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환자 예방가능 사망률 대폭 감소 기대
지역의료의 질적 수준 향상 계기
생명의 최전선, 권역외상센터
사례 1) 지난 OO월 XX일 한밤중에 구급차량이 사이렌 소리와 함께 급하게 병원으로 들어왔다. 20대 K씨가 야간에 길을 건너던 중 차랑에 치여 긴급하게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대형병원으로 가라는 당직의사의 전원 권고에 따라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돼 온 중증외상환자였다.
곧바로 흉부 단순촬영(X-ray)과 흉부 전산화단층촬영(CT)을 시행했다. 그 결과 왼쪽 가슴에 다발성 갈비뼈 골절과 외상성 혈액공기가슴증이 관찰됐다. 수술 소견을 보면 부러진 갈비뼈 분절에 의해 폐조직이 깊게 찢어져 있었으며, 갈비뼈 골절이 심하게 어긋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환자는 외상성 혈액공기가슴증에 대한 흉관 삽관 후에도 무기폐와 공기누출이 지속되어 전신마취 하에 가슴절개를 통하여 폐열상 봉합술과 갈비뼈골절 정복고정술을 시술받았다.
중증외상환자는 대부분 다발성 손상이지만, 머리나 가슴의 손상은 심한 경우 단독으로도 중증외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의식이 없거나 호흡이 불안정하여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명유지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슴외상은 전체 외상환자의 약 20% 이상에서 확인되며 외상으로 인한 사망의 약 2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한 번 다치게 되면 치명적인 손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슴외상 중에서 가장 흔한 손상이 갈비뼈 골절로 손상의 중증도에 비례하여 단순골절에서 부터 동요가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다행히 20대 젊은 남자여서 그런지 환자는 회복이 빨랐다. 수술 후 2-3일 경과한 다음 수술부위의 통증이 없어지면서 기침을 하거나 심호흡을 할 때 골절부위의 통증도 감소하였고 병동에서 걸어다니는 운동도 가능하게 되었고 얼마 후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이 환자의 경우 가슴 외상이 너무 심각하여 최초로 이송된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권역외상센터로 전원 되어 적절한 처치와 수술적 치료를 통해 합병증 없이 잘 회복된 증례였다.
사례 2) 지난 겨울 제주시에서 5.16도로를 이용해 서귀포시로 넘어가던 30대의 J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겨울철 산악도로여서 도로가 얼어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과속으로 달리다가 미끄러지면서 승용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J씨는 119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도착 당시 J씨의 혈압은 유지됐으나 맥박수가 급증하는 증세를 보였다.
해당 병원의 응급전문의는 검사상 복부내 출혈로 배안에 혈액이 고이는 혈복강이 의심된다고 진단하고, 신속하게 권역외상센터 이송을 결정했다. 권역외상센터에도 환자의 상태 등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려줘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외상팀이 상주하고 있으나 환자상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모든 외상 전담의와 마취과, 혈관 전문의 등에게 전원환자의 정보가 통보됐다. 환자가 권역외상센터로 도착했다. 환자상태는 얕은 기면 의식이었으며 혈압-맥박은 110/46 mmHg-90회/min으로 이완기 혈압이 낮았다.
외상팀은 즉각 대량 수혈 준비를 하면서 컴퓨터단층 촬영을 시행한 결과 환자의 비장과 좌측 신장의 고도 손상이 확인됐다. 그리고 환자의 혈압-맥박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 곧바로 수술하기로 하고 준비된 수술실로 이동했다. 다행히 긴급 수술 후 환자의 혈압-맥박은 안정을 찾아갔고 수술 후 3일쯤 지나자 환자의 상태가 많이 호전돼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었다.
산업 발달로 증증외상 환자 늘어
중증외상은 교통사고, 추락사고 등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다발성 골절, 출혈이 발생하는 외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적절한 시간내에 제대로 처치를 받지 않으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손상이다.
현대산업사회가 되면서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환자들의 생존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자동차, 중장비, 고층건물 등이 증가하며 고위력 (high energy) 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중증외상환자 발생률도 높아졌다. 특히 뇌, 심장, 폐 같은 주요장기가 다치면 사고 즉시 사망에도 이를 수 있으며 치료를 받더라도 영구적인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외 장기라도 손상이 크거나 치료가 지연되면 과다 출혈, 영구적 장기 손상으로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입게 된다. 특히 흉, 복강 내 출혈은 외부출혈이 안보이기에 심각하다고 인지되지 않아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권역외상센터의 필요성
중증외상 환자의 치료는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같은 외과의사들 뿐만 아니라 마취과, 내과, 영상의학과 등 많은 분야의 전문의들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런 복잡한 손상을 총괄할 수 있는 외상외과 의사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외상센터는 이러한 의료진들이 있는 종합병원에 있어야 하며 특화된 인력과 시설이 필요하다.
권역외상센터는 응급의료센터의 특수개념으로 중증의 외상 환자들이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과 치료할 수 있는 외상전용 수술실, 중환자실, 병실 및 외상전용 의료장비, 그리고 외상세부전문의, 외상간호사, 코디네이터 등 외상전문 인력을 갖춘 센터를 말한다.
권역외상센터는 외상환자의 진료뿐만 아니라 외상의료에 관한 연구 및 외상의료 표준의 개발, 의료인 외상교육훈련, 대형 재해 발생 시 대응 등 지역의료체계의 필수 요소로써의 역할이 있다.
