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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의 피오르에서 만끽하는 자연의 신비

제주한라병원 2020. 6. 30. 13:33

남섬의 피오르에서 만끽하는 자연의 신비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

 



빙하침식으로 인해 생긴 피오르(fjord) 해안은 북유럽의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도 그에 못지않은 자연의 신비를 보여준다. 피오르 랜드 국립공원과 피오피오타 해상보호구역, 그리고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테 와히포우나무 공원을 품고 있는 밀포드 사운드는 바다에서 내륙으로 15km 정도 깊숙이 들어간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른 피오르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뉴질랜드의 피오르, 밀포드 사운드

 


사실 이곳을 처음 찾은 유럽의 탐험가들은 밀포드 사운드를 주목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 이유는 노르웨이 피오르에 비교해 이곳의 피오르 입구가 아주 좁았고, 내륙 깊숙이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피오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탐험했던 제임스 쿡 선장조차도 이런 이유로 이곳을 그냥 지나쳤다. 밀포드 사운드에 너무나 큰 바위들이 많아 입구가 없을 것 같아 뱃머리를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 땅의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이미 밀포드 사운드를 알고 있었고, 이곳에서 나는 녹옥(비취)과 새, 물고기 등 사냥에 매료되어 이곳에 정착하였다. 


유럽의 초기 탐험가들이 지나간 후 1812년, 존 그로노라는 선장에 의해 처음으로 유럽에 밀포드 사운드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곳을 발견하고 자신의 고향인 영국 웨일스의 '밀포드 헤이븐'의 이름을 따서 '밀포드 헤이븐'이라고 명명하였다. 그 후 존 로트 스톡스 선장에 의해 영어로 '하구', '작은 만'을 뜻하는 ‘사운드Sound’로 바뀌게 되었다. 마오리족은 이곳을 '피오피오타'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은 멸종한 피오피오 새에서 유래된 것이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밀포드 사운드를 구경하기 위해 해마다 전 세계에서 100만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 20세기까지 뉴질랜드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밀포드 사운드가 지금은 마운틴 쿡과 함께 뉴질랜드 남섬을 대표하는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대자연의 신비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뉴질랜드 남섬

 


퀸스타운에서 서북쪽으로 307km, 4시간 남짓 쉴 새 없이 달려가면 뉴질랜드 최고의 피오르 해안,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한다. 자연의 신비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약 1만 2000여 년 전에 빙하에 의해서 주위의 산들이 수직으로 깎여서 형성된 것이다. 


남섬에서 만년설을 가진 마운틴 쿡이 산으로 유명하다면 밀포드 사운드는 바다와 어우러진 협곡이 유명하다. 밀포드 사운드를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크루즈이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아름다운 피오르 해안을 눈으로 감상하는 것이다. 천천히 크루즈 배를 타고 양쪽으로 형성된 거대한 산을 친구 삼아 유유자적하게 뱃놀이를 하는 것이다. 이곳을 찾은 대부분 여행자는 1시간 반 혹은 2시간 반 걸리는 선상 크루즈 투어에 참여한다. 배를 타고 깎아지른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와 바다에서 들어온 물개 등 다양한 동식물을 보며 태곳적 자연의 신비를 만끽한다. 바다와 협곡을 따라 1200m 높이의 바위 절벽이 솟아 있어 빙하침식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특히 밀포드 사운드 지역은 연간 평균 강수량이 7,000mm에 이를 만큼 뉴질랜드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루에 2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질 때도 있는데, 이럴 땐 십여 개의 임시 폭포가 절벽 밑으로 흘러내린다. 비가 갠 후 배를 타고 피오르 해안을 유유자적하게 달리다 보면 바위와 폭포가 만들어낸 또 다른 풍경이 밀포드 사운드의 백미를 장식하게 된다.

 

바람도 구름도 잠시 쉬었다 가는 밀포드 사운드 트레킹

 


배를 타고 바다에서 아름다운 피오르 해안을 감상했다면, 다음은 튼튼한 두 발로 밀포드 사운드의 속내를 깊숙이 들여다볼 차례이다. 지구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이색적인 트레킹이 바로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이다. 이곳은 하루에 50명으로 인원이 제한되기 때문에 예약을 미리 하지 않고서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한 번 들어간 트레킹은 일방통행이고, 53km에 이르는 길을 3박 4일에 걸쳐 끝내야만 한다. 

 

1년에 1만 4000여 명이 찾는 밀포드 트랙은 테아나우 호수의 선착장에서 시작된다. 깎아지른 절벽과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바다 그리고 기암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 등 자연의 원시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숲 사이로 들어서면 피톤치드의 향기가 콧속을 자극하고, 폐 속까지 파고드는 맑고 상쾌한 공기는 자연의 순수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밀포드 트랙에는 호텔 같은 시설은 없고 텐트도 칠 수 없다. 오로지 산장에서 먹고 자면서 자연의 소나타를 경험해야 한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산행을 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트랙 코스에는 샛길이 없다. 길을 벗어나면 생명에 큰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정해진 코스를 따라 산행을 해야 한다. 


원시림을 걷고 또 걷다 보면 <반지의 제왕>이나 <쥐라기 공원> 등이 왜 뉴질랜드에서 촬영되었는지를 금방 깨닫게 된다. 600m에서 요란한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서덜랜드 폭포를 비롯해 이곳에는 청정하고 맑은 물이 쉴 새 없이 바다를 향해 흐른다. 이처럼 산과 숲 그리고 바다를 벗 삼은 트레킹은 평생 잊히지 않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