확한 용어이다. “골든아워”란 환자의 사망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적인 시간을 말한다.


외상환자의 사망은 심각한 두부손상 및 경추손상, 심장 및 대혈관 손상에 의하여 수 초에서 수 분내에 즉사하는 경우, 뇌출혈 및 다량의 혈액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복부장기 손상 및 골반골 골절 등에 의해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사망하는 경우, 장기치료 중 감염이 합병되어 수 일에서 수 주 후에 사망하는 경우의 크게 세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두 번째 구간이 빠르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골든아워” 내에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구간이다. 이 구간의 환자들이 “골든아워”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 예방가능한 사망이라고 판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예방가능사망률은 2015년 조사연구에서 30.5%에서 가장 최근 2017년 조사연구에서는 19.9%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예방가능사망률을 높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여기서 적절한 환자란 “중증외상환자”를, 적절한 시간이란 “골든아워”를, 적절한 병원이란 “권역외상센터”를 의미한다. 즉 예방가능사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증외상환자를 “골든아워” 내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급대원 및 타 응급의료기관 종사자들이 환자가 중증외상환자인지를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외상환자의 중증도를 판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외상환자의 중증도를 평가할 때는 여러가지 외상점수평가를 사용한다. 그 중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두 가지는 Revised Trauma Score(RTS), Injury Severity Score(ISS)이다. RTS는 세 가지의 요소로 구성되는데 환자의 초기 의식상태를 평가하는 글래스고우 코마 스케일(GCS), 수축기 혈압, 호흡수를 평가하여 점수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세 가지 요소의 점수를 환산 및 종합하면 0에서 7.8408점의 점수가 나오게 되는데 4점 이하가 되면 가장 큰 규모의 외상센터에서 치료받을 것을 제안하는 점수이다.

 

그리고 ISS는 현재 국내의 중증외상환자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점수로 신체를 6개 부위로 나누어 각각의 부위별 손상점수를 제곱한 후 종합하여 산출한다. 각 신체부위별로 1-6점의 손상점수가 주어지고, 3개 이상의 부위에 손상이 있을 때는 손상이 심한 3부위의 점수만을 반영하여 산정한다. 종합한 점수가 15점 이상인 경우 중증외상으로 판정하게 된다.


ISS는 병원에 내원하여 필요한 영상검사를 시행 후에 점수가 매겨지는 것으로 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사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현장에서 중증환자를 구분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RTS는 환자의 초기 활력징후를 바탕으로 점수를 산정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나 복잡한 공식을 사용해야 하며, 민감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다른 환자의 중증도 평가방법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응급실에서 사용되어지는 한국형 중증도분류도구(Korean Triage and Acuity System; KTAS)이다. KTAS는 각 병원별로 다르게 이루어지던 중증도 분류를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5단계 분류법인 캐나다의 CTAS를 바탕으로 2013년 도입하여 3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2016년부터 모든 응급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분류법이다. 현재 모든 병원의 응급실에서 KTAS를 이용한 분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외상환자의 분류에 특화되어 있지 않고, 현장의 구급대원이 사용할 수 있는 병원 전단계 KTAS가 아직 개발 중이라서 현장에서 중증외상환자를 가려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이처럼 여러 중증도 분류도구를 이용한 중증외상환자의 판정에 어려움이 있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현장에서 중증외상환자를 구분하기 위하여 미국 전문외상처치술(ATLS)에서 사용하는 현장 분류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전문외상처치술에서 사용하는 현장분류체계는 활력징후 및 의식상태, 손상부위, 손상기전, 특수상황의 환자(노인, 임산부, 소아, 화상환자 등)의 4단계로 환자의 이송병원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1단계로 GCS점수가 13점 이하이거나, 수축기 혈압이 90미만, 호흡수가 10회미만 또는 29회 이상인 경우 가장 높은 단계의 외상센터로 이송하게 되어 있다. 2단계는 관통상, 흉곽의 불안정성, 2개 이상의 긴 뼈 골절, 압착 또는 벗겨지거나 피가 통하지 않는 사지 손상, 절단, 골반골 골절, 마비, 열렸거나 내려앉은 두개골 골절이 있으면 마찬가지로 가장 높은 단계의 외상센터로 이송한다.


3단계인 손상기전에 따라서는 6m이상의 추락, 고위험 교통사고, 보행자 사고, 속도가 빠른 오토바이 사고 등은 반드시 가장 높은 단계의 외상센터로 가지 않더라도 적절한 단계의 병원으로 이송한다. 4단계인 특수상황의 환자들은 외상센터 혹은 외상이 심하지 않다면 특수상황을 고려한 병원으로 이송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입해 보면 1단계 활력징후 및 의식상태, 2단계 손상부위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높은 단계에 해당하는 외상센터인 권역외상센터에 즉각 내원하여 골든아워 내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외상환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 소방청에서 사용하는 구급대원의 외상환자 이송지침에 따르면, 미국전문외상처치술의 단계와 유사하게 분류하고 있으나, 중증외상환자를 권역외상센터 및 이에 준하는 응급의료센터 혹은 의료지도를 받아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본원에 권역외상센터가 건립되기 전까지는 구급대원들도 지침에 따라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을 하였을 것이나, 본원에 권역외상센터가 건립되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만큼, 지역에서 중증외상환자의 정의를 잘 이해하고, 적절한 환자(중증외상)가 적절한 시간(골든아워)내에 적절한 병원(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제주도 지역의 전체적인 예방가능사망률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그것이 본원 권역외상센터가 건립된 목적일 것이다.

 

 

 

<외상응급의학과 이성화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