제주도의 지리적 조건
제주지역은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중증외상환자 발생 시 다른 대형도시로 이송이 어렵다. 또 도내에서도 한라산에 의해 육로가 많이 제한되어 있으며 섬지역인 만큼 해상사고도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제주지역에 인구유입이 늘어나면서 각종 사고가 늘면서 손상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사고·사망 통계 현황에 따르면 10만 명당 사고손상 사망자율은 전국은 55.2명인 반면, 제주도는 60.3명이다.
총사망자 대비 손상사망자비는 전국이 10.1%인 반면 제주도는 10.7%이다. 운수사고에 의한 사망률은 전국은 10.1명, 제주도는 13.9명, 추락에 의한 사망률은 전국은 5.1명, 제주도는 7.0명, 익사는 전국이 1.3명, 제주도는 1.7명이다. 전반적으로 제주도에서 외상에 의한 사망률이 높다. 이처럼 지형적 특성과 높은 사망률 때문에 제주도에서도 독자적인 권역외상센터 개설이 절실한 실정이었다.
골든타임내 치료로 사망률 낮춰
한편 권역외상센터 개설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2년부터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골든타임내 신속하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예방가능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시작됐다. 예방가능사망률이란 사고발생시 골든아워(golden hour)내 신속하고 적절한 처치가 이뤄졌으면 살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비율을 의미한다. 이 사업이 시작되던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예방가능사망률은 15% 내외인 반면 우리나라는 30%로 집계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전국을 17개 권역으로 나눠 연차적으로 공모를 통해 권역별 외상센터 지정 및 개설 사업을 추진해왔다. 제주한라병원은 지난 2016년말 공모를 거쳐 제주권역외상센터로 지정받은 이후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면서 센터 개설공사를 진행해왔다.
365일 24시간 긴장 속에 보람 찾아
권역외상센터를 지키는 사람들
제주권역외상센터에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중증외상환자를 위해 외상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응급의학과 등 전문의와 간호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코디네이터 등 80여 명의 전담인력팀이 365일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우선 전문의를 살펴보면 외상외과 6명, 흉부외과와 응급의학과 각 2명,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각 1명 등이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순회하며 통합치료에 나선다. 센터소속 전문의 외에 각 진료과별 전문의의 협진은 필수적이다.
외상센터 의료진은 매일 아침 8시30분부터 40~50분간 컨퍼런스를 시작한다. 컨퍼런스에는 전날 들어온 환자에 대한 상태를 확인하고 향후 치료계획 등을 협의한다. 소속 전문의들은 전국의 권역외상센터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하지만 중증응급환자가 이송돼 올 때마다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다음은 간호사들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사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특히 생사를 다투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된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할 때 고맙다는 한마디에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119구급대의 사이렌이 들려오고 중증외상환자를 실은 환자이송카가 긴박하게 문을 열고 들어올 때면 방사선사와 응급구조사의 손길도 바빠진다. X-레이나 CT, 혈관조영장비 등을 통해 환자의 신체상태를 확인하고 의사가 신속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방사선사의 마음이 급해진다. 환자가 들어서자마자 전문의의 지시를 받아 심정지 환자의 CPR, 외상환자 처치, 원내 이동시 모니터링과 응급처치 등 진료 보조 업무를 행하는 응급구조사도 덩달아 바빠진다.
마지막으로 직접 중증환자를 돌보지는 않지만 환자가 병원에 도착해서 퇴원할 때까지 모든 치료과정을 모니터링하고 회복상태 등을 관리, 기록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외상진료체계(KTDB)에 일익을 맡는 한편 센터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지원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 전문 코디네이터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과 이웃의 생명 지키는 사회안전망
권역외상센터 묻고 답하기
Q. 권역외상센터란 무엇인가요
A.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인한 중증외상환자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과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외상전용 치료센터입니다.
Q. 중증외상환자란 무엇인가요
A. 중증외상환자는 교통사고나 추락, 총상 등으로 치명적인 외상을 입어 다발성 골절과 출혈, 장기 파열로 일반 응급실의 처치 범위를 넘어선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말합니다.
Q. 권역외상센터는 무엇이 다른가요
A. 제주권역외상센터에서는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전담의 등 의사 10명이 상주하면서 중증외상환자를 365일 24시간 언제든지 받아들여, 수술과 치료를 전담하게 됩니다. 또한 외상소생실과 중증외상환자 전용 중환자실, 외상전용 병동 등 40병상과 수술실 2개소를 갖추었으며 엑스레이 촬영실과 CT촬영실, 혈관조영실 등 외상전용 검사시설을 새로이 갖추고 있습니다.
Q. 제주도민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A. 제주권역외상센터가 문을 열면 한 해 제주지역에서 발생하는 500여 명의 중증외상환자들이 119구급헬기 등을 이용해 수도권의 대형병원에 갈 필요 없이 도내에서 치료와 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중증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터에서 진료를 받으면 혜택도 있다던데요
A. 손상도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중증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 최대 30일동안 중증질환자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을 5%만 부담하게 됩니다. 따라서 고난도의 대형수술이나 처치를 수차례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로서는 경제적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Q. 권역외상센터가 이뤄낸 기적
A. 교통사고로 출혈이 심한 5세 여자 어린이, 공사장에서 추락사고로 철근에 박혀 큰 외상을 입은 23세 청년, 등산도중 추락사고로 의식을 잃은 50세 어머니가 생명을 잃을 뻔한 위기에 처했으나 119구급대가 곧바로 제주권역외상센터로 이송하였고,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신속한 수술과 적절한 처치로 건강을 회복해 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Q. 당부의 말씀
A. 제주권역외상센터는 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이라는 인식을 갖고, 지역사회 외상관리의 중추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이 지혜와 힘을 모아 성원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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