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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인류역사와 공존… 새 바이러스 출현 대비해야

제주한라병원 2020. 4. 28. 10:02


질병은 인류역사와 공존… 새 바이러스 출현 대비해야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로 불리우고 있는 ‘COVID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1948년 출범한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형)을 선언한 것은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세 번째다. 홍콩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100만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신종플루 또한 약 20여만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아직 감기조차 정복하지 못한 인류에게 질병으로 고통 받은 사례는 수없이 많다. 14세기 중반, 유럽을 휩쓴 흑사병(페스트)은 단 5년 사이에 유럽 인구의 1/3을 죽음에 이르게 한 대재앙이었다. 그런가하면 신대륙을 발견한 16세기 유럽인들은 천연두와 홍역을 전파해 면역력이 전무했던 신대륙 원주민 90%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로 인해 잉카, 아즈텍 등 토착문명은 괴멸되었다.


뿐만이 아니다. 1차 세계대전 중인 1918년 여름, 미군 병영에서 발생했다는 스페인 독감은 2년 동안에 5천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밖에도 20세기 초반 유럽에서는 결핵으로 인구 7명중 1명이 사망했다. 우리가 잘 아는 프레데리크 쇼팽, 프란츠 카프카, 이상, 김유정의 공통점도 결핵으로 인한 사망이다. 콜레라는 21세기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에이즈 또한 박멸되지 않고 있다. 소아마비는 고대 이집트 벽화나 미라에서도 환자의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역사가 긴 질병이다. 


질병의 영어 표기는 ‘불편함’을 뜻하는 ‘Disease’이다. 고대로부터 인간은 고통 없는 삶, 즉 편안한(ease)을 추구해왔으며 질병(disease, illness, sickness)으로부터의 해방을 갈구해왔다. 


질병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생명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함께하였다. 가히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3억5천년전의 화석에서 기생충이, 공룡의 뼈에서는 관절염과 암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6만년전의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질병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이집트의 미이라에서는 결핵과 척추이상 담석증 등이 발견되었다. 


다행히 19세기 과학혁명과 현대의학의 발달로 많은 질병이 극복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현대 첨단의학을 비웃기라도 하듯 신종 바이러스는 언제든 창궐할 수 있다.


이러한 범유행성 질병은 그 시작과 진행과정이 상당히 유사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최초의 발병자가 있고, 이후 교통수단을 통해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처럼 국경 없는 단일 생활권의 지구촌에서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특정 지역,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를 일시에 감염시키고 만다. 교통수단이 발전할수록 전염병의 전파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져왔다.


예나 지금이나 치명적인 질병이 퍼지면 각국은 국경을 봉쇄해 유행병의 감염을 막으려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질병은 어떻게든 이를 여지없이 뚫고 들어와 1차 감염자를 만들어내고, 백신과 치료약이 만들어질 때까지 인류를 괴롭혀왔다.


바이러스는 세포가 아니어서 세포를 숙주로 삼아 기생해 생존할 수밖에 없다. 세균은 소멸시킬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완전한 박멸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세균은 세포벽, 세포막, 유전자 정보가 들어 있는 핵,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 하나의 세포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유전 정보가 들어 있는 핵이 단백질에 둘러싸여 있는 단순한 형태로, 세포가 아니다. 


세균은 보통 피부 상처나 호흡을 통해 체내로 들어간다. 이에 비해  바이러스는 혈액, 타액, 피부 등을 통해 생체로 들어갈 수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소독약이나 열에 강하고, 전염 확산 속도도 빠르다. 또 유전 물질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돌연변이 확률이 높아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소멸하지 않고, 적응한다. 천연두와 결핵은 과학의 힘을 빌려 몰아낼 수 있지만, 바이러스 자체는 변형되어 인간을 숙주로 삼고 살아간다. 신종 바이러스가 속속 등장하는 배경이다.


대부분의 바이러스처럼 이번 코로나19도 멸종 그 자체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지구상에 출현했던 수많은 다른 병원체처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메르스는 중동에서는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이 됐고, 홍콩독감과 신종플루는 계절 독감이 된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매년 겨울 이전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다시 적응해가는 과정이 반복될 뿐이다. 


지구의 원래 주인은 박테리아와 같은 단세포 생명체와 바이러스 같은 것이었으리라. 모든 동식물은 이러한 단세포에 돌연변이가 거듭돼 생성된 변종들이라 할 수 있다. 인간도 결국 돌연변이가 없었더라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니, 돌연변이가 나쁜 것만은 아닐 터다.


결국 싫든 좋든 인류는 지구상에서 바이러스와 서로 영역을 인정하며 공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그야말로 먹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다음에 발생할 바이러스를 예측․연구하는 글로벌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아직도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이다. 오늘도 코로나19의 치료와 확산 방지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모든 의료인에게 응원을 보낸다.




<윤정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