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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겪는 사태에 대한 불안·공포감은 자연스러운 것”

제주한라병원 2020. 9. 10. 15:45

원혜영 홍보위원이 만난 사람 - 조성진 정신건강의학과장

 

 


“처음 겪는 사태에 대한 불안·공포감은 자연스러운 것”

 





마스크를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필자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쓰나미가 덮친 후 항상 마스크를 한다. 어느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타인과 같은 공간에 있거나 말을 나누는 것이 두렵게 됐다. ‘마스크 좀 하라‘고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려니 스트레스가 쌓일 지경이다. 


제주한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진 과장을 통해 최근 많이 듣게 되는 ‘코로나 우울증’을 해결하는 명쾌한 해답을 얻었다.


“비교적 심리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사람들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 재난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재난은 우리가 통제하거나 방어할 수 없는 것인데도 오히려 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니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말아야겠다’ 등 건강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보니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 분노를 쏟아낼 대상이 생기게 되면 그 대상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감염자에 대해 무차별적인 비난을 퍼붓는 심리적 특성을 얘기해 준다.


“누구든지 노출될 위험이 있고 감염될 수 있는데 누군가를 혐오하는 마음으로 배척하고 고립시키는 것이 우리를 안전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어서가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나 감염자에 대한 두려움이 거부 또는 배척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사회 전반적으로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성진 과장.


“다들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행정이든, 개인이든 대처하는 면에서 실수나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과도하게 공격하는 것은 사람들이 각자가 갖게되는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분노나 억울함을 쏟아내기 위한 심리들의 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라며 “특히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상 좁은 곳에서 각자가 느끼는 불안이 더 클 수밖에 없고 실수를 하거나 감염이 됐을 때 이웃들로부터 부정적인  비난을 받지않을까 하는 불안이 더 크기 때문에 누군가가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분노를 쏟아내는 게 상대적으로 큰 것 같다”며 한번쯤 겪었을,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지역의 특성에 대한 불안심리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그러면 이런 심리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조성진 과장이 중요한 말을 해준다.


“불안을 생산해 내는 왜곡된 생각들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적, 집단적인 특성을 떠나서 이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의 감정들이 사실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임을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왜 그렇게 불안해해’라는 말보다 우리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이런 재난 상황에서 누구라도 불안하고 우울하고,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는 변화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임을 인정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공감해 주는 분위기를 만든후 건강한 방향으로 생각해 보자라고 해야한다. 이를 별난 사람들의, 과도한 불안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게 되면 오히려 그런 감정들을 다시 더 억압, 회피하다가 결국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이 모든 것이 정상적인 불안임을 알게 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기도록 서로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진 과장은 송두리째 변해야 했던 학생들, 특히 고3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해준다.


“인지기능이 많이 발달하는 청소년 시기는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느끼는 시기이다. 내가 겪는 고통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고통이라고 느낀다”며 “이런 청소년기의 심리적인 면을 감안하고 ‘너만 느끼는 고통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고통이고 이게 사실은 당연한 정서적인 어려움이고 너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불안이나 우울을 겪는 것이 아니’라며 안심을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친구들은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데 나만 이런 상황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 상황은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이고 드러내지 않을 뿐이라고 안심을 시켜주는게 중요하다”며 “외상이라는 것이 한사람이나 집단에서 결손이나 손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시기가 개인이나 집단에게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현재 이 상황이 앞으로의 인생에서 또다른 스트레스를 견딜수 있는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조금 더 예민한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해준다. 


조성진 과장의 설명을 들을수록 마음이 편해진다.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마스크를 안하고 있는 사람에게 마스크를 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물어봤다.


“‘마스크 좀 하세요. 요즘 세상에 마스크를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얘기하기보다 ‘마스크를 안하고 말씀을 하시니 제가 편하게 말을 하는게 어려울거 같아요. 마스크를 써주셔야 제가 안심하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는 게 낫다“며 ”타인의 행동에 대한 판단보다 타인의 행동으로 내가 좀 불안하고 불편하다. 나를 배려해서 마스크를 해줄 수 없겠느냐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 상대방에 행동에 대해 판단하고 근거를 따지는 것은 싸움이 될 뿐이다. 다만 당신의 행동으로 불안하고 불편하니 부탁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해준다.


“의사소통을 할 때는 상대방을 판단하는 언급보다 나의 감정을 가운데 두고 상대방에게 요청하는 대화방식이 갈등을 줄인다”는 조성진 과장의 말이 자꾸 머리에 맴돈다. 오늘도 참 좋은 것을 배웠다.

 

 

<글=원혜영